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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폭동 당시 ‘화해의 사도’ 이승만 목사, 그가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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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민일보| 작성일2020-07-01 | 조회조회수 : 3,7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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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 앙갚음 대신 공존을 호소했다 ‘2020’ 재현된 갈등, 화해의 길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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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992년 발생한 흑인 폭동에서 피해를 입은 한인들이 ‘함께 살자’는 내용의 배너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아래는 지난 9일 미국 필라델피아 한 도로 위에 시민들이 ‘이제 인종차별 끝장내자’는 구호를 적은 뒤 고개 숙여 기도하는 모습. 국민일보DB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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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한인과 흑인이 함께 정의와 평화 위에 이 나라를 세울 수 있다는 꿈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화해해야 합니다.”

1992년 5월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드모어공원에서 이승만(1931~2015) 목사가 마이크를 잡고 화해를 선포했다. 이 공원은 로스앤젤레스시의 결정에 따라 99년 서울국제공원으로 이름이 바뀐다.

로스앤젤레스의 한인들은 4월 29일부터 시작된 흑인들의 폭동으로 이미 삶의 터전을 잃었다. 폭동은 공식적으로 3일이 돼서야 종료됐다.

이 일로 53명이 사망했고 4000여명이 다쳤다. 7억5000만 달러의 재산 피해 중 한인들은 40%에 달하는 3억 달러의 피해를 봤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천신만고 끝에 이룬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뽑힌 것이다.

백인 경찰들이 흑인 운전사 로드니 킹을 무차별 폭행한 뒤 무죄로 풀려난 게 흑인들이 반발한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하지만 흑인들은 애먼 한인들에게 화풀이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서 약탈과 폭행, 방화가 집중됐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일어난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비슷한 일이 이미 28년 전 벌어진 것이다. 지난달 25일부터 퍼지기 시작한 동영상이 불씨를 댕겼다. 영상에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약탈과 방화는 사그라들고 있지만 이젠 인종차별 시위 이후의 해법을 찾아야 할 시기다.

92년 당시 폭력에 노출됐던 한인들은 10만여명이나 모여 평화행진에 참여했다. 모든 걸 잃은 한인들은 앙갚음 대신 평화를 택했다. 행진에 참여했던 한인들은 라틴계 이민자들을 비롯해 가해자였던 흑인들과도 손을 맞잡고 정의와 평화, 화해를 바랐다.

평화의 여정은 이 목사의 손끝을 거쳐 구체화했다.

91년 미국그리스도교교회협의회(NCCUSA) 회장에 취임한 그는 갈등을 또 다른 갈등으로 풀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5000만명의 교인을 대표하는 NCCUSA의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화해와 공존의 가치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인은 소수자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백인이 될 수는 없다. 백인사회로 진입하라는 게 백인이 되라는 주문은 아니다.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백인사회를 이끌라는 의미다. 이렇게 할 때만 다른 소수인종을 존중하고 그들과 공존할 수 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그에게 남은 건 화해를 통한 공존뿐이었다.

일생 화해자로 살았던 그를 ‘화해의 사도’로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임춘식 미국장로교(PCUSA) 한국선교회 대표는 10일 “미국 전역에서 인종갈등으로 인한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걸 보면서 화해의 사도였던 이 목사님의 지도력이 더욱 그리워진다”면서 “화해와 평화만 외치다 가셨던 분으로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5년부터 좌담회를 진행해 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선교회는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 있는 한국선교회 사무실에 이 목사를 기념하는 회의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 목사의 삶과 신앙을 기억하기 위한 ‘화해·평화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좌담회는 조만간 50회를 맞는다. 지난해 4월에는 좌담회에서 다뤄진 주제를 담은 단행본 ‘평화로 숨쉬다’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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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사(사진)의 삶 전체가 평화와 화해로 대표된다.

58년 도미한 그는 예일대와 시카고 신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뒤 켄터키주에서 목회하면서 루이빌대 교목으로 활동했다. 이때 흑인 학생들을 지도하며 소수자의 아픔을 목격했다. 이 일로 그는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함께 흑인인권운동을 시작했다.

북한과 화해도 시도했다. 78년 북한에 사는 여동생들과 연락이 닿은 이 목사는 이미 8년 전 어머니가 사망했고, 아버지 역시 공산당원에 붙잡혀 순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픈 가족사를 뒤로하고 그는 이후 30여 차례나 북한을 방문하며 통일과 평화·화해를 노래했다.

이 목사는 2000년 6월 PCUSA 212차 총회장에 취임했다. 보수적인 미국 기독교계에서 최초의 동양인 총회장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2010년 PCUSA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톰슨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교회와 사회를 위해 공헌한 교회 지도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골수암으로 투병하던 그는 2015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숨을 거뒀다. 유언은 짧았다. “나의 유골을 한국과 미국, 북한에 안장해 달라”는 것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평화와 화해의 사도가 되길 꿈꿨던 건 아닐까.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도 “92년 로스앤젤레스 사건 당시 사회적 화해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이 목사님은 자신의 삶을 통해 분단된 한반도에 하나님의 사랑이 임하길 소원하셨었다”면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보며, 경색되는 남북관계 속에서 평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이 목사님의 모습이 더욱 생각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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