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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코멘 베른 (Willkommen Be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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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3-11-27 | 조회조회수 : 4,1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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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0년대 말, 스위스 출신의 이민자들이 인디애나주 애덤스 카운티의 작은 마을로 이주했습니다. 대부분 메노나이트 신자였던 그들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이들은 불모지였던 땅을 개간해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내다 팔 시장으로 가려면 위험한 진흙 길을 지나야 했습니다. 때마침 개통된 인디애나주와 미시간주를 잇는 철도가  애덤스 카운티를 지나면서 이 마을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이 기차를 타고 스위스 출신의 이민자들이 꾸준히 들어왔고, 이들이 사는 마을은 스위스의 수도인 ‘Bern(베른)’을 따서‘Berne’이라고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인구가 4천여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지만, 스위스풍의 건축물과 전통을 가진 ‘베른(Berne)’은 유럽의 가치와 미국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으로 친절하고 종교적 헌신이 강한 마을로 알려져 있습니다. 


    1957년 6월 6일 오전 10시 35분, ‘베른’에서 북쪽으로 35마일 떨어져 있는 ‘포트 웨인 공항(Fort Wayne Airport)’에 한 청년이 도착했습니다. ‘베른 위트니스(The Berne Witness)’라는 지역 신문은 이 청년의 도착을 머리기사로 실으면서 ‘서울 출신의 19살 난 청년, 베른 도착’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1957년 6월 3일, 서울에서 출발해 사흘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베른’에 도착한 그 청년의 이름은 ‘김명환’이었습니다. 지역 신문은 한국에서 온 청년을 환영한다고 하면서, 그가 한경직 목사님이 담임하시는 영락교회 출신의 신실한 기독교 가정 출신임을 강조했습니다. 또 그가 다녔던 용산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말을 인용하면서 ‘김명환은 총명하고 착실한 학생으로 526명의 학생 중 좋은 성적을 유지하면서 학업능력을 보여준 재능있는 학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렇게 미국 생활을 시작한 김명환 학생은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여 USC와 UCLA에서 공부를 마쳤습니다. 졸업 후에는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았습니다. 자신이 공부했던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자격증도 땄고, 회사에 들어가서 성실히 일했습니다. 특유의 성실성을 인정받아 그 회사의 사장이 되어 회사를 운영하다 2000년대에 은퇴했습니다. 은퇴 후에도 기술 자문을 하면서 회사를 도왔습니다. 


    로스앤젤레스로 오면서 다니기 시작했던 ‘LA연합감리교회’에서의 신앙생활도 6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교회에서는 장로로 섬겼고, 오랜 신앙의 친구들과 함께 믿음의 본을 보이셨던 김명환 장로님께서 지난 11월 8일에 갑작스럽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소천하셨습니다. 그 전 주까지만 해도 교우 몇 가정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실 정도로 건강하셨기에, 김 장로님께서 그렇게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나실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김 장로님은 여행 다녀 신 후에 몸이 좀 피곤하다고 하시더니 주무시는 가운데 평안히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지난 월요일에 장례 예배를 드렸습니다. 장례 예배를 집례하는 저도 김 장로님이 그렇게 황망하게 떠나셨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주일 아침이면 장로님께서 멋진 모자를 쓰시고, 빨간색 자동차에서 씩 웃으시면서 내리실 것만 같았습니다. 김 장로님은 좋은 날씨 속에서 가족들과 친구들, 교우들의 배웅을 받으며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못 한 채 장로님을 떠나보내야 하는 우리의 마음은 서글프고 아쉽기 짝이 없지만, 이 세상에서 멋지게 사시다가 아무런 고통도 없이 가신 장로님이야말로 모두가 바라는 최고의 피날레로 87년의 생애를 마치셨습니다. 


    19살 나이에 용감하게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장로님은 이제 또 한 번 천국에서 개척자의 삶을 시작하셨습니다. 김 장로님이 미국에 처음 정착했던 ‘베른’시의 입구에는 이런 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윌코멘 베른(Willkommen Berne)’ 독일어로 ‘Welcome to Berne’ ‘베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뜻입니다. 


    우리 곁을 떠나신 김명환 장로님이 가신 천국에는 이런 간판이 걸려 있을 것입니다. “윌코멘 헤멜(Willkommen Hemel)!’ ‘Welcome to Heaven’ ‘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말입니다. 머지않아 다시 만날 날을 바라며 천국 소망으로 살아가는 가족들과 교우 여러분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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