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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가 겪은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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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주한국일보| 작성일2020-07-01 | 조회조회수 : 3,5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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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김영삼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과 정상회담을 연다고 해 곧 통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민족의 통일을 소원으로 노래를 부르고 자란 세대에서 통일은 가슴 뛰는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상회담 1주일인가 남겨두고 김일성이 급사를 하게 된다.
나는 1981년 미국에 유학 와서 공부를 때려치우고 커뮤니티 활동가를 자처하면서 신문에 종사해왔는데 김일성의 장례식을 취재하고 싶었다.

걱정이 된 것은 당시 공사 교수로 또 공군본부의 교육훈련 차감으로 근무하시는 형님이 혹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당시 워싱턴 총영사를 마치고 본국으로 귀임했던 반기문씨가 주미공사로 다시 워싱턴에 왔다. 반 공사에게 내가 북한선교에 관심이 있어 김일성 장례식에 취재를 다녀오고 싶은데, 혹시라도 형님에게 불이익이 있을까 걱정이 된다고 하자, 반기문 공사의 대답이 이랬다.
“옛날의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옛날 연좌제 같은 것은 이제 없습니다. 취재 다녀오십시오.”

용기를 내서 북한 취재를 결심했다. 뉴욕에 있는 북한대표부를 연결해서 수속을 하려고 했지만, 그들도 갑작스런 김일성의 죽음으로 우왕좌왕 정신이 없었다. 북경대사관에 가면 비자를 줄 것이라고 해서 평양에 취재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BWI 공항에서 TWA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가서 서울을 거쳐 북경으로, 평양으로 가는 여행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TWA 비행기에 탑승한 후 벌어졌다. 내 자리가 비상구 옆자리였다. 여승무원이 나에게 오더니 다른 자리로 옮겨가라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영어를 하느냐고 물었다. 즉각적으로 아시안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앉기 위해 얼마나 영어를 잘해야 하느냐? 의사소통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항의를 했다.

당시 나는 볼티모어시의 인종차별방지위원회 커미셔너로 시장이 시의회의 인준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4년 임기의 커미셔너를 2번째로 임기를 시작했을 때였다. 그런 사람이 명백한 인종차별 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무원에게 내 신분을 신문기자요, 인종차별방지위원회 커미셔너로 밝히고 사과를 요구했다. 그 승무원은 기장에게 갔다 오더니 기장이 비행기에서 내릴 것을 원한다며 내리라고 요구했다. 나는 사과를 받으면 다른 자리로 옮겨가겠다고 했지만, 안 내리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경찰이 왔다. “경찰은 내리겠느냐? 아니면 체포를 당하겠느냐?” 선택을 하라고 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려고 했으나 경찰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이 내 손에 수갑을 채우고 비행기에서 끌어내렸다. 나는 승객들에게 소리쳤다. “나는 인종차별을 받아서 비행기에서 끌려 나간다. 여러분들이 증인이 되어야한다.”
억울하고 분하지만 저 비행기를 놓치면 김일성 장례식 취재를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협상을 제안했다.
“당신들은 분명한 인종차별행위를 하고 있다. 나는 전문가로서 묵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여행목적이 너무 중대하니 지금이라도 보내 달라. 그러면 이후에 문제 삼지 않겠다.”
안 통했다. 공항 경찰서에 끌려가 몸수색을 철저하게 당하고, 조서를 꾸민 후에 밤늦게 글렌버니에 있는 코트 커미셔너 오피스에 가서야 코트 커미셔너가 재판 날짜를 통보해줄 테니 출석하라고 하고 석방을 했다. 죄명은 공공장소에서 난동을 피웠다는 죄목이었다.

근처에 있는 궁전식당에 들러 허기진 배를 채우고 고민을 하다가 열차를 타고 뉴욕에 가기로 했다. 뉴욕에 도착해서 케네디공항을 가니 이미 예정되었던 비행기는 떠났고, 다음 비행기를 타고 갔다. 북경에 다녀와서 인종차별방지위원회 월례모임에서 경험을 나누고 법적절차를 시작했다. 이길 것이 분명한 사건을 한인변호사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런 기대는 잘못이었다. 내 형사상 기록을 없애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하자고 했다.

<허인욱 / 시니어선교사 전 MD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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