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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여행 [조명환의 추억여행(18)] 골웨이,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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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크리스천 위클리| 작성일2022-02-09 | 조회조회수 : 1,1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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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절벽 ‘클리프스 오브 모허.’ 이곳을 보지 않고는 아일랜드를 가봤다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

     

    아일랜드는 한국인과 비슷하게 한이 많은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영국 식민지의 서러움, 대기근으로 인해 국민 1/3이 죽거나 해외로 이주해야 했던 아픈 배고픔의 역사 때문인가? 그나라 노래인 ‘오 대니 보이’를 들으면 가슴을 적셔오는 그런 한이 느껴진다. 아일랜드를 덮고 있는 목가적인 자연 풍광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시인이나 문학가가 그리 많이 배출된 것도 그런 연유가 있었을 것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소설가 사무엘 베케트, 시인이자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 조나단 스위프트가 모두 이 나라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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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웨이 근교에 있는 킬러모어 수녀원의 아름다운 정경. 한 장의 그림엽서같는 곳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 4인조 크로스오버 그룹 켈틱 우먼(Celtic Woman)도 아일랜드 출신이고 가수이자 작곡가 엔야(Enya)도 아일랜드 출신. 아일랜드하면 떠오르는 기독교 성인, 누구인가? 바로 세인트 패트릭이다. 켈트족이 정착하여 드루이드란 원시종교를 믿던 이들에게 최초로 기독교를 전파한 이가 세인트 패트릭이고 켈트족이 숭배하던 태양신의 상징인 둥근 원에 십자가를 합쳐서 만든 켈트 십자가(Celtic Cross)도 이 나라에서 생산되었다. 아일랜드의 수호성인 세인트 패트릭을 빼고 이 나라 기독교 역사를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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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웨이 중심에 있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기념공원. 케네디 가문은 이곳 아일랜드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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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네디 기념공원에 있는 그의 기념비


    그런 아일랜드를 여행하는 것은 흥분과 설레임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그 나라를 처음 방문한 것은 수도 더블린이 아니라 대서양을 향해 활짝 열려있는 서쪽 끄트머리 작은 해안도시 골웨이(Galway)였다. 중세 도시 골웨이는 낭만이 흐르고 자연과 조용히 맞닿아 있는 쾌적한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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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에서 제일 오래되었다는 성 니콜라스 교회당. 모자이크 십자가가 유명하다
     


    NYU에 재학중이던 아들이 이 골웨이 대학에서 한 학기를 공부하면서 남은 가족들을 그곳으로 불러 아일랜드 여행에 나섰던 것이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LAX를 출발, 런던 히드로 공항을 경유하여 골웨이 가는 비행기를 타고 처음 아일랜드를 방문했고 골웨이에서 에딘버러로 가기위해 더블린에 들렀다. 


    더블린에서 역사적인 트리니티 대학교와 헨델의 메시야가 초연되었다는 세인트 패트릭스 교회당을 둘러보고 기네스 맥주공장을 가 보기도 했다. 에딘버러를 거쳐 런던에서도 며칠 여행을 하다보니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잉글랜드를 한꺼번에 여행하는 스케줄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내 마음속에 환상적인 그림처럼 남아있는 최고의 추억은 역시 골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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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는 세계젹으로 유명한 문학가를 많이 배출했다. 그중 오스카 와일드(왼쪽)와 에드워드 빌데의 좌상 조각이 골웨이 시내에 있다 


    골웨이는 아일랜드 제3의 도시로서 2020년 기준으로 인구 약 10만 명 수준이다. 당장 렌트카를 하면 운전자석이 오른쪽에 있어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금방 익숙해진다. 우선 도시는 깨끗하고 아름답다. 도시 중심에 있는 광장 이름이 에어 스퀘어(Eyre Square). 여기에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동상이 서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케네디가의 고향이 아일랜드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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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웨이 대성당의 모습


    케네디 집안은 아일랜드인 후손으로 19세기 후반 아일랜드에 닥친 대기근으로 말미암아 미국 매사추세츠주로 이주한 가톨릭 집안이었다. 이 에어 광장을 지금은 ‘존 에프 케네디 기념공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1963년 암살당하기 5개월 전 아일랜드를 방문했던 케네디 대통령이 이곳 골웨이를 거쳐 출국한 적이 있는데 그의 이 마지막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1965년 이 광장을 케네디 기념공원으로 조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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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웨이와 가까운 웨스트포트의 정겨운 타운 모습
     


    골웨이에서 북 서쪽에 있는 킬러모어 애비(Kylemore Abbey)로 가는 길은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하루 정도를 잡아야 하는 자동차 여행길이다. 달력에 자주 등장하는 아름다운 아일랜드 농가 풍경 속으로 빠져들어가 도착하는 킬러모어 수녀원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그림이다. 100년 역사를 지닌 베네딕트 수녀원은 아름다운 호수를 앞에 두고 약 1천 에이커의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고요, 평화, 적막이란 바로 이런 정경을 두고 말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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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에서 셔터를 눌러도 아일랜드는 목가적인 엽서사진 같이 아름답다. 우리 가족이 머물던 B&B에서 바라본 대서양
     


    골웨이 초입에 있는 성 니콜라스(St. Nicholas) 교회당은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당이다.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향해 떠나기 전에 이곳에서 기도를 드리고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세인트 니콜라스 교회당에서 도보로 8분 거리에 코리브 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골웨이 대성당(Galway Cathedral)이 있다. 1950년대 후반에 지어진 이 대성당에는 패트릭 폴렌의 대형 십자가 모자이크, 아름다운 장미의 창문과 동상 등이 전시되어 있다.


    골웨이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은 역시 ‘클리프스 오브 모허(Cliffs of Moher)’다. 여행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가 이 기막힌 해안절벽이다. 그래서 모허 절벽을 보지 않고는 아일랜드를 갔다 왔다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 단순히 숨이 막히고 현기증이 날 정도의 이 절벽의 높이는 214미터에 달한다. 그리고 약 8km 가까이 쭉 늘어선 이 절벽의 장엄한 경관 때문에 영화나 뮤직비디오의 배경으로도 인기가 높다. 영화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의 촬영지이자, ‘마룬5’의 뮤직비디오 배경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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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하고 평화로운 농촌의 모습


    우리는 그래튼 비치 근처의 베드&브렉퍼스트에서 머물렀다. 이 민박집 할머니는 아침이면 언제나 노오란 오렌지 쥬스와 따뜻하게 삶은 계란을 빼놓지 않았다. 그런데 삶은 계란은 반드시 세라믹 받침대 위에 세워놓았다. 계란의 머리를 티스푼으로 두드려서 뚜껑을 들어내고 파먹는게 식탁 매너라고 듣긴 했지만 에라, 그 불편한 짓을 왜 하냐고? 그냥 식탁 위에 손바닥으로 계란을 으깨서 손가락으로 훌러덩 껍질을 벗겨먹는 시원한 코리안 스타일(?)은 얼마나 편리하고 속시원한 매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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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러모어 애비의 배경은 너무 아름다워 우리도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런저런 추억을 더듬어 보면 금방이라도 다시 가고 싶은 아름다운 나라, 아일랜드! 언제나 그게 가능해질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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