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은 말한다 ‘침묵하라, 받아들여라’
비터부러쉬
(Bitterbrush)
몇 마리의 목축견들과 말들을 벗 삼아 조그마한 오두막에 기거하며 여름이 끝날 때까지 소 떼들을 관리해야 하는 넉 달 동안의 임시직에 고용된 홀린 피터슨과 콜리 모린. 젊은 나이에도 말 타는 솜씨와 소들을 다루는 기술이 능숙한 거로 보아 그들이 이 분야의 베테랑임을 알 수 있다. 에멜리 매다비안 감독은,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기 여성들이 여름 한 철 궂은 날씨와 위험한 환경 속에서 임시직을 수행하며 보내는 외로운 여정을 쫓으며 미국 서부의 숭고한 대자연 속에서 그들의 내면이 더욱 성숙해져 감을 포착해낸다.
시골에서 자란 홀린과 콜리는 어려서부터 유목 생활에 대한 동경심을 지니고 살았다. 이들은 지금의 임시 고용이 끝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병상의 어머니가 걱정되는 콜리는 자신의 불안한 미래에 대하여 토로한다. 얼마 전 사랑하는 개를 잃은 홀린은 아직 그 슬픔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앞으로 자신들의 삶에서 펼쳐질 많은 변화들에 대하여 담대하다.
두 여성의 삶과 자연을 연결하는 방식은 대체로 침묵이다. 자연은 늘 인간에게 그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방법을 제시해왔듯이 홀린과 콜리는 복잡한 세상사와 끊임없는 삶의 모순들에도 동요하지 않는 자연의 침묵과 모든 것을 수용하는 마음을 배운다. 그리고 자연의 경이로움, 끝이 보이지 않는 평야와 거대한 산맥에 둘러싸여 그들의 삶 앞에 한없이 열려 있는 넓은 공간과 가능성을 들이마신다.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과 대자연의 섭리 앞에서 인간은 경건해질 수밖에 없다. 유목 생활이 끝나고 여름이 지나갈 즈음 두 사람은 자연이라는 벗으로부터 터득한 진리를 마음에 담고 새로운 인생을 향하여 묵묵히 걸어나갈 것이다. 지독히도 느리게 움직이는 자연의 위엄에 처음부터 두 사람의 부유하는 삶이 압도되어 버렸던 것처럼.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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