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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 - 슬기로운 가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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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천 위클리| 작성일2020-07-10 | 조회조회수 : 3,6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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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동네에서 사람을 못 만나고 산다면 영낙없이 창살 없는 감옥 아니겠는가? 지금 우리 모두는 코로나 때문에 창살 없는 감옥에 살고 있다.

경제가 열리기 시작하자 하향곡선을 기대했던 코로나 확진자 수가 갑자기 왕창 폭증하고 있다. 식당내 식사도 열자마자 닫혀버렸다. 맥도날드나 스타벅스도 ‘드라이브 스루’ 말고는 굳게 문이 닫혔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죽치고 앉아서 영양가 없는 이 애기 저 애기를 주고 받는 게 이민자들의 힐링타임이었다. 그런데 이 거대한 도심 속에 사람앉을 자리가 없다는 게 언어도단이다. 당연히 힐링타임도 사라졌다. 대인관계가 절벽이다 보니 가슴에 곰팡이가 서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에릭 가세티 시장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모두는 코로나 확진자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조언인 것 같지만 협박성에 가깝다. 웬만하면 집에 콕 박혀 ‘집콕’ 하는 게 상책이라는 말이다.

돈 없고 빽은 없지만 그냥 성실과 근면을 밑천삼아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는 보통사람들도 마음속에서 폭동이 일어날 것 같은 심정이다. 고분고분할 때가 따로 있지 코로나가 이렇게 염장을 지르는데 참는 데도 한계가 있는 거 아닌가? 이런 마당에 이 나라 대통령은 보건당국이 통사정을 해도 내 잘난 얼굴을 불명예스럽게 마스크로 덮을 수는 없다는 심보인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끝내 버티고만 있다. 이래 가지고 영(令)이 서겠는가? 두루두루 화가 난다.

어쩔 수 없다. 나는 또 집사로 전락하게 됐다. ‘집에서 사는 사람’을 '집사'라고 한단다. 내 아내는 누가 투표로 뽑아주지도 않았건만 '장노'가 되었다. '장노'는 ‘장기적으로 노는 사람’이다. 아내는 일하던 공립학교가 코로나 때문에 장기 휴교에 들어가면서 일찌감치 장노가 되었다.

요즘 거의 모든 집에는 회장님 한 분이 앉아 계시다. ‘거안실업 회장님’이시다. ‘거실과 안방만 오가는 실업자 회장’이란 말이다. 웃자고 누가 만든 말일 것이다.

우리 부부가 집사와 '장노'가 되어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는 건 모두 코로나 때문이다. 전혀 마음에도 없는 거안실업 회장 신세가 된 것도 그 놈 때문이다. 그 결과로 내 마음에 찾아든 모든 정신적 피해를 코로나에게 청구해야 마땅하다. 재산상의 피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피해 보상은커녕 당장 이 세상에 코로나를 이길 자는 한 명도 없다. 만약에 코로나를 다스리는 자가 나오면 당장 인류의 영웅으로 추앙을 받든가, 떼돈을 벌어 돈방석에 앉을 것이다. 코로나는 지금 천하무적이다. 대적할 대통령도 없고 어느 강대국도 코로나를 체포할 군대나 첨단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런 황당무계한 수퍼파워를 피해 숨을 곳은 그래도 집밖에는 없다.

거안실업 회장도 집이 있어 가능하고 장노와 집사가 되어 피신할 곳도 집밖에는 없다. 아! 코로나 때문에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우리들의 스윗, 스윗홈이다.

코로나의 피난처가 집이라고는 하지만 집에는 나만 사는 게 아니다. 가족이 있다. 보통 때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8시간을 살다가 저녁때면 집에 모이는 게 가족이다. 당연히 습관이 다르고 취향도 다르다. 오늘저녁 나는 냉면을 먹고 싶은데 아내는 비빔밥이 땡긴다고 한다. 나는 관중 없이 다시 시작한 골프채널을 보고 싶은데 아내는 한국의 ‘미스터트롯’을 보자고 한다.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워질 때가 많다. 이렇게 코로나가 불러온 24시간 집콕생활은 당연히 조화보다 갈등의 시간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래서 놀랍게도 코로나 이후 부부 이혼율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는 보도를 읽었다.

우리 집이라고 맨날 평화롭겠는가? 하루 종일 붙어 있자니 평화보다는 짜증이 대세다.

그런데 나는 발견했다. 코로나가 불러온 슬기로운 가정생활의 비결을! 요즘 한국의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란 TV연속극 때문에 ‘슬기로운 의원생활’, ‘슬기로운 직장생활’ 등 슬기롭다는 말이 뻔질나게 나온다. 그럼 나의 슬기로운 가정생활의 비결은? 밭으로 나가는 것이다.

우리 집 뒷마당엔 자동차 2대 세울 만한 밭, 자동차 1대 댈 만한 밭이 있다. 밭이란 족보에 올리기가 쑥스럽지만 우리는 ‘밭’이라고 부른다. 그 밭에는 지금 코로나 이후 심어놓은 토마토, 고추, 옥수수, 오이, 깻잎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미 상추는 엄청 많이 따 먹었다.

나와 아내는 이 밭에서 함께 일할 때 만큼은 평화 그 자체다.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부부가 따로 없다. 밭을 함께 가꾸는 일이 우리 집의 슬기로운 가정생활의 비결이다.

어느 날 아내는 뒤뜰에 무성하던 선인장을 정리하면서 큰 화분에 6개의 크고 작은 막대 선인장을 심은 화분을 밭 근처에 옮겨놓고 내게 설명했다. 2개의 선인장은 당신과 나, 그리고 또 하나는 시집 안 간 딸내미, 그리고 세 개는 결혼한 아들 부부와 지난주 생후 100일을 맞은 손녀, 그렇게 아내가 심어놓은 6개의 선인장을 바라보자니 갑자기 콧등이 시큰해졌다. 그래, 이 코로나 역경 중에도 가족이 있으니까, 가족이 우리 집 백신이요, 치료제가 아니던가?

요즘 혼자 웃으며 되새기는 오자성어가 있다. 처화만사성(妻和萬事成), 즉 아내와 화목하면 매사가 순조롭다는 뜻. 코로나의 유탄이 그렇게 슬기로운 가정생활의 지혜를 가져다주었다.


크리스천 위클리 cnwu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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