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한 학교의 '남학생+'화장실 입구(사진출처=미국 시카고 교육(CPS)트위터 캡처)
 ▲미국 시카고 한 학교의 '남학생+'화장실 입구(사진출처=미국 시카고 교육(CPS)트위터 캡처)

미국 시카고의 한 학교에서 생물학적 성이 아닌 각자가 생각하는 성 정체성을 기반으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성 정체성 포용적 화장실'이 설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남학생도 스스로 여성이라고 우기면 여자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성범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 교육청은 최근 관할 교육청 산하 초·중·고등학교에 남성 전용·여성 전용으로 구분돼있던 교내 화장실을 '남학생 플러스'(Boys+)·'여학생 플러스'(Girls+)로 재구분했다. 

이전까지 각 학교장 재량에 따라 설치됐던 '성중립적' 1인용 화장실도 시내 모든 학교에 설치하기로 했다. '성중립적' 화장실은 성별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말한다.   

교육청은 "교내 화장실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며 "연방 교육부 인권국이 성전환 학생들의 권리 옹호를 위해 내린 지침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둘러싼 학생과 학부모 반발은 거세다.

학부모들은 "어이없는 결정"이라며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서명운동을 주도한 학부모는 "이제 남학생도 마음먹기에 따라 여학생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저학년 여학생 혼자 있는 화장실에 고학년 남학생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교육공무원들이 제정신인건지, 진보적 관념에 취해 기본적 품위를 잃은 건 아닌지 의아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학부모는 "고등학생인 내 아들하고도 동시에 한 화장실 안에 머물지 않는다"면서 "이 광적인 정책이 얼마나 많은 아동·청소년에게 평생 씻지 못할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고 비난했다.

'성중립 화장실'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국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최근 국내 대학교 최초로 서울 성공회대학교가 성중립화장실인 '모두의 화장실' 도입을 추진하면서다. 

성공회대 학생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는 지난 5월 성공회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운영 계획을 심의하면서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의결했다. 하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반대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섣불리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게 학교 측 입장이다. 

성공회대에 따르면 지난 5∼6월 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비대위)가 학내 구성원 502명을 대상으로 모두의 화장실 찬반 설문조사를 한 결과 52%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대부분 불법 촬영 등 범죄에 대한 우려 에서였다. 

학교 측은 "화장실 설치가 가시화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후에는 설치를 반대하는 학생 358명의 연서명이 학교본부에 도착하기도 했다"며 "비대위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성중립화장실 설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자유와평등을위한법정책연구소 전윤성 미국 변호사는 "성중립화장실의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성소수자들의 인권 보호를 앞세우고 있지만 이는 여성의 안전권과 인권을 침해한 또다른 역차별"라면서 성범죄에 대한 우려를 가장 크게 나타냈다. 

전 변호사에 따르면 실제로 캐나다의 한 대학교에서는 성중립 화장실에서 남학생들의 불법 촬영이 발각돼 체포된 사례도 있었다. 이밖에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해 성중립 화장실을 폐쇄하는 일도 벌어졌다. 

전 변호사는 "성중립화장실은 본인이 인식하는 대로의 성을 인정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성윤리의 붕괴는 물론 학교, 직장, 스포츠계 등 여러 영역에서 불공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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