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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관음증, 그리고 트럼프’…미 저명 보수 종교인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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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겨레 정의길 선임기자| 작성일2020-08-27 | 조회조회수 : 6,4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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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직원과 부부 사이 3각 성스캔들 파문
기독교계 리버티대 제리 폴웰 총장 사임
미국 복음주의 교단의 ‘트럼프 지지’ 선도
선친이 세운 대학 성장시켰으나, 잇단 구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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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폴웰 2세 리버티대학교 총장과 그의 부인 베키가 지난 2018년 11월28일 이 대학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 계열 리버티대학의 총장 제리 폴웰 2세가 25일(현지시각) 결국 사임했다. 폴웰은 호텔 수영장 직원과 부부 사이의 3각 성스캔들로 전날 사임설이 보도됐으나 이를 부인했었다.

리버티대는 이날 “이사회가 폴웰의 사임을 수용했고, 폴웰은 총장직과 이사회에서 즉각 퇴진한다”고 발표했다. 폴웰은 아내 베키 폴웰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호텔 수영장 직원의 폭로에 이어, 이 스캔들에 폴웰도 관여됐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미국 사회에 큰 논란을 불렀다.

폴웰은 미국에서 영향력이 큰 복음주의 교단의 유력 인사다. 대통령 당선 전 일찌감치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며 복음주의 세력을 트럼프의 지지 기반으로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등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하지만 마이애미의 퐁텐블루 호텔 수영장 직원 지안카를로 그랜다(28)의 폭로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그랜다는 24일 “폴웰 부부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관계를 맺었다”고 밝혔다. 그는 폴웰의 부인 베키의 유혹으로 성관계를 맺었고, 폴웰은 이를 지속적으로 지켜봤다고 주장했다.

폴웰은 그랜다보다 한발 앞서 23일 성명을 발표해 부인과 그랜다의 관계는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은 관련되지 않았고 최근까지 그랜다가 돈을 요구하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폴웰은 자신이 투자한 호텔에서 당시 부동산업에 대해 야망을 품은 그랜다와 만났는데, 곧 아내 베키가 그와 관계를 맺었고 자신은 몰랐다는 주장이다. 폴웰은 이 관계를 알고는 체중이 80파운드(36㎏)나 빠지는 등 고통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는 그와 거리를 두려고 했으나, 불행하게도 그는 점점 화를 내면서 공격적으로 변했다”며 “결국 그는 돈을 주지 않으면 베키와의 이 은밀한 관계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해, 나의 아내와 가족, 리버티대학을 당혹스럽게 했다”고 말했다.

양쪽의 주장이 엇갈리자, <로이터> 통신과 <폴리티코> 등 언론들은 그랜다와 회견을 하며 양쪽 관계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에 나섰다. 보도를 보면, 그는 스무살 대학생이었던 2012년 퐁테블루 호텔 수영장에서 일할 때 폴웰 부부를 만났다. 그랜다는 이 관계가 시작부터 ‘3자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베키가 먼저 자신에게 접근해 호텔 방으로 가자면서 “남편도 만남의 현장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랜다는 <폴리티코>에 “폴웰은 직접 지켜보는 것을 즐겼고 비디오 카메라를 통해 멀리서도 봤다”며 “그는 또 우리의 전화 대화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랜다는 부동산 관리자로서 ‘입신’을 꿈꾸는 젊은이였다. 폴웰 부부와의 관계를 지속한 이유도 마이애미에 부동산 투자를 하는 부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폴웰 부부는 그랜다와 관계를 맺은지 1년 뒤 마이애미 해변가의 한 유스호스텔을 인수하면서 아들 트로이와 그랜다를 공동소유자로 등록했다. 폴웰은 2015년 그랜다의 유스호스텔 지분을 매수해주겠다는 깜짝 제안을 했다고 그랜다는 주장했다. 폴웰은 그 과정에서 그랜다의 관심을 끄는 ‘다른 일’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한다는 얘기였다. 그랜다는 유스호스텔 지분 매수가 “정계 진출을 위해 폴웰이 3각 관계를 정리하려는 일환”임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폴웰이 약속한 유스호스텔 매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랜다는 복잡한 소유권 소송에 휘말렸다. 그랜다는 “나의 지분 24.9% 매입을 폴웰이 거절한 것에 대해 분노가 끌어올랐다”며 “마이애미 유스호스텔 송사를 해결하기 위해 약속했던 자금 제공이 이뤄지지 않았고, 폴웰 가족과의 관계도 정리하고 싶었다”고 폭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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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웰은 복음주의 교단에서 트럼프 지지를 선도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폴웰 부부와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한 사진. 제리 폴웰 트위터 갈무리

폴웰은 트럼프 취임 이후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고 행동도 점점 방만해지면서, 구설에 오르는 일이 잦아졌다. 폴웰은 이번달 초 휴가중에 인스타그램에 요트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부인의 비서 몸에 손을 감싼 사진을 올렸다. 부인의 비서 역시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있었다. 문제가 되자, 그는 이 사진을 삭제했으나 빗발치는 항의로 학교 쪽으로부터 무기한 정직을 받았다. 이에 앞서, 그는 트위터에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의 복장을 한 남자와 얼굴에 검은 칠을 한 마스크 쓴 남자의 사진을 올려, 이미 구설에 오른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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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키 폴웰, 지안카를로 그랜다, 제리 포웰 2세.(왼쪽부터) 로이터 연합뉴스

리버티대는 그의 아버지 제리 폴웰 1세가 1971년에 세운 학교다. 보수적인 기독교 목사로 ‘도덕적다수운동’이라는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 운동을 벌인 그의 아버지에 이어 폴웰이 총장에 취임해 대학을 크게 키웠다. 폴웰은 재임 중 10억달러 규모의 대형 건축 공사를 벌여, 이 학교를 미국 내 대표적인 복음주의 대학교로 성장시켰다. 학생 수는 10만명 이상으로 늘었고, 기부액도 16억달러에 달했다. 그가 트럼프 지지를 표방하며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키운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복음주의 세력의 트럼프 지지를 선도한 폴웰은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학교 및 복음주의 교단 안팎에서 비판받았다. 그랜다의 폭로가 있기 1주일 전, 리버티대 출신의 목사 50명은 학교 이사회에 편지를 보내 폴웰의 해임을 요구했다. 그들은 폴웰의 행태가 “대학의 명성과 예수 그리스도 이름에 대한 긍정적 증언을 고양하기 위해 공동체에서 열심히 일하는 많은 동문들을 당혹케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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