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⓶] 세계 최대 예수상 ‘사기극’, 언론도 공범이다 
[기획 ⓶] 세계 최대 예수상 ‘사기극’, 언론도 공범이다 
  • 지유석
  • 승인 2023.01.30 0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념관 건립 사업 홍보 치중, 사업 실효성 ‘검증’ 소홀 

한국기독교기념관 건립 사업을 주도하는 인물은 황학구 이사장이다. 

황 이사장은 여러 개신교계열 인터넷 매체를 통해 소개됐다. 그런데 황 이사장을 다룬 기사 대부분은 한국기독교기념관 건립 사업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한국기독교기념관 건립 사업을 주도하는 인물은 황학구 이사장이다. 황 이사장은 여러 개신교계 매체와 인터뷰 하면서 사업을 적극 홍보했다. 그러나 최근 황 이사장이 사찰 대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 K신문 보도화면 갈무리
한국기독교기념관 건립 사업을 주도하는 인물은 황학구 이사장이다. 황 이사장은 여러 개신교계 매체와 인터뷰 하면서 사업을 적극 홍보했다. 그러나 최근 황 이사장이 사찰 대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 K신문 보도화면 갈무리

황 이사장은 2021년 4월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세계 최대 92m 예수상 건립 취지는 우상 숭배를 하기 위함이 절대 아니며, 하나님나라 확장과 동방의 예루살렘을 의미하는 대한민국의 랜드마크이자 복음을 목적으로 건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의 자유여신상을 보면서 절을 하지 않듯이, 예수상도 우상이 아닌 기독교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한국기독교기념관을 하나님께 봉헌 드리는 날 하나님께서 웃으실 모습만 생각해도 벌써 배가 부르다. 궂은일이 생겨도 그때마다 주님께 간절히 기도로 구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미사여구 이면에 있는 황 장로의 지난 행적, 신앙관을 되짚어 보는 보도는 찾을 수 없었다. 

그의 과거 행적과 관련해선 수감생활을 했고 감옥에서 “유기성 목사 저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를 보고 사람이 살아가는 다른 방향이 있다는 걸 가슴에 담았다”는 증언만이 유일하다. 

이어 개신교계 매체들은 지난해 12월 한국기독교기념관 건립 사업과 세계 최대 예수상 착공 기념예배 소식을 앞다퉈 다뤘다. 이미 2021년 10월 천안시가 한국기독교기념관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했고, 이 사실이 본지를 포함해 여러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도 그 어떤 매체에서도 착공 기념예배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은 없었다. 

여기에 한국기독교기념관 사업이 재차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황 이사장의 이력과 관련,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국민일보>는 2023년 1월 27일차 “[단독]‘천안 예수상’ 추진한 황 장로는 사찰 대표였다”란 제하의 보도에서 “한국기독교기념관과 한국교회연합이 충남 천안시에 짓겠다고 주장하는 기독교 테마파크 바로 옆에 황 장로가 대표로 있는 ‘대한불교 임제종 국원사’가 사찰을 짓겠다며 천안시 서북구청에 건축허가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미 한국기독교기념관 건립 사업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언론 역시 한국기독교기념관 건립이라는 기획사기극에 조연 구실을 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기독교기념관은 버젓이 홍보관과 137m 규모의 세계 최대 예수상 건립을 홍보하는가 하면 지난해 12월엔 착공 감사예배까지 드렸다. 그러나 이들은 관할 천안시로부터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상태이니 주의를 요한다. Ⓒ 한국기독교기념관 홈페이지 화면갈무리
한국기독교기념관은 버젓이 홍보관과 137m 규모의 세계 최대 예수상 건립을 홍보하는가 하면 지난해 12월엔 착공 감사예배까지 드렸다. 그러나 이들은 관할 천안시로부터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상태이니 주의를 요한다. Ⓒ 한국기독교기념관 홈페이지 화면갈무리

한편 한국기독교기념관 사업이 그리스도교 윤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건강한 작은교회 만들기 운동에 앞장서온 인천 세나무교회 이진오 목사는 “우리 시대 목회자들은 예수 이름을 팔아 관광용 예수상을 만들려한다”며 “이는 137년 한국 기독교를 기념하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137년 한국 교회를 모욕하는 행태이며 부패로 망가져 가는 교회를 무너트리는 죄악”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신학대대학원에서 교의학 교수로 재직했던 박영돈 현 작은목자들교회 담임목사도 “한국기독교기념관이 예수상을 건립한다며 거짓 홍보를 일삼는 데 대해 놀랍다. 목사와 장로라는 자들이 얼마나 신학적으로 무지하며 신앙이 왜곡되고 부패했으면 그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라고 개탄했다.

박 목사는 그러면서 “오늘날 한국교회에 살아있는 예수의 형상들은 사라져가고 대신 돌로 만든 죽은 형상이 등장하려고 한다. 지금이라도 범 교단적으로 그 일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