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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사마에게》 (For Sama,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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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당당뉴스| 작성일2020-09-12 | 조회조회수 : 2,2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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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마에게》. 눈을 돌리고 싶은 불안함과 불편함이 가득한 영화, 하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보았으면 하는 영화다.


    어렸을 때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동화책으로 읽었었다. 당시 『레 미제라블』의 동화책 판 제목은 주인공 이름을 딴 『장발장』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내가 본 동화책은 『아아 무정』이라는,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는 꽤 희한한 제목을 달고 있었다. 


    나중에 커서 원작품을 읽게 된 후에 동화책에는 왜 이렇게 이상한 제목이 붙었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아아 무정』이 『장발장』보다는 내용을 훨씬 더 잘 표현하는 잘 된 제목이라는 생각은 줄곧 가지고 있었다. 결국 비밀은 풀렸다. 알고 봤더니 『아아 무정』이라는 제목은 일본판의 제목이었던 것이다. 당시는 중역이 흔했으니 그런 일도 벌어졌던 것이다. 


    그렇게 호기심으로 찾아본 『레 미제라블』의 각 나라별 제목 중 또 다시 눈에 띄는 다른 제목을 발견했다. 그것은 중국판 제목이었는데 중국어판 『레 미제라블』의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悲慘 世界』. 비참세계라니, 실패한 역사적 혁명을 배경으로 소설 속의 인물들이 겪어 나가는 참담한 세상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제목도 없겠다 싶었다. 비참 세계... 영화 《사마에게》에 가장 어울리는 제목은 바로 이 제목이었을 것이다. 아니, ‘실제 세계’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시리아의 도시 알레포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참상 기록이다. 알레포. 신학을 공부하던 시절 어떤 사본에 붙은 이름으로 익숙하게 기억되는 도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저항하던 도시는 정부군에게 포위된 채 총격과 폭격을 견디고 있다. 그리고 이 전쟁이라는 괴물이 날뛰고 있는 곳에 감독은 엄마의 이름으로 카메라를 들이댄다. 폭력의 희생자들을 가감 없이 기록하며 엄마는 이 영화를 갓 태어난 딸에게 바친다. 하늘을 뜻하는 ‘사마’라는 이름을 준 딸에게.

    전쟁의 비참한 공포와 폭력 속에서 태어난 사마. 이 아기는 모든 참상을 견디고 기록하는 엄마와 이 와중에도 끝까지 병원을 이끌고 지키는 아빠에게 단비 같은 존재다. 그러나 엄마는 잊지 않고 있다. 이 행복이 위태로운 행복이라는 사실을. 아니, 잊으려 해도 결코 잊을 수 없다. 전쟁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는 존재는 누구인가? 가장 약한 인간인 어린이들이다. 엄마 감독은 아이들이 우는 모습을, 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끊임없이 기록한다. 이제 막 숨을 거둔 작은 아이와 바로 옆에 있는 자신의 딸을 한 앵글에 담기도 하면서. 엄마 감독은 아이에 앞서 죽은 한 어머니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최소한 그 어머니는 자기 자식을 묻기 전에 죽지 않았냐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사마는 무사할까? 죽음이 비처럼 내리는 이런 지옥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모든 일이 같은 하늘 아래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숨을 죄어 온다. 나는 안전하니 된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비겁하고 비열한가.

    5년의 투쟁. 영화 속에서 사마의 엄마와 아빠는 병든 사마의 할아버지를 방문한 후 다시 알레포로 돌아온다. 사마만이라도 두고 가라는 말을 뒤로 하고 엄마와 아빠는 사마를 데리고 다시 항쟁의 도시로 돌아온다. “5년이나 투쟁한걸요. 억압에 저항해 정의를 세우려면 한 명도 빠짐없이 그곳에 있어야 해요. 요 꼬맹이조차 꼭 필요한 존재죠.” 


    그들은 사명을 지닌 사람들이다.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비참을 기록하면서 감독은 어떻게든 희망을 붙잡으려고 한다. 앞으로 살아갈 존재들을 위해서. 아무 죄 없이 가장 큰 죄의 대가를 치르는 존재들을 위해서. 


    감독은 말한다. “나는 사람들이 <사마에게>를 보고 ‘이 일은 역사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일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제 행동을 해야 될 때가 왔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영화에 대해 많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만약 사람들이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정부가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진실을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인간으로서, 나는 그 희망을 붙잡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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