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정부는 우크라이나 거주 재외국민들을 강제 이동시켰다. 여권법에 따라 이동에 응하지 않을 시 범법자로 분류돼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선교사들이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수십년동안 살아온 선교지를 떠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국내 주요 교단들은 국가에서 조치를 취하기 이전부터 파송 선교사들에게 귀국 및 이동을 권고했지만 선뜻 내키지 않은 게 사실이다.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러시아 서남부 크라스노다르의 공군기지에 배치된 신형 Su-34 전투기들을 촬영한 위성 사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를 3면에서 포위한 형태로 병력과 장비를 집결시키고 훈련을 벌여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러시아 서남부 크라스노다르의 공군기지에 배치된 신형 Su-34 전투기들을 촬영한 위성 사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를 3면에서 포위한 형태로 병력과 장비를 집결시키고 훈련을 벌여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총회장 고명진 목사)는 이동을 권한 교단 중 하나다. 교단에서 파송한 선교사는 모두 6명. 사태가 심화되기 이전부터 선교사들에게 이동을 권했다. 현재 선교사 전원은 우크라이나에서 이동해 국내와 인근 국가에서 체류 중이다. 체류 장소는 교단 측에서 마련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비상연락망도 구축했다. 현지선교회와 화상통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해 선교지 상황에 대응할 예정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예장통합·총회장 류영모 목사)의 경우 현지선교회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우크라이나 현지선교회가 비상회의를 열어 선교사 가족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총회 세계선교부에 협력을 요청했다.

이에 예장통합 세계선교부는 지난 10일 실행위원회를 통해 귀국을 원하는 선교사들에게 일시 귀국을 허락하고 교통비 및 자가격리 숙소 지원을 결정했다. 현지선교회와도 긴밀히 연락하며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이철 목사)가 파송한 선교사 2가정은 인근 국가인 불가리아와 폴란드로 이동했다. 이전부터 기감 측이 이동 권고를 했지만 선교사가 강하게 남겠다는 의지를 보여 이동이 차일피일 미뤄지다 국가 차원에서 강제적 철수 명령을 내려 어쩔 수 없이 넘어갔다. 기감 측에 따르면 이런 상황이 2주~3주가량 지속되면 선교사 가정 모두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예장합동·총회장 배광식 목사)는 선교사 10가정 중 2가정이 우크라이나에 남을 수 있었다. 현지인과 결혼한 선교사들이다. 우크라이나 영주권 제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인과 결혼한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영주권을 가지며 이민비자를 신청할 자격을 얻는다. 2가정을 제외한 나머지 가정들은 우크라이나에 남겠다고 했지만 정부 조치에 따라 이동했다.

▲지난 2019년 서울 도봉구 그날교회에서 간 필리핀 선교 현장(사진제공=그날교회)
▲지난 2019년 서울 도봉구 그날교회에서 간 필리핀 선교 현장(사진제공=그날교회)

선교사들이 현지에 남으려는 이유는 책임감이 크다. 현지서 느끼는 위기감도 외부에서 보는 것과 차이가 있다고 선교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위기관리원 김정한 원장은 “현지는 굉장히 차분한데 언론을 통해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심각할 때가 많다”며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우리는 담담한데 세계적으로 난리인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된다”고 밝혔다.

이번 러시아 침공 사태 초반에도 우크라이나 내부는 조용했다고 한다. 1차적인 판단은 선교사에게 맡기는 셈이다. 상황이 심화될 경우에는 지역 선교부에서 이동을 권고한다.

김 원장은 “수십년을 선교지에서 살아온 선교사보다 현지 상황을 잘 알 수 없는데다 총회 차원에서 강제적으로 귀국 명령을 할 수는 없다”며 현장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귀국이나 인근 국가로 이동했을 때 체류비, 이동 경비를 일체 지급하기는 힘들지만 도움을 요청하시는 선교사님들에 한해 가능한 선에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서부 벨고로트주의 한 지역을 지나는 탱크.(사진출처=연합뉴스)
 ▲러시아 서부 벨고로트주의 한 지역을 지나는 탱크.(사진출처=연합뉴스)

 

[전화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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