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보고만 있었냐고요?” ‘방관’ 화두 던진 ‘D.P.’
“왜 보고만 있었냐고요?” ‘방관’ 화두 던진 ‘D.P.’
  • 지유석
  • 승인 2021.09.0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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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군 부조리 고발한 넷플릭스 드라마 ‘D.P.’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 넷플릭스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 넷플릭스

요사이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화제다. 처음엔 탈영병 체포 임무를 수행하는 헌병대 DP조의 이야기라고 하기에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보고나니 이 드라마는 단지 DP조의 활약상을 그린 게 아니었다. 그보다 군 전반에 만연한 부조리를 고발하는 드라마였다. 적어도 내 시선엔 그랬다.

주인공 안준호 이병역의 정해인은 반듯하면서도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오는 반항기 어린 연기를 보여주며 분위기를 주도해 나간다. 상대역 한호열 상병으로 분한 구교환은 사뭇 가라앉을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에 감칠맛을 더해준다. 

여기에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는 조심스럽게 ‘방관’이란 화두를 던진다. 그가 던진 화두는 마지막화인 6화 ‘방관자들’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임무를 마친 안준호 이병(정해인)은 탈영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심우석 일병을 찾아간다. 안 이병은 심 일병 앞에 고개를 숙인다. 그때 심 일병의 누나가 심 일병 곁에 있었다. 

누나는 안 이병에게 친구냐고 묻는다. 안 이병은 심 일병의 후임이었다며, 그가 착하고 성실했다고 전한다. 

이때 심 일병의 누나는 원망 섞인 어조로 묻는다. 

“근데 왜 보고만 있었어요? 그렇게 착하고 성실한 애가 괴롭힘 당할 때 왜 보고만 있었냐고요?”

안 이병은 죄송하다며 다시 한 번 고개를 떨군다. 

누군가 보고만 있지 않았다면?

이 장면을 보면서 마음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군 부대 내 가혹행위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군대 경험을 가진 다양한 세대의 남성들이 각자 군생활에서 당한 가혹행위 피해를 털어 놓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나섰으니 말이다. 

나 스스로 군 복무 시절을 복기해 보면 각 내무반마다 가혹행위를 일삼는 선임병이 꼭 한 명은 있었다. 

선임병이 가혹행위를 가할 때 마다, 후임병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숨죽이고 지켜보는 일이다. 그리고 적어도 내 경우엔 저항이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고참이 복부를 주먹으로 가격하면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버티고 서 있어야 하는 줄 알았다. 그걸 당연히 여겼다. 왜냐고? 군대니까.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래선 안되는거였다. 아무리 선임병이라고 해도 부당한 가혹행위엔 맞서야 했다. 동료나 나보다 더 낮은 계급의 후임병이 고참에게 부당한 행위를 가했을 때 역시 보고만 있어선 안 되는거였다. 그저 ‘군대니까’란 얄팍한 생각에 부조리를 그저 보고만 있었던 나 자신이 너무 후회스러웠다. 

넷플릭스 드라마 'D.P.'는 군 부조리를 고발하는 한편, 방관이란 화두를 던진다. ⓒ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D.P.'는 군 부조리를 고발하는 한편, 방관이란 화두를 던진다. ⓒ 넷플릭스

좀 더 시야를 확장해 보자. 최근 몇 년 사이 군 내부에서 꽃다운 젊은이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군 고 이 아무개 중사, 그리고 2014년 선임병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숨진 고 윤 아무개 일병의 사연은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인다. 누군가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면, 보다 못한 누군가가 제동을 걸었다면 고 이 중사와 고 윤 일병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적어도 그들이 목숨을 잃는 비극은 없지 않았을까? 

우리 사회라고 해서 방관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다시 고 심우석 일병 누나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자. 심 일병 누나는 안준호 이병에게 이렇게 말한다. 

“마음에 남아요. 힘들다고 그랬었는데, 남들 다가는 군대가 뭐가 힘드냐고 그랬거든요.”

우리 사회도 이런 모습 아니었을까? 가혹행위로 힘들어하고, 부조리로 아파하는데 우리 사회는 ‘남들 다가는 군대 뭐가 힘드냐’고 이들의 아픔을 무시하지 않았을까? ‘나 땐 더했어’ 혹은 ‘그저 중간만 해’라고 핀잔을 주며 이들을 부대로 돌려 보낸 게 우리 사회 아니었을까? 

이제 더 이상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러 간 젊은이들이 부대를 이탈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방관해선 안 된다. 지금, 그리고 곧 군 복무를 해야 할 후배들을 지켜야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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