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현 교수, 카이퍼 서거 100주년 맞아 위대한 연설문 140년 만에 번역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 (박태현 옮김/다함)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는 1880년 10월 2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새교회(De Nieuwe Kerk)에서 그 유명한 자유대학교(Vrije Universiteit) 개교연설을 했다. 그 연설은 개혁주의 사상의 정수인 ‘영역주권’을 만방에 알린 기념비적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우리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만유의 주재이신 그리스도께서 “나의 것이다!”라고 외치지 않는 영역은 한 치도 없습니다.” 

카이퍼의 자유대학교 개교연설문이 140년 만에 번역됐다.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도서출판 다함) 71쪽에서 이 문장을 읽을 때, 전율했다. 카이퍼가 개교연설을 마치는 기도를 할 때도 몸이 떨렸다. “만일 이 기관이 (주님의) 은혜를 자랑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의도하거나, 다른 것을 원한다면, 이 기관의 벽들을 무너뜨리시고 파멸시키소서!”(86쪽)

2020년 11월 8일, 아브라함 카이퍼(1837~1920) 서거 100주년을 맞은 날이다. 총신대학교 박태현 교수가 네덜란드어 원문을 번역해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을 한국교회에 선물했다. 종교개혁주간에 박 교수를 만났다.  

박태현 교수는 네덜란드 아펠도른신학교에서 공부했다. 실천신학(설교학) 전공이지만 신칼빈주의 시대를 연 아브라함 카이퍼를 연구해 왔다. 지난 2015년 총신대 죽산기념강좌에서 ‘아브라함 카이퍼와 자유대학교’를 발표하고 신학지남(323호)에 논문을 실었다. 논문을 작성하며 초역해 놓은 개교연설문을 최대한 쉽게 번역해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으로 출간했다. 

책을 읽는 동안 카이퍼의 연설을 직접 듣는 것처럼 생생했다. 하지만 화려한 언변과 비유, 깊이 있는 사상과 통찰이 어우러진 연설문을 집중해서 읽어야 했다.

“카이퍼의 글은 쉽지 않습니다. 카이퍼는 문학적인 언어를 즐겨 사용합니다. 이 연설문은 네덜란드의 문화와 역사와 정치 상황 속에서 자유대학교를 개교하는 의미를 밝히고, 개혁파 영역주권의 원리를 드러냅니다. 19세기 당시의 네덜란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카이퍼의 문학적 표현을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카이퍼는 개교연설에서 “영역주권이라는 단 하나의 개념을 통해” 자유대학교 개교의 국가적 의미와 학문의 목적을 밝히겠다고 말한다. 또한 ‘영역주권’의 개혁파 원리 아래, 자유대학교는 신학은 물론 의학, 법학, 자연과학, 문학 등 세상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주권을 세우겠다고 선언한다. 카이퍼는 그 선언을 “그리스도께서 “나의 것이다!”라고 외치지 않는 영역은 한 치도 없습니다”라고 표현했다. 

박태현 교수는 이 선언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설명했다. “당시 네덜란드는 물론 유럽 대륙은 ‘오직 성경’의 종교개혁 정신을 잃어버렸습니다. 계몽주의와 자유주의신학이 지배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실망한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도피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카이퍼는 칼빈에서 비롯된 영역주권을 외치며 자유대학교를 개교했습니다. 단지 교회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주권을 드러내어 세상의 문화를 변혁시키는 그리스도인들을 길러내기 위한 종합대학교를 세운 것이지요.”

위대한 칼빈주의자 아브라함 카이퍼 서거 100주년을 앞두고 박태현 교수(총신대)가 자유대학교 개교 연설문을 번역한 책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을 출간했다. 경기도 양지 자택에서 만난 박태현 교수는 “카이퍼의 위대함은 학문적으로 칼빈주의를 다시 세운 것을 넘어, 사회 각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경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대한 칼빈주의자 아브라함 카이퍼 서거 100주년을 앞두고 박태현 교수(총신대)가 자유대학교 개교 연설문을 번역한 책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을 출간했다. 경기도 양지 자택에서 만난 박태현 교수는 “카이퍼의 위대함은 학문적으로 칼빈주의를 다시 세운 것을 넘어, 사회 각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경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이퍼는 1517년 이후 불과 200여 년 만에 종교개혁 정신을 잃어버린 교회와 사회를 마주하고 있었다. 국가는 진리 추구의 전당인 대학을 장악하여 개혁파 원리에 기초한 대학교 설립을 방해하였고, 자유주의 신학에 물든 교회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가려는 개혁파들을 내쳤다. 사회와 문화는 하나님 대신 이성과 과학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2020년 한국 사회의 모습, 교회의 현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카이퍼는 자유대학교를 개교했고, 교육과 언론을 통해 영역주권을 설파하며 문화를 바꿔나갔다. 그는 네덜란드 수상의 자리에 올라 정치(국가)의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주권’을 드러냈다.  

“영역주권이란 단어는 카이퍼 이전에 흐룬 판 프린스터러를 비롯해 많은 학자들이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카이퍼의 영역주권’이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카이퍼가 학문으로만 영역주권을 외친 것이 아니라, 사회 각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주권의 실현을 위해 경주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카이퍼를 문화변혁자, 문화혁명가로 칭하는 것입니다.”

박태현 교수는 한국의 그리스도인 역시 이 시대와 사회 속에서 문화혁명가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비판받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영역주권’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교회에만 헌신하는 성도, 복음을 개인 차원에 국한하는 신앙을 갱신해야 합니다. 카이퍼의 영역주권은 한국 사회와 문화와 모든 영역이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있으며, 이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도록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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