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되기 어려운 세상 > 칼럼 | KCMUSA

어른 되기 어려운 세상 > 칼럼

본문 바로가기

  • 칼럼

    홈 > 문화 > 칼럼

    어른 되기 어려운 세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작성일2023-11-20 | 조회조회수 : 103회

    본문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21세기 미국에서 어른 되기’라는 제목으로 개설된 영어 과목의 담당 교수는 학생들에게 오늘날 미국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정의하도록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으면 어른이 되었다고 여겨졌지만, 그 과목을 듣는 대다수의 학생은 가정을 꾸리고, 집을 장만하고 자녀가 생겼을 때라고 답했습니다. 학생들의 대답을 통해 교수는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어른이 되는 시기가 그 어느 때보다 늦어지고 있다.’


    오늘날 젊은이들에게는 어른이 되는 시기가 늦어질 뿐 아니라 참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 기관의 발표에 의하면 요즘 젊은 세대는 어른이 되었음을 나타내는 중요한 이정표 중 하나인 집을 장만하고 직장에서 승진하기가 부모 세대에 비해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 여론 조사를 보도한 언론은 밀레니얼 세대로 알려진 1981년에서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처해야 했으며,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높은 주택 가격, 고금리 시대에 직면하면서 부모 세대에 비해 어른 되기가 훨씬 더 어렵게 되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뉴스를 읽으면서 오랫동안 품고 있던 질문이 어렴풋이 풀리고 있었습니다. 그 질문은 제가 30년 넘게 미국에 살면서 이민 2세대를 바라보면서 갖게 된 것으로, 이민 1세대에 비해 언어도 훨씬 자유롭고, 문화적 감수성도 갖추고, 능력도 탁월한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가 이룬 성과에 비해 조금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물론, 그 질문에는 그 정도로 좋은 교육을 받고, 언어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이민자의 2세대가 부모 세대보다는 월등한 사회적 지위와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는 막연한 기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언어도 자유롭지 못한 이민 1세대가 도전정신과 희생으로 이룬 성과가 그만큼 크다는 평가도 들어있었습니다. 


    이민 1세대는 가진 것도 별로 없었고, 영어도 잘 못했지만, 더 나은 삶과 자녀들에게 더 좋은 교육 여건을 제공하겠다는 마음으로 황무지와 같은 낯선 땅에서 오늘날과 같은 삶을 일구어냈습니다. 아니 그들은 미국에 이민 오기 전부터 이미 어른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일찍 어른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부모 세대에 비한다면 자녀 세대인 이민 2세대는 너무도 좋은 조건에서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영어 한마디 못 하면서 미국에 와서 자리 잡고 살아온 이민 1세대에 비해서 2세대가 이룬 성과가 미흡하다고 말하기 전에, 그때의 미국과 지금의 미국이 다르다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어른 되기가 어려운 것은 집을 장만하고, 직장에서 승진하기가 어렵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나이는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기가 그만큼 어려워진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 삶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었음을 말합니다. 요즘 세상은 그만큼 책임져야 할 것이 많은 세상입니다. 자신의 삶은 물론이고, 가족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고, 사회에 대한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도 져야 합니다. 어른은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사람을 말합니다. 어려운 이웃과 소외된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짐을 나누어지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이런 책임은 조금만 노력하면 질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정작 어른 되기 어려운 까닭이 또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수없이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지만, 어른이 되면 될수록 만남보다는 더 많은 이별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 김명환 장로님께서 갑자기 저희 곁을 떠나셨습니다. 언젠가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야 함을 알면서도 이렇게 또 한 분을 하나님 곁으로 떠나보내면서 어른이 되면서 겪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슬픔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가까이 지내던 이들을 떠나보낼 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겪는 건강의 어려움을 보면서, 어른으로서 당연히 지나야 하는 과정인 것을 알지만 여전히 우리의 마음에는 아쉬움이 깃듭니다. 우리는 분명 그 어느 때보다 어른 되기 어려운 세상을 살지만, 그런 세상이기에 우리는 더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마주하는 아픔과 슬픔을 믿음으로 이기시고 세상을 사랑으로 품고 살아가는 멋진 어른들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KCMUSA,680 Wilshire Pl. #419, Los Angeles,CA 90005
    Tel. 213.365.9188 E-mail: kcmusa@kcmusa.org
    Copyright ⓒ 2003-2020 KCMUSA.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