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재회 약속 믿고 ICE 찾았다가 체포...면담 절차 이용 단속 ... 이민자 가족 ‘이중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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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호사가 카를로스의 딸이 그린 라푼젤 그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 딸은 영화 《라푼젤》 속 등장인물처럼 고립감을 느끼며,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방에서 보낸다고 말했다 (사진: Abigail Gonsoulin)
연방 이민 당국이 미성년 자녀를 미끼로 부모를 유인해 체포하는 사례가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녀와의 재회를 기대했던 한 아버지는 약속된 면담 자리에 참석했다가 수갑과 족쇄를 찬 채 구금됐다.
카를로스(가명)는 지난해 12 월 뉴멕시코주 이민세관단속국(ICE) 사무소를 방문했다. 국경을 넘어 입국한 뒤 텍사스 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던 14 세 아들과 16 세 딸과 곧 재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미 양육권 심사를 마쳤으며 절차가 완료됐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면담 당일 상황은 급변했다. 직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서류 서명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곧바로 신병을 확보했다. 그의 소지품은 압수됐고 목과 허리, 다리에는 쇠사슬이 채워졌다. 이후 그는 텍사스 엘파소의 구금시설로 이송됐다.
카를로스는 “아이들을 이용해 나를 체포했다”며 “완전히 속았다”고 말했다.
보호 아동 제도, 단속 도구로 전환 논란
연방 보건복지부 산하 난민재정착국은 부모 없이 입국한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신원 검증을 거친 보호자에게 인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제도는 아동 보호를 이민 단속과 분리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최근 정책 변화로 이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에 따르면, 당국은 보호자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민 신분이 불안정한 경우 체포로 이어지도록 국토안보부와 협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보호자의 체류 신분을 이유로 인계가 거부되지 않았고, 단속 기관과의 정보 공유도 제한됐다. 하지만 현재는 면담 과정 자체가 단속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용히 가족 분리”...절차 강화로 재회 지연
새로운 규정은 보호자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제출 가능한 서류 범위가 축소됐고, 가구 구성원 전원에 대한 지문 조회와 대면 확인 절차가 의무화됐다. 일부 경우에는 ICE 요원이 동석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이미 함께 살던 가족이 다시 헤어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최소 300 명의 아동이 기존 보호자에게서 재차 분리된 뒤 절차를 다시 진행하도록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한 과테말라 출신 어머니는 교통 단속 과정에서 아들이 구금된 뒤 재회까지 8개월이 걸렸다고 밝혔다. 체류 신분 문제로 ICE 면담을 거부한 그는 “집에도 제대로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기 구금 늘고, 아동 정신적 피해 심화
보호시설 체류 기간도 크게 늘었다. 과거 평균 한 달 수준이던 보호 기간은 최근 6 개월 이상으로 증가했다. 일부 아동은 소송을 통해서야 석방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장기 체류가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카를로스의 자녀들도 불안과 공황 증세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딸은 “아버지를 잃을까 두렵다”고 말했고, 아들은 “희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안전 아닌 단속 목적”...정책 비판 확산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수천 명의 아동과 보호자가 체포됐지만, 형사 범죄 혐의가 적용된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이민 규정 위반이었다.
전직 관계자는 “공공 안전이 아닌 추방을 위한 조치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최근 카를로스의 구금이 위법하다고 판단해 보석 석방을 허용했다. 그러나 자녀들과의 재회 절차는 다시 원점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을 다시 만날 때까지.”
<클라우디아 보이드-배럿·레누카 라야삼·아만다 세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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