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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만 공부한 목사, 일자리 찾는 게 쉽겠나"

이중직 목회자 실태 조사 발표 (2ㆍ끝)

김영규 목사는 샌타모니카 지역 방주교회에서 시무하고 있다. 이 교회는 매달 한인 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사랑의 점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목사는 방주교회에서 2대 목사로 시무하며 현재 LA다운타운 자바시장 샌피드로 마트에서 경비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김영규 목사는 샌타모니카 지역 방주교회에서 시무하고 있다. 이 교회는 매달 한인 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사랑의 점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목사는 방주교회에서 2대 목사로 시무하며 현재 LA다운타운 자바시장 샌피드로 마트에서 경비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목회자의 이중직은 시대적 흐름상 필요하다. 교단마다 이중직에 대한 정책 변경 또는 지원에 앞서 더 시급한 건 인식 전환이다. 무작정 이중직을 장려한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하고 이중직 감당을 위해 준비가 필요하다.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와 지앤컴리서치가 한국내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이중직 목회자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미주 지역 한인 목회자 역시 대부분 교단 또는 신학적으로 한국에 뿌리를 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 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소형교회·젊은 목사 이중직 많아
팬데믹 사태 이유로 가속화 양상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큰 이유 작용
"무조건 장려만 한다고 능사 아냐"
일자리 적응 못해 중도 포기도
어느정도 전문성 준비작업 필요


이번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는 모두 소형교회(출석교인 50명 이하) 목회자가 참여했다. 결과는 서글픈 현실을 담고 있다.

우선 목회자 2명 중 1명(48.6%)은 '이중 직업(Bi-Vocational)'을 경험했다.



이중직을 경험한 목사 중 40대 이하 목회자가 37.6%다. 사실상 목회 경력이 적은 젊은 사역자들인 셈이다.

특히 팬데믹 사태는 목회자들이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속화했다.

응답자 4명 중 1명(27.3%)이 팬데믹 사태가 불거진 '2020~2021년까지 이중직을 수행했다'고 답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측은 "팬데믹으로 인해 교회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이중직 목회자가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인 교계도 상황은 크게 다를 바 없다.

미주 지역 한 대형교회에서 시무장로로 재정을 담당했던 유기범씨는 "팬데믹 기간 동안 소형 교회를 중심으로 교회 인력을 줄인 곳이 많았다"며 "헌금 감소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주된 이유일 텐데 사역자들 역시 불가피하게 교회를 떠나야 하는 일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인수가 적은 소형교회일수록 목회자가 사례비(목사 월급)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목회자 김모씨는 LA지역 중소형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을 했었다.

김씨는 "보통 소형교회일 경우 부목사 사례비는 월 3000달러가 채 안될 것"이라며 "특히 전도사일 경우는 2000달러도 못 받는다. 목회 외에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은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 결과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목회자의 이중직 선택은 대부분 경제적 문제와 관계가 있다.

목회자 5명 중 3명이 이중직을 선택한 이유와 관련 '어려운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60.5%)'라고 답했다. 사실상 목회자들이 생계를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회에 의존하지 않고 소신껏 목회하고 싶어서(19.5%)' '믿지 않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선교적 교회를 하기 위해서(9.1%)' 등의 답변은 적었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목회자의 이중직 현실은 다소 암울하다. 종교인에게 현실은 너무나도 냉정하다. 넓은 의미에서 종교의 신앙과 교리를 연구하는 신학(theology) 전공으로는 사회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목회자가 되는데 필요한 석사 과정(목회학.M.Div)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상 종교와 무관한 영역인 일반 사회에서는 신학 전공이 실무적으로는 무용지물이다. 특히 팬데믹 사태 이후 신학만 공부한 목회자가 특별한 기술이나 특기 없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한다는 건 쉽지 않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서도 목회자의 18.2%가 '별다른 재능 또는 기술이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이중직을 찾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이중직 목회자의 취업 직종은 노무직(22.3%)이 가장 많았다. 이어 자영업(15.9%) 택배(15%) 학원(14.1%) 대리운전(9.1%) 카페(8.6%) 등의 순이다.

이러한 결과는 목회자들에게 무작정 이중직업을 장려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대안과 실질적인 직업 교육 준비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회계사로 활동하면서 목회를 병행하는 준 최 목사(어바인)는 "목회자의 이중직업은 분명 필요하지만 교계가 이 문제를 간단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목회 외에 다른 영역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추려면 그 이상의 부단한 노력과 준비도 필요하다. 목회만하던 사역자들이 갑자기 사회로 나가 일한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중직을 경험한 목회자들에게 이중직을 중단하게 된 이유를 물었더니 응답자 4명 중 1명이 '해고됐다(23.6%)'고 답했다.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21.2%)'라는 응답이 두 번째였다. 사실상 절반 가량의 목회자가 노동에 대한 부적응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이중직을 그만둔 셈이다.

목회와 다른 직업을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다. 목회자의 54.5%는 '목회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이중직을 찾기 어렵다(54.5%)'고 답했다.

빈 이 목사는 텍사스 지역 크라이스트포더네이션(CFTN)에서 공부한 뒤 현재 한국으로 나가 어벤저스교회를 개척했다. 이 목사는 한국에서 목회 외에 통역사 영어 교사로 일을 하고 있다.

이 목사는 "코로나 이후 많은 부분에서 종교 사역자가 먹고 사는 부분이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라며 "먹고 산다는 건 절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사역자라면) 현실적 문제를 등한시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수준의 삶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하나님도 잘 섬길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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