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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길, 한국의 산티아고 '청산도'를 걷다 >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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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례자의 길, 한국의 산티아고 '청산도'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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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데일리굿뉴스| 작성일2022-07-05 | 조회조회수 : 13,27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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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걷다 만나는 6개의 교회

    절경과 함께 맛보는 신앙의 여정

     


    [데일리굿뉴스] 천보라 기자 = 한국인의 '빨리빨리', 그리스도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세상의 속도에서 벗어나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영성(靈性)을 회복하는 쉼표가 필요하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산티아고 순례의 길로 떠나고 싶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그렇다면 최적의 장소가 있다.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Slow City)' 청산도(靑山島)다. 11코스의 슬로길이 느림의 미학을 선사한다. 특히 곳곳에 숨은 여섯 개의 교회는 신앙 여정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지금 청산도로 순례를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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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름이 가득한 청산도. 푸를 청(靑)에 뫼 산(山), 사시사철 푸르다는 섬답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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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도는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에 선정됐다.ⓒ데일리굿뉴스
     


    남서쪽 끝자락에 있는 섬, 청산도로 가는 길은 출발부터 인내가 필요하다. 서울에서 완도버스터미널까지 버스로 직통 5시간, 다시 완도여객선터미널로 이동해 배를 타고 한 시간 가까이 달려야 발을 디딜 수 있다.  


    청산도 슬로길은 전체 11코스 17길로 이뤄져 있다. 거리만도 총 42.195km, 마라톤 코스와 같다. 그래서 청산도 슬로길 100리로도 불린다. 돌담길, 해안길, 언덕길, 꽃길 등 각각 풍경을 담은 길이 뻗어 마을을 잇고 섬 전체를 연결한다. 두 발로 걸어서 천천히 둘러보려면 꼬박 이틀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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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편제'의 롱테이크 장면 촬영지로 유명한 당리입구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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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리마을에는 영화 '서편제'에 나온 초가집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데일리굿뉴스
     


    청산도의 기억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1993)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유봉과 송화, 동호가 '진도아리랑' 가락에 맞춰 어깨춤을 추며 굽이진 돌담길을 내려오는 장면이다. 한국 영화사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1코스 당리에서 촬영했다. 


    30여 년이 지났지만 감동은 여전했다. 눈이 닿는 곳마다 비경이다.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산과 들,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경치가 빼어난 곳은 많지만, 이곳처럼 한 자리에서 세 가지 풍경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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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읍리에 있는 청산중앙교회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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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바위는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바람이 불면 바위틈에서 범 우는소리가 난다고도 한다.ⓒ데일리굿뉴스


    3코스로 넘어가는 길에 청산중앙교회(담임 김동명 목사)가 있다. 멀리서도 십자가가 한눈에 들어왔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십자가가 마치 복음의 빛으로 읍리를 비추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김동명 목사는 21년째 마을 복음화를 위해 헌신 중이다. 


    길 따라 남쪽 끄트머리로 내려가면 5코스로 이어진다. 청산도에서 전망이 가장 빼어나다는 범바위가 나온다.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닮아 범바위라 이름 붙여졌다. 또 다른 이름은 신비의 바위다. 바위에 자철석(강한 자성을 띤 철광석) 성분이 많은데, 강한 자기장으로 나침반이 방향을 잃을 정도다. 해도(海圖)에는 이 지역이 '자기장 이상 지역'으로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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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길을 따라 내려가면 장기미해변이다. 멀리 바다에 떠있는 아기거북이 보인다. 마주 건너다보이는 엄마거북을 찾아가고 있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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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동부교회는 내년이면 희년을 맞이한다. 청산동부교회 입구 ⓒ데일리굿뉴스 

     

    범바위에서 명품길을 따라 걷다보면 장기미해변이 나온다. 큰 몽돌이 흡사 공룡알 같다고 하여 공룡알해변이라고도 불린다. 생각보다 고된 길이지만, 그만큼 값지다. '철썩철썩' 몽돌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일상의 잡념은 사라지고 고요함이 찾아온다.


    청산동부교회(담임 조인강 목사)는 6코스로 가는 길목에 자리했다. 2층짜리 작고 아담한 벽돌 건물에서 소박한 정취를 맛보았다. 입구엔 청산도를 배경으로 한 예수 그리스도와 잃어버린 양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반세기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한 영혼을 품은 교회의 사명이 벽화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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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층층히 쌓아올린 돌담길과 담쟁이덩굴에서 옛 정취가 묻어난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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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고 섬기는 청산제일교회 표명찬 목사. 그는 삶 속에서 복음을 증거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청산도의 모든 길이 아름답지만, 돌담길은 그중 단연 최고다. 7코스는 상서마을의 돌담길로 이어진다. 국립공원명품마을로 지정된 상서마을은 마을 전체가 구불구불 돌담으로 이뤄져 있다. 굽이진 돌담길을 한발 한발 걷다 보니 어느새 중흥리에 접어들었다.


    청산제일교회(담임 표명찬 목사)는 1983년 서울 등촌제일교회가 세운 첫 낙도 교회다. 중흥리를 비롯 신흥리, 동촌리, 상서리, 원동리 다섯 마을을 섬기고 있다. 표명찬 목사는 서울 모 교회에서 부목사로 시무하다 6년 전 연고도 없는 청산도로 왔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예수 그리스도 사랑으로 이곳 주민들을 섬기며 복음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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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문도에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인 노적도 일출전망대ⓒ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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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교회 임종광 목사는 27년간 주민들을 사랑으로 섬겼다. 교회는 이제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안식처다.ⓒ데일리굿뉴스 

     

    8코스 해맞이길은 일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일출을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길에서 보는 경관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된다. 노적도 일출전망대에선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쉬어가는 것이 좋다. 날이 좋으면 멀리 거문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해맞이길 끝자락에서 청산등대교회(담임 임종광 목사)를 마주했다. 교회는 1986년 세워져 홀로 진산리마을을 지키고 있다. 임종광 목사가 첫 사역지로 부름받아 27년째 영혼의 등대지기로 사역 중이다. 임 목사는 소망은 하나다. 청산도의 한 영혼을 어둠에서 빛으로 밝혀 주고 복음의 길로 인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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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전원교회 입구 ⓒ데일리굿뉴스
      

     

    단풍길로 이어지는 9코스를 걷다보면 지리에 닿는다. 골목 진입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굽이진 돌담이 끝없이 이어졌다. 담장 위로 훌쩍 자라난 푸른 나무들은 그늘이 되어준다. 청산전원교회(담임 최환규 목사)는 옛 정취가 가득한 이곳에 터를 잡았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일몰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지리 해수욕장이 있으니 들러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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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청산교회. 지역사회를 섬기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마지막 11코스는 다시 도청리로 향한다. 길의 시작과 끝 지점에 청산교회(담임 한정배 목사)가 있다. 청산교회는 1929년 개척부터 청산도와 역사를 함께 해왔다. 섬 교회로는 규모가 꽤 큰데다 면소재지인 도청리에 위치하다 보니 일자리 창출이나 복지 등 지역사회를 섬기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청산도 = 천보라 기자


    천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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