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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 아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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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당당뉴스| 작성일2020-08-20 | 조회조회수 : 2,56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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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소년 아메드》 (Le jeune Ahmed, 2019)

    벨기에 감독으로 늘 함께 영화를 만드는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는 대부분 세상의 어두운 부분들을 들추어내는 영화들을 만든다. 말하자면 다르덴 형제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주장하는 세상 속에서 그 주장을 위해 감추고 덮어둔 더럽고 추한 것들을 찾아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다. 그리고 다르덴 형제는 최대한 리얼하게 이것들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일까? 《소년 아메드》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자신들의 영화 속에 배경음악을 거의 쓰지 않으며, 카메라는 자주 손에 들려 주인공을 따라다닌다. 이런 효과들은 영화에 현실감을 더하는 장치들로 기능한다. 그리하여 그들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다르덴 형제가 이번에 카메라를 들이댄 곳은 바로 종교적 신념이다. 종교적 신념이 최대치로 고양된 상태, 그리하여 그 신념을 삶의 모든 분야에 철저하고 일관되게 적용시키려는 시도. 종교를 액세서리처럼 달고 다니면서 느슨한 신념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라면 맹신이나 광신으로 보일 것이 분명한 이 철저함, 바로 이 철저함이 야기하는 공격성과 파괴성이 다르덴 형제가 지금 주목하는 현대사회의 문제다. 영화는 이 광신의 문제를 열세 살짜리 소년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아메드라는 소년은 이슬람 신앙을 가진 아이다. 게임을 즐기며 평범한 생활을 하던 무슬림 소년 아메드는 급진주의적 이맘(=이슬람 지도자)을 만나 깊은 영향을 받고 철저한 신자로 거듭난다. 여자와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가르침에 따라 어릴 적부터 자신을 지도해준 돌봄 교실의 여선생님 이네스와의 악수를 피하고, 기도를 위해 정결하게 몸을 씻고 난 직후에는 어머니와의 포옹도 거절한다. 그리고는 급기야 이네스 선생님을 이단자로 처단하려는 시도를 하기에까지 이른다. 아메드는 거룩한 쿠란의 언어인 아랍어를 세속적인 노래를 통해서 가르치려는 이네스 선생님을, 심지어 유대인 남자친구까지 있는 이네스 선생님을 신의 이름으로 살해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물론 소년의 어설픈 시도는 당연한 실패로 끝나고 아메드는 소년원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소년원에 들어갔다고 그의 신념이 무뎌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철저한 무슬림으로 수감 생활을 하면서 소년은 어떻게든 자신을 담당한 상담사와 판사를 속인 후 다시 이곳을 벗어나 못 이룬 순교자의 사명을 이루려고 노력한다. 그 어떤 교화프로그램도 이 소년의 신념을 바꿀 수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긴, 그에게 있어서는 신앙을 버리는 일일 테니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성전(聖戰)을 수행하는 이 소년을 멈출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우리는 그의 손에 든 칼을 멈출 수 있을까? 자신의 신앙이 극단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고, 신념의 방향을 바꿀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현대사회를 돌아본다면 더욱 더 가망 없어 보이는 이 절망적인 질문에 대해 그래도 다르덴 형제는 희망적인 답을 제시하려고 한다. 소년의 철저한 관념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은 놀랍게도 물리적인 접촉과 충격이다. 관념속의 여성혐오는 또래 소녀와의 작은 입맞춤으로 크게 흔들리고, 자신의 육체적 고통 속에서 소년은 비로소 자신이 타인에게 주려던 아픔의 실체를 깨닫는다.

    영화는 머릿속의 관념을 흔드는 유일한 방법은 피와 살을 지닌 육체로 직접 경험하는 것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관념의 로고스가 육(肉)이 되었다는 사실(요 1:14)은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진리 역시 포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종교적 광신이 민족주의와 결합하고 혐오와 배척을 무기 삼아 무력한 타인을 잔인하게 공격하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저 먼 나라의 얘기만은 아니다. 여러 분야에서 세상을 상대로 거룩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고 믿는 지금의 한국 교회 역시 벗어날 수 없는 굳은 신념들로 숨 막히게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이곳에도 변화의 희망이 존재할 수 있을까?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다르덴 형제가 이 영화와 관련해 전한 다음의 말은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삶에 대한 개인의 의지가 그를 통제하고 억압하는 광기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고 믿습니다.”


    당당뉴스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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