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반아시안 증오, 팬데믹 전보다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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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미국 전역에서 열린 증오범죄 중단 촉구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아시안 증오 범죄 중단’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자료 사진]
코로나19 증오범죄법 5년… AAPI 절반 “증오 행위 경험”
전문가들 “이민 단속 공포에 신고 위축”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급증한 반아시안 증오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된 ‘코로나19 증오범죄법’이 시행 5년을 맞았지만, 아시아계·태평양계(AAPI)를 겨냥한 증오범죄와 증오 행위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1일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시민권 단체 관계자들은 반이민 정서와 정치권의 배타적 발언이 아시아계와 태평양계, 무슬림, 시크 커뮤니티를 다시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민 단속 강화와 법 집행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면서 실제 피해 규모가 공식 통계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서명한 코로나19 증오범죄법은 팬데믹 기간 폭증한 반아시안 증오에 대응해 주 및 지역 차원의 신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브리핑 참석자들은 법 시행 5년이 지난 현재도 반아시안 증오범죄와 관련 사건이 팬데믹 이전보다 약 3배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연방수사국(FBI)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고된 인종·민족 관련 증오범죄 5810건 가운데 아시아계 대상 사건은 291건, 시크교도 대상 243건, 무슬림 대상 214건이었다. 불교도 대상 사건은 34건, 힌두교도 대상 사건은 31건, 하와이 원주민 및 태평양계 대상 사건은 20건으로 집계됐다. 이들 커뮤니티를 겨냥한 사건은 모두 833건이다.
흑인은 여전히 편견에 기반한 범죄의 최대 피해 집단으로, 지난해 2792건의 증오범죄가 보고됐다. 유대인을 겨냥한 반유대주의 증오범죄는 1만3195건이었다.
존 양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JC) 회장은 “반이민 수사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며 “대통령이 여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극우 성향 라디오 진행자의 발언을 재게시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해당 발언에는 인도와 중국 출신 이민자를 “노트북을 든 갱스터”로 묘사하고, 중국과 인도를 “지옥 같은 나라”라고 부르는 내용이 담겼다. 또 아시아계 미국인의 충성심과 미국 사회 통합 가능성을 의심하는 취지의 주장도 포함됐다.
양 회장은 팬데믹 당시 트럼프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우한 독감”, “쿵 플루” 등으로 부르며 반아시안 정서를 자극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2021년 애틀랜타 스파 총격 사건에서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숨지고, 같은 해 인디애나폴리스 페덱스 총격으로 시크계 미국인 4명이 사망한 사건을 거론하며 “정치적 언어가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이미 경험했다”고 말했다.
또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반시크, 반힌두, 반불교 증오범죄도 역대 최고 수준이며, 라틴계를 겨냥한 증오도 1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왔다. 문제는 지역별 신고 체계가 다르고, 일부 기관은 증오범죄나 증오 사건 보고에 소극적이며, 피해자들도 법 집행기관과 이민 단속을 두려워해 신고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스톱 AAPI 헤이트가 시카고대 NORC와 함께 실시해 이날 공개한 2025년 전국 조사에 따르면 AAPI 성인 약 절반은 인종, 민족, 국적을 이유로 한 증오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단체는 온라인 신고 포털, 시카고대 NORC와의 전국 대표 표본 조사, 온라인 혐오 표현 추적을 통해 반아시안·반태평양계 증오 행위를 파악하고 있다.
특히 태평양계 성인의 피해 경험률은 2024년 47%에서 2025년 57%로 상승했다. 가장 흔한 유형은 물리적 폭력보다 괴롭힘과 제도적 차별이었다.
스테파니 장 스톱 AAPI 헤이트 디렉터는 팬데믹 초기에는 아시아계에게 코로나19 책임을 돌리는 발언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반이민 수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위협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약속한 대로 너를 추방하기를 기다릴 수 없다”거나 “ICE에 신고하겠다”는 식의 표현이 대표적이라는 설명이다.
장 디렉터는 캘리포니아의 한 한인 여성이 패스트푸드점에 있다가 낯선 여성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가해 여성은 피해자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트럼프가 약속한 대로 너를 추방하기를 기다릴 수 없다”고 소리친 뒤 몸을 밀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신고 사례에서는 미국 시민권자인 다인종 태평양계 남성이 온라인에서 “ICE에 신고하겠다. 서류를 준비하라”는 협박을 받았다. 장 디렉터는 피해자의 실제 체류 신분과 무관하게 외모와 배경만으로 이민 단속 대상처럼 취급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가 늘어도 신고는 여전히 저조하다. 장 디렉터는 “증오 행위를 경험한 AAPI 피해자 가운데 공식 기관에 알린 비율은 22%에 그쳤다”며 “신고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한 조사 결과 AAPI 응답자 절반은 자신이나 지인이 반이민 수사와 정책의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으며, 추방·체포·구금 또는 신분 확인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다.
사미르 후세인 무슬림공공문제협의회(MPAC) 워싱턴DC 사무소장도 “일부 경찰서는 범죄 피해자가 신고해도 이민법 집행에는 협조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커뮤니티의 불신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