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업소들에 무더기 협박 편지…인랜드 지역서…원색적 비하·욕설 담겨
내용 유사해 경찰 동일인 소행으로 추정
최근 실비치 지역 은퇴자 단지 ‘레저월드’에 사는 한인 미망인에게 협박 편지가 발송 <본지 3월24일자 a-1면> 된 뒤 유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리버사이드경찰국에 따르면 최근 리버사이드 지역 ‘탑10 네일&스파’에 인종 비하 및 욕설이 담긴 편지 한 통이 발송됐다. 발송자 명의는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우편 소인은 3월 19일로 찍혀있다.
‘To All Asian(모든 아시안에게)’라는 제목의 이 편지에는 “더러운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너희는 이 사회에 속할 수 없다. 누구도 너희를 원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당장 꺼져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작성자는 원색적인 욕설까지 서슴지 않았다. 편지에는 ‘nasty(끔찍한)’ ‘smelly(냄새 나는)’ ‘disgusting(역겨운)’ ‘cockroach eater(바퀴벌레를 먹는)’ 등의 단어로 아시안을 비하했다.
리버사이드경찰국 측은 “인근의 샌버나디노카운티 내 여러 아시안 업체들에도 욕설과 인종 혐오 내용이 담긴 편지들이 배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담당하는 라이언 레일즈백 형사는 “유사한 내용의 편지들이 다른 아시안 업주들에게도 발송된 것으로 보아 동일 인물이 몇 개의 양식을 정해 놓고 보낸 것 같다”며 “최근 실비치 협박 편지 사건도 잘 알고 있다. 현재 아시안 업소들에 협박 편지가 발송된 것을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며 모든 것을 동원해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박 편지를 받은 업주는 미국 시민권자로 베트남계 여성이다. 이 업주는 “편지 내용을 읽는 순간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혹시 누군가 들이닥쳐 총을 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섭기도 했다”며 “나는 미군 출신이다. 리버사이드에서 나고 자랐고 미국을 위해 봉사했는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으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협박 편지는 지난 23일 한인 2세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 ‘아시안아메리칸인액션(AAA)’의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공개됐다.
AAA 린다 권 변호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아시안으로서 계속 목소리를 내야 이런 혐오 사건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며 “혐오 편지 사진을 공개한 이유도 인종 혐오의 현실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사실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24일 실비치 지역 레저월드 앞에서는 한인 주민들을 중심으로 수백 명이 아시안 증오 범죄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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