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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떠났지만 ‘트럼피즘’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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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뉴스M| 작성일2021-01-25 | 조회조회수 : 5,58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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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등장과 퇴장이 남긴 것, 다른 나라 일로 치부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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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백악관을 떠났지만 이른바 ‘트럼피즘’이라고 불리는 유산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 사진 출처 = Wavy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났다. 그리고 조셉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오늘, 2021년 1월 오늘, 내 영혼이 이 안에 있습니다. 미국을 하나로 묶는 것, 우리 민족을 단합시키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를 통합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바이든 새 대통령은 부드러우면서도 사뭇 결연한 어조로 단합과 통합을 외지만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트럼프를 신봉하다시피 하는 지지자들의 기세는 잦아들지 않을 기세다. 트럼프 스스로도 신당인 '애국당'(Patriot Party) 창당 방침을 밝혔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이 지점에서 다시 한 번 트럼프의 발자취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트럼프는 단순히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들의 정서를 건드려 콘크리트 지지층을 구축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피상적인 논평에 불과하다. 


트럼프는 이미 40년 전부터 대권을 노렸다. 트럼프가 처음 대중에 등장한 시점은 1980년 즈음이었다. 그때 트럼프는 가십 칼럼니스트 로나 베럿과의 인터뷰에서 대선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시 트럼프는 그랜드 센트럴 역 인근의 코모도 호텔 재개발 사업을 성사시키며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시절 트럼프는 잘 생겼고, 사업수완도 남다른 것처럼 보였다. 트럼프는 여세를 몰아 트럼트 타워를 건설하며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자신이 얻은 명성에 힘입어 대선출마를 호언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성공은 딱 그 지점에서 멈춰섰다는 게 사실에 부합한다고 본다. 트럼프는 항공사도 사들였고,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에 타지마할이란 카지노도 지었다. 거대 은행들은 그의 유명세를 믿고 앞다퉈 돈을 빌려줬다. 복수의 미국 언론에 따르면 대출자금 규모만 30억 달러에 달했다. 물론 트럼프의 재정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지만, 적어도 당시엔 문제되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트럼프는 '마이너스의 손'이었다. 항공사는 연간 8,5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카지노 역시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고, 결국 1년 만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지경까지 몰렸다. 


이쯤되면 어지간한(?) 사업가는 재기불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달랐다. 채권회수에 나서야 할 은행이 먼저 파산 선고를 꺼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트럼프의 채무가 워낙 막대하다 보니 파선 선고를 하면 트럼프의 자산이 동결돼 채권회수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한때 '대마불사'란 낱말이 유행어처럼 회자된 적이 있었다. 이 낱말은 고용규모나 자금력이 강한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파산이 경제 시스템의 재앙을 불러온다는 의미로 흔히 쓰였다. 그런데 트럼프는 역도 성립함을 몸소 입증한 셈이다. 


언론이 환상 만들고, 소셜미디어가 퍼뜨리고 


사업에 실패했어도 트럼프는 광고나 리얼리티 쇼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꾸준히 과시해왔다. 트럼프 스스로 언론 노출을 즐기는 양상이었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트럼프를 자수성가한 사업가, 난관을 극복한 사업가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하지만 속살은 달랐다. 트럼프는 거짓말을 하고, 이를 덮는데 능수능란했다. 퓰리처상을 받은 적이 있는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 제임스 볼은 자신의 책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에서 이렇게 적었다. 


"공격적이지만 증거 없는 주장을 한 다음, 뭐가 됐든 자기 말을 입증해줄 만한 것을 찾는다. 그러다 증거로 삼을 만한 대상을 포착하면 자신의 주장을 공격하는 자에게 인신공격을 가한다. 그의 최종 진지는 믿음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통째로 믿어야 한다. (중략) 트럼프에게는 정책의 세부 사항을 잘 몰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전술이 있다. 바로 진위 문제를 논란으로 확대하는 정치적 재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트위터는 트럼프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트위터를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다시 한 번 제임스 볼의 지적을 인용한다. 


"이외에도 트럼프는 종종 트위터에 텔레비전 방송을 올리고 자신이 나온 방송도 주기적으로 업로드해서 대통령이 즐겨 보는 방송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당연히 해당 방송의 광고료는 치솟는다."


고등교육을 받지 못해 일자리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 그중에서도 백인들은 트럼프에게서 꿈을 봤다. 즉, 트럼프가 자수성가하고 난관을 극복했으며 기성 언론의 비아냥에도 자신만의 길을 갔듯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는 꿈을 품었다는 말이다. 


언론이 먼저 이런 환상을 빚어냈고, 소셜미디어는 환상을 지지자들에게 확산시켰다. 그러니 열성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무슨 말을 해도 맹신하고, 트럼프가 선거에서 패배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트럼프는 기존 경제 시스템과 언론와 소셜미디어의 맹점을 비열할 만큼 이용해 대권까지 거머줬다. 트럼프의 퇴장 이후에도 트럼프 자신, 혹은 그와 비슷한 인물이 또 다시 등장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트럼프의 등장과 퇴장을 비단 미국만의 일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우리라고 '트럼프 현상'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언론이 문제다. 이른바 '주류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기 급급하고, 클릭수를 유도하기 위한 기사를 쏟아내기 일쑤인데다, 어느 진영에 속하느냐에 따라 사실 자체를 취사선택하는 관행이 만연한 우리나라에선 트럼프 같은 인물이 나올 최적의 환경이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하면 '트럼프현상' 혹은 '트럼프주의'(Trumpism)를 막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더 많은 성찰이 필요하겠지만, 현 시점에선 언론과 언론을 수용하는 독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한국 시민들은 주류 언론이 의도적으로 정파적 보도를 생산한다는 점을 이미 간파했다. 


새 대통령을 맞은 미국은 어떨까? 


지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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