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조명환의 추억여행(28)] 세계 최장수 식당 보틴(Bo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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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에겐 ‘세계 최초,’ ‘세계 최대’란 말을 들으면 귀가 번쩍한다. 사실 그런 흥밋거리가 있을 때 여행길에 대한 호기심은 몇 배로 증폭되기 때문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 존재하고 있다.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으니 객관적 검증을 거친 셈이다. 1725년에 세워진 보틴(Botin)이란 식당이다. 어림잡아 한 자리에서 300여년을 영업해 오고 있으니 참으로 오래된 식당이다. 그래서 ‘세계 최장수 식당’이란 유명세 때문에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식당 2층의 모습. 다른 식당과 별로 다를게 없지만 최장수란 수식어 때문에 관광객이 찾아드는 곳이다
나는 마드리드의 중심이라는 ‘솔(Sol, 솔은 ’태양‘이란 뜻) 광장’에서 마요르 광장(Plaza Mayor)을 거쳐 보틴이란 식당을 찾아갔다.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4층 규모의 식당이었지만 지난 300여 년 동안 이 식당을 거쳐 갔을 많은 사람들을 생각케 했다.
기네스 북에 오른 최장수 식당, 보틴
1950년에 지어진 건물에 1725년 개업한 이 보틴식당은 가족이 대를 이어 비즈니스를 해 오다가 19세기 들어 식당의 주방장이었던 ‘에밀리오 곤잘레스’가 인수했다고 한다. 새 식당주인은 인수 후에도 보틴의 이름과 요리법을 그대로 유지하여, 에밀리오의 3대 후손이 지금도 300년 역사의 이 식당 전통을 잘 보존해 오고 있다고 한다.
이 식당에서 제일 유명한 새끼돼지 통구이
이 식당은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1926년)’에도 등장하고 있으니 헤밍웨이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그는 이 식당의 단골손님이었으니까.
“우리는 보틴에서 식사를 했다.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레스토랑 중 하나다.” 소설에 등장하는 이 한 구절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이 한번 가보고 싶은 식당으로 만들었고 그런 이유 때문인지 하루에 약 600명의 손님이 찾아온다고 들었다.
딸이 저녁 9시에 예약을 했다고 해서 “그렇게 늦게?” 했더니 이 지역 사람들은 9시부터가 보통 저녁 식사 시간이라고 했다. 그렇다! 스페인은 시에스타(낮잠)를 즐기는 나라가 아니던가? 시에스타란 ‘즐긴다’는 뜻인데 마드리드와 같은 대 도시는 잘 안 지켜지지만 스페인 중소도시에선 거의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는 시에스타! 일하다 말고 한잠 자고 나오는 이 나라 사람들의 생활 습관 때문에 미국에선 보통 6시부터 시작되는 디너시간이 9시부터 서서히 시작된다.
마드리드의 중심 솔광장. 보틴 식당은 이 광장에서 도보거리에 있다
그렇게 늦게 먹고 낮잠까지 자는 국민들이니 몸집이 뚱뚱해 질 수밖에. . . . 그러나 그건 오해였다. 마드리드 사람들은 몸짱에다가 멋쟁이들이었다. 여성들의 옷맵시는 뉴욕이나 런던 저리가라 할 정도로 화려하고 정열적이었다.
좌우지간 보틴에서의 저녁식사는 인상적이었다. 구운 새끼돼지 통구이, 즉 ‘코치니요’가 이 식당의 전문이라고 했지만 입맛이 땡기지 않아서 그 유명하다는 코치니요는 사양하고 24유로짜리 베이비 양고기 구이를 주문해 먹었다. 우리 가족들을 비롯해 식당의 관광객들은 그 옛날 헤밍웨이의 그림자를 상상해가며 무드 있는 저녁식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헤밍웨이와 스페인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소설가 헤밍웨이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이 나라 사람인가? 절대 아니다. 그는 일리노이주 옥파크에서 태어난 미국 소설가다. 다만 그는 스페인을 사랑한 미국 인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캔사스 시티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헤밍웨이는 1차 세계대전때 미국 적십자사의 구급차 운전사가 되어 오스트리아-이태리 전선에 투입된 적이 있었다.
그 후 ‘토론토 스타’지의 해외 통신원이 되어 프랑스에 머물면서 작가로서의 길을 가기 시작, 1926년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란 소설을 발표하여 성공을 거뒀다.
이 소설은 프랑스와 스페인에 체류하고 있는 목적 없는 망명자들, 즉 헤밍웨이 때문에 유명해졌지만 그 자신은 경멸했던 표현인 전후의 ''잃어버린세대(Lost Generation)''를 다루고 있고 이 소설에서 ‘보틴’ 이란 식당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빠에야를 파는 식당은 한국의 설렁탕 집처럼 많다. 스페인의 국민음식이다
그는 만능 스포츠 맨이었다. 스키, 투우, 낚시, 사냥 등을 두루 좋아했다. 낚시를 얼마나 좋아했던지 낚시를 위해 플로리다 키웨스트에 집을 살 정도였다. 사회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스페인을 사랑했던 헤밍웨이는 이 나라에 내전이 발생했을 때 4차례나 방문하면서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파시즘에 맞서 공화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위해 돈을 모으는 일도 했다.
전쟁과 평화 기간에 스페인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란 소설을 발표하여 또 성공을 거뒀다. 스페인 내전에 참가하여 자신도 죽게 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세고비아 근처의 전략적인 다리를 폭파하는 것을 지원한 미국인 게릴라를 소설의 줄거리로 그리고 있다.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를 통해 전쟁의 무의미함,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는 전쟁이 만들어내는 동지애에 초점을 맞춰 소설을 썼다.
헤밍웨이는 전쟁에 참여하기를 좋아했다. 종군기자로, 직업군인으로, 혹은 구급차 운전사로.유럽에서 전쟁이 끝나자 그는 쿠바에 집을 샀고 4번째로 매리 웰시와 결혼했다. 쿠바에 머물면서 1952년 쿠바의 늙은 어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노인과 바다’를 발표하여 1953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그 이듬해인 1954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1960년 카스트로에 의한 혁명직후 쿠바에서 추방당한 헤밍웨이는 아이다호에 살다가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엽총으로 스스로를 쏘아 자살하면서 생애를 마쳤다.
헤밍웨이는 미로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농장’이란 작품을 사서 네 번째 부인에게 선물했는데 그의 스페인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헤밍웨이와 스페인은 두루두루 인연이 많아 보였다.
스페인의 국민음식 빠에야와 하몽
최장수 식당이 마드리드에 있다면 그럼 이 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은 무엇일까? 우선 빠에야(Paella)와 하몽(Jamon)을 스페인 국민식품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빠에야는 스페인 요리의 대표주자로 보면 된다. 본래 발렌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었는데 빠에야란 ''프라이팬''이란 뜻.
대개는 야채와 육류, 해산물을 곁들이는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재료는 쌀이다. 크고 얇은 프라이 팬에다 사프란이나 토마토, 마늘, 고추 등을 양념으로 첨가하기 때문에 향이 독특한 것이 특징이다. 고기를 넣고 볶으면서 야채를 넣고 올리브기름과 함께 볶아주는데 내가 즐긴 빠에야는 해물 빠에야. 쌀 대신 국수를 넣어 볶아주기도 하고 색깔도 다양하다.
하몽(Jamon)은 원래 전시 식량에서 기원되었다고 한다. 15세기를 전후해서 스페인이 전 세계를 상대로 식민지를 확장시켜 나갈 때 스페인 군인들에게 하몽은 불 한 번 피우지 않고 먹을 수 있고 특히 단백질과 칼로리가 풍부해서 최고의 식품이었다고 한다. 그들에겐 몇 조각의 하몽, 마른 빵, 그리고 물만 있으면 “전시식량 준비 끝”이었다.
하몽은 돼지 뒷다리를 3~4개월 동안 소금에 절인 이후 환기가 잘되는 천장에 숙성시킨 다음 바로 식용이 가능한 음식인데 식당에 들어서면 한국 시골의 메주덩이처럼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것을 보고 “저게 뭐야?”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게 바로 하몽이다. 하몽이 얼마나 유명하면 마드리드엔 ‘하몽 박물관’도 있다.
스페인에 가면 마셔야 하는 이 나라 국민음료 샹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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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위클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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