[CA] 요세미티, 예약제 폐지 후 ‘주차장 지옥’…10년 만의 인파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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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성수기 전인데도 10년 만에 최대 인파 몰려
공원 진입에만 1시간 반… 하프돔 암벽은 '인간 띠'

지난 2일 하프돔에 오르려는 등반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요세미티공원 페이스북]
메모리얼데이 연휴를 앞두고 캘리포니아주를 상징하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장시간 차량 안에서 대기할 각오가 필요해 보인다.
LA타임스는 6일 지난 몇 년간 방문객 수를 조절해온 '입장 예약제' 전격 폐지되면서 공원 일대가 몰려든 차량과 인파로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립공원국(NPS)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요세미티를 찾은 방문객은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지난 주말에는 공원 입구를 통과하기 위해 차량들이 1시간 30분가량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원 내부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문객들은 요세미티 밸리의 장엄한 풍경을 감상하기보다, 이미 만차가 된 주차장을 돌며 빈자리를 찾는 데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이 기사는 전했다.
요세미티의 대표 명소인 하프돔 정상 부근에서도 위험한 장면이 포착됐다. 등산객들이 마지막 구간의 가파른 화강암 암벽을 오를 때 사용하는 철제 케이블 구간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백 피트 상공에서 사실상 ‘인간 정체’가 발생한 것이다. 하프돔 케이블 구간은 특히 뇌우가 발생할 경우 미끄럽고 번개를 끌어들이는 위험한 장소가 될 수 있다. 숙련된 등산객들조차 이 구간에서 인파에 갇히는 상황은 피하고 싶어 하는 악몽 같은 장면이다.
이번 혼잡 사태를 두고 비판론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예약제를 폐지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요세미티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6월부터 입장 전 예약을 요구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일부 방문 희망자들의 불만을 샀지만, 예약에 성공한 방문객들에게는 수년 만에 가장 평온한 요세미티 밸리 경험을 제공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후 공원 당국은 더 많은 방문객을 수용하면서도 자연의 고요함을 유지하기 위해 예약제를 여러 차례 조정해왔다. 그러나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는 국립공원 시스템 인력을 약 25% 감축한 데 이어, 시즌 전반에 걸친 예약제를 폐지하고 ‘표적형 혼잡 관리’ 방식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새 방식은 성수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혹평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해질녘 햇빛이 호스테일 폭포에 비쳐 물줄기가 용암처럼 붉게 빛나는 연례 현상인 ‘파이어폴’ 기간에도 극심한 혼잡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공원보존협회(NPCA)의 마크 로즈 선임 프로그램 매니저는 블로그 글에서 “공원을 빠져나가는 데만 1시간 넘게 걸렸고, 국립공원을 방문했다기보다 대형 스포츠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체된 차량 사이에 갇힌 앰뷸런스가 확성기로 보행자와 차량에 길을 비켜 달라고 요청하는 장면도 봤다”며 “전망은 놀라웠지만, 예약제가 다시 도입되지 않는다면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사실 요세미티의 혼잡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0년대 후반부터 특히 여름 주말이면 요세미티 밸리의 교통체증은 악명이 높았다. 방문객들은 공원 입구에서 긴 시간을 기다려 35달러의 입장료를 낸 뒤에도 밸리가 너무 혼잡하다는 이유로 도로 차단이나 우회 안내를 받는 일이 적지 않았다.
한편 캘리포니아의 9개 국립공원은 2025년 사상 최대인 1200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2019년보다 80만 명 이상 많은 수치다. 이 가운데 요세미티가 방문객은 전체 방문자 수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도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요세미티는 이미 올해 들어 5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맞았으며, 3월 한 달에만 23만 6000명이 찾았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45% 이상 증가한 수치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시에라네바다 산맥 서쪽 경사면에 1100제곱마일 이상 펼쳐진 거대한 공원이다. 여름철에도 깊숙한 산길을 오르는 방문객이라면 오랜 시간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고 자연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엘캐피탄의 3000피트 화강암 절벽, 요세미티 폭포와 브라이들베일 폭포 등 가장 유명하고 사진으로 많이 공유되는 명소들은 상대적으로 좁은 요세미티 밸리 안에 집중돼 있다.
방문객들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평생 기억에 남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로 그 점이 요세미티 혼잡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측은 이번 혼잡 상황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