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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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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주중앙일보| 작성일2020-09-08 | 조회조회수 : 4,79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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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교회 목사의 반성문

"건물 중심 신앙 돌아봐야"

로마 전염병 물리친 신앙

사랑·희생정신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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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 멜 깁슨이 연출한 종교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의 한 장면. 인류의 죄를 대신한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12시간을 다뤘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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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


이사야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선지자다. 그의 예언을 적은 '이사야' 53장은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죽음을 당한 메시아 예수를 노래한다. 다음은 '이사야' 53장 5절이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흔히 '고난받는 종의 노래'로 불리는 대목이다.

서울 청파교회 김기석(64) 담임목사는 이 구절을 인류 역사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꼽는다. 위기의 시대, 인생의 숭고함과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준다는 이유에서다.

이 노래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에 탄생했다. 바빌론 유수(幽囚) 때다. 기원전 587년 유대인이 신바빌로니아 제국 수도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간 이후 50년 기간을 가리킨다. 팝그룹 보니엠의 히트송 '바빌론 강가에서'(Rivers of Babylon)도 떠오른다.

김 목사를 갑자기 불러낸 것은 코로나19 때문이다. 지난 7월 초순 유튜브에 공개된 그의 '코로나 시대,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 설교 영상이 화제다. 조회 수 65만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의 소임을 말하고 있다. 특히 제2차 대감염의 큰 원인으로 지목된 일부 교회의 대면 예배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김 목사는 우리는 지금까지 건물 중심의 신앙생활을 해왔다고 반성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된다. 예배 공간이 무너졌어도 '삶으로 드리는 예배'를 할 수 있다고 권한다. "대면 예배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하나님이 '너 교회에 왜 안 왔어' 하실 리가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자리가 곧 예배의 자리"라고 말한다. 삶으로 드리는 예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 목사는 바빌론 포로 중 한 명인 다니엘을 예로 든다. 다니엘은 예루살렘 성전으로부터 멀어졌지만 바빌론 다락방에 올라가 예루살렘으로 난 창문에 앞에 엎드려 하루 세 번씩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주어진 삶의 형편에 맞게 자기 정체성을 지켰다.

김 목사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우리가 우리에게 벌을 내린 것이다. 반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잘 믿고 잘 사는 법을 보여주었다. 이 위기를 극복할 능력도 주었다. 그것은 희생과 사랑의 예수 본연의 정신을 회복하는 데 있다. 자연을 망치고, 욕망만을 키워온 우리의 방만한 생활양식을 혁명적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김 목사의 온라인 주일 설교는 더욱 구체적이다. "교회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현장 예배를 드리지 못해서가 아니라, 예수 정신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이웃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예배 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또 그것을 참믿음으로 포장하는 이들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의 아픔과 상처를 당신으로 온몸으로 받아 안으셨습니다. 다른 이들을 살리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그 마음을 잃는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절절한 신앙고백이다. 김 목사는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내자"고했다. 종교학자 로드니 스타크의 '기독교의 발흥'을 인용했다. 서기 165년과 251년 두 차례 역병이 로마를 흔들었는데, 이때 기독교인은 다른 종교인과 달리 아픈 자를 돌보고, 목숨마저 내놓는 사랑과 선행을 펼쳤다. 변방에서 출발한 기독교가 세계적 종교로 발돋움한 역사적 배경이다.

신학자 톰 라이트도 '하나님과 팬데믹'에서 로마 전염병에 대처한 기독교인의 전통이 계속돼 이후에도 가난한 이를 위한 병원과 호스피스가 세워졌다고 적시했다.

김 목사는 문학에 밝은 이 시대 영성가로 꼽힌다. 지난 30일 설교에서 함민복 시인의 '말랑말랑한 힘'을 들려주었다. '배가 흔들릴수록 깊이 박히는 닻, 배가 흔들릴수록 꽉 잡아주는 닻밥'이다. 김 목사에게 닻은 물론 하나님이다. "교회의 잔해를 바라보는 것 같은 나날입니다. 아프고 쓰립니다. 지배와 억압의 로마제국에 살면서도 섬김과 나눔과 돌봄을 통한 평화를 꿈꾸었던 하나님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어컨의 '동굴의 우상'이 있다. 일부를 보고 전체를 평가하는 오류를 경계했다. 한국 교회를 '공공의 적'으로 내모는 것도 문제지만 기독교인의 자성 또한 절박한 요즘이다. 한국 종교인 2150만 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967만 명이 개신교인 아닌가. (2018년 문화체육부 조사)

이번 주말엔 당국과 교회의 부질없는 충돌을 보고 싶지 않다.


박정호 논설위원박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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