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TV 특집 다큐멘터리 '기독청년 전태일' 13일 공개…낮은 곳으로, 예수의 삶 따른 전태일과 그 후예들 > 영화 | KCMUSA

CBS TV 특집 다큐멘터리 '기독청년 전태일' 13일 공개…낮은 곳으로, 예수의 삶 따른 전태일과 그 후예들 >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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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TV 특집 다큐멘터리 '기독청년 전태일' 13일 공개…낮은 곳으로, 예수의 삶 따른 전태일과 그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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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CBS노컷뉴스| 작성일2020-11-11 | 조회조회수 : 1,38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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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 관점으로 열사 전태일의 삶 재조명한 첫 다큐 

    전태일 일기와 가족·친구·교인 인터뷰로 사실성 극대화

    "다 같은 인간…어찌 빈자는 부자의 노예가 돼야 합니까?"

    이 시대 교회에 던지는 화두 "노동은 불온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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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 사진=CBS 제공)


    "나이 어린 자녀들은 하루에 16시간의 정신·육체 노동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나이가 어리고 배운 것은 없지만 그도 사람 즉 인간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생각할 줄 알고, 좋은 것을 보면 좋아할 줄 알고, 즐거운 것을 보면 웃을 줄 아는, 하나님이 만드신 만물의 영장 즉 인간입니다. 다 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빈한 자는 부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 빈한 자는 하나님께서 택하신 안식일을 지킬 권리가 없읍니까?" - 전태일 일기 가운데


    한국 노동운동을 싹 틔운 불꽃 전태일(1948~1970) 열사의 삶을 기독교 관점에서 재조명한 첫 다큐멘터리가 나온다.


    CBS TV는 오는 13일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특집 다큐멘터리 '기독청년 전태일'(연출 이형준 PD)을 공개한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0년 11월 13일,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닌 평화시장에서 일하던 스물세 살 노동자 전태일은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갈구하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절규와 함께 불꽃으로 생을 마감했다.


    전태일, 그는 기독청년이기도 했다.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있는 전태일 묘비명은 '삼백만 근로자 대표 기독청년 전태일'이다. 묘비 뒤편에는 요한복음 12장 24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다큐멘터리 '기독청년 전태일'은 전태일이 일기장에 쓴 신앙고백들과 친구·가족들 증언, 전태일과 함께 교회를 다녔던 교인의 생생한 기억을 통해 그의 이타적인 사랑이 기독교 정신에서 비롯됐음을 확인한다.


    "전태일은 교회에서 무슨 일만 났다 하면 앞장섰고, 교회에서 어린 애들의 주일학교 선생을 했어요. 추운 겨울에 아이들이 맨발로 교회에 오면 그걸 본 전태일은 자신이 신던 양말을 벗어서 아이들에게 신겨줬어요." - 장순심 권사(전태일과 함께 교회를 다닌 교인)


    "전태일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어요. 우리는 그때 사랑이란 단어를 입에 잘 올리지 않았을 때였는데, 그 사건이 아니었다면 그 친구는 나중에 목사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 임현재씨(전태일 친구)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1929~2011) 여사는 아들보다 먼저 신앙을 품고 교회를 다녔다. 전태일 친구들과 청계피복노조 조합원들은 "이소선 여사가 아들 유언에 따라 평생을 노동운동과 민주화에 헌신하면서도 새벽기도를 빠지지 않았고, 노동자들을 위해 매일 기도했다"고 증언한다.


    제작진은 "'기독청년 전태일'은 예수의 사랑을 배우고, 그 사랑을 실천한 전태일의 삶을 추적하면서 그의 죽음 이후 그 뜻을 이어간 사람들을 다룬다"며 "이에 따라 독실한 신앙을 지닌 이소선 여사와 1970년대 새문안교회 대학생회, 도시산업선교회 등 의로운 기독교인들을 조명한다"고 전했다.


    ◇ "오직 전태일을 기억하는 일에 나서준 모든 이가 또 다른 전태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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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청년 전태일'은 기존 다큐멘터리에서 익히 봐 온 내레이션을 과감하게 걷어내고 그 여백을 인터뷰로 채웠다. 이는 당대를 살아낸 전태일의 친구들과 여공들 그리고 1970년대 기독교인들 증언을 통해 전태일이 보낸 삶의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다.


    연극 '전태일'(연출 장소익) 주요 장면들을 삽입한 이유도 기존 재연 방식을 탈피하기 위해서다. 전태일이 살았던 평화시장의 열악한 환경과 전태일의 바보회 조직 여정, 그리고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결심하는 장면 등도 몰입감을 더한다.


    이형준 PD는 "'기독청년 전태일'은 TV 다큐멘터리지만 가로비가 긴 2.35대 1 화면비로 제작됐다. 익숙하지 않은 화면 비율에 고민이 많았지만, 수평적 영상언어를 통해 '너와 내가 다르지 않고 우리 모두는 같은 세상, 같은 시선 속에 살고 있는 평등한 존재들'임을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다큐멘터리에 참여한 인터뷰 인원은 30여 명에 달한다. 인터뷰 시간만 50여 시간이다. 전태일재단의 협조 아래 제작진이 1년여 전부터 전태일 친구들 (최종인, 김영문, 임현재, 이승철 등)과 가족(전태삼, 전순옥) 그리고 당시 여공들(이숙희, 최현미, 신순애, 곽미순)을 만나 온 덕이다.


    이를 통해 '기독청년 전태일'은 평화시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전태일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들을 담아냈다. 새문안교회, 경동교회, 영등포산업선교회 등을 찾아 전태일 사후 펼쳐진 기독교 내 다양한 활동을 조명한 점도 사실성은 물론 사료로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이 PD는 "정말 많은 분들이 전태일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는데, 그 많은 이야기를 1시간 안에 녹여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50주기를 맞아 대가 없이, 오직 전태일을 기억하는 일을 위해 인터뷰에 나서준 모든 분들이 또 다른 전태일이었다"고 말했다.


    ◇ "50년 지났지만 기독교 안에서 전태일은 여전히 입에 올리기 불편한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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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청년 전태일'은 50년 전 예수의 사랑을 배우고 실천한 전태일, 그리고 그의 사후 빚진 마음으로 노동운동과 민주화에 헌신한 또 다른 기독청년들을 조명하는 데 힘을 쏟는다.


    이는 결국 "오늘날 교회가 이 시대 고난 받는 자들 곁에 진정으로 머물고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전태일의 죽음을 '한 알의 밀알'로 표현하며 기독교인의 반성과 각성을 촉구한 당대 경동교회 강원용(1917~2006) 목사의 설교 녹취가 그 단적인 예다.


    전태일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지만, 교회에서는 그의 죽음을 두고 '극단적인 선택이었다'며 장례를 거부했다. 교회의 냉담함 속에 결국 전태일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도 남양주 허허벌판에 묻히자, 당시 경동교회 강원용 담임목사는 그의 생애와 죽음을 주일 설교 시간에 다룬다.


    당시 강원용 목사 설교는 CBS 주일설교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방송됐다. 이는 박정희 독재정권 아래 시퍼런 감시와 탄압 속에서도 전태일의 삶을 전국에 알린 중대한 순간이었다.


    여전히 열악한 한국 사회 노동 환경 속에서 한국교회 역할은 무엇일까. 노동자 인권이 존중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기독교인들과 한국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교회는 노동이라는 말 자체를 불온시하고, 그건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이 하는 불온한 주장이라는 인식이 일반화 돼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이해하는 것은 신앙의 문제와 상관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 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목사


    '기독청년 전태일'은 전태일이 바라던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웅변한다. 전태일이라는 밀알로 또 다른 열매들이 된 사람들을 조명하면서 오늘날 교회를 향해 다시 한 번 각성을 촉구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 PD는 "50년이 지났지만 기독교 안에서 전태일은 여전히 입에 올리기 불편한 단어다. 전태일을 통해 오늘날 한국교회에 질문을 던지고 기독교의 역할을 다시금 고민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며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모두가 하나 돼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한 화두를 던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집 다큐멘터리 '기독청년 전태일'은 오는 13일(금) 저녁 8시 CBS TV를 통해 방송되고, 이튿날인 14일(토) 오후 2시 30분 재방송된다. 유튜브로도 볼 수 있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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