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장로의 죽음과 교회의 무지
A장로의 죽음과 교회의 무지
  • 양재영
  • 승인 2021.06.06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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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뉴욕소재 한인교회인  M교회에선 조촐한 장례식이 열렸다. 그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던 A장로가 얼마전 소천했기 때문이다. 예식은 차분하고 경건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교회 밖에서는 이 죽음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은 그분의 사인과 관련한 것이다. 유족들은 고인의 사망은 고령으로 인한 폐렴이었다고 믿고 있다. 반면, 같은 교회에 출석한다고 밝힌 한 교인은 성가대에서 시작된 코로나 확진이 A장로의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M교회의 한 교인은 “지난 3월 성가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로인해 최소 네 가정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때 A장로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그로인해 돌아가셨다”고 언급했다. 

사실,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A장로의 사인이 무엇이냐가 아니다. 그들은 교회와 담임목사의 방역 준수에 대한 무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하나님의 은혜로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다는 논리로 정부의 지침을 가볍게 여기는 목사와 교회의 무지가 이번 사태의 주범이다”며 “이러한 행태가 과거에도,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예배 영상을 확인해 보았다. 확진자가 나왔다는 지난 3월, 10여명의 성가대원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도 준수하지 않고 있었다. 확진자가 나온 이후에 열린 4월 부활절 예배 영상도 찾아봤다. 25명의 성가대원들이 마스크는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3월보다 거리가 더 좁혀진 상태에서 찬양을 하고 있었다. 

M교회 3월 성가대(위)와 4월 부활절(아래)
M교회 3월 예배 당시의 성가대(위)와 4월 부활절 예배 당시 성가대 모습(아래)

뉴욕주의 금년 3월과 4월의  방역지침에 따르면 교회 예배는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의무화하고 있었다. 3월 7일에 배포된 지침에서 뉴욕 주지사인 앤드류 쿠오모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날까지, 우리는 모두 효과적이라고 밝혀진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및 마스크 착용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대체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교회가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이 적지 않음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의 한인교회들은 대체적으로 방역지침을 잘 지켜서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지 않아왔다. 하지만, 한인교회들이 밀집한 뉴욕과 LA 등의 대도시에서 사회적 지침과 동떨어진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는 제보 또한 적지 않다. 

M교회는 연합감리교회(UMC) 교단에 소속되었다가 분리되어 나온 교회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UMC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해 내놓은 방침은 좋은 일침이 될 듯하다. 

북일리노이 연회의 샐리 딕 감독은 그의 목회서신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자신과 가족 뿐만 아니라 이웃의 건강과 안전 또한 돌보라는 부르심을 받은 존재이다. 공중 보건 당국의 지침을 따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위생 관리에 참여하여 그 사명의 일부를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UMC 구제위원회와 세계보건 담당 디렉터인 그라시엘라 살바도르-다빌라 박사의 언급 또한 한인교회와 목사들이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일 듯하다. 

“코로나 19 예방 수칙은 로켓을 만드는 과학처럼 복잡하지도 그에 대한 이론도 아니다. 이것은 생활 습관의 변화이며, 그 주된 메시지는 이것이 당신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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