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찾아온 기도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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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자연 현상에 따라서 일 년을 구분한 때를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온대 지방에서는 기온의 차이를 기준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계절로 나눕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해마다 반복되는 시기도 계절이라고 합니다. 봄이 되면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이 다시 살아난다고 해서 봄을 ‘부활의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또, 가을이 되면 식물이 열매를 맺거나 맺은 열매가 여문다는 뜻을 담아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고, 수확하는 때라는 의미를 담아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또, 무엇을 하기에 적당한 때를 가리켜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무덥고 습한 날씨를 피해 휴가를 즐기기 적당한 때인 여름을 일컬어 ‘바캉스의 계절’이라고 하고, 가을이 되면 책 읽기에 적당하다고 해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합니다. 여름이라고 모두가 바캉스를 떠나는 것도 아니고, 가을에만 책을 읽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런 일을 하기에 적당한 때라는 의미를 담아서 그렇게 부르곤 합니다.
신앙인에게 가을은 책 읽기에만 적당한 때가 아닙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하기에 적당한 때이기에 가을은 감사의 계절입니다. 가을은 ‘감사의 계절’이라고 부르기에 좋을 만큼 감사할 것이 참 많을 때입니다. 농사짓는 이들에게 가을 추수는 한 해 동안 땀 흘려 일한 것에 대한 보상입니다. 가을은 잠시나마 먹거리 걱정에서 벗어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기에 감사의 계절입니다.
그런 가을은 많은 것을 얻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것을 잃는 계절입니다. 여름내 푸르던 나무에 단풍이 들며 곱게 물든 옷을 하나둘 벗어젖히는 계절도 가을입니다. 추수를 끝낸 논과 밭은 황량한 벌판으로 변하고,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으로 날아가는 철새의 날갯짓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계절도 가을입니다.
저는 지난 두 주간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중의 하나인 캄보디아와 세계에서 가장 편리하게 사는 나라 중의 하나인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두 나라를 연달아 방문하면서 감사는 많은 것을 가졌을 때도 해야 하지만, 많은 것을 잃었을 때도 해야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왔습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얻으면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유가 감사의 이유는 될지언정 조건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지만 감사하는 사람이 있고, 많은 것을 가졌지만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는 삶에 대한 태도입니다. 감사하는 사람은 늘 감사할 거리를 찾습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더 많은 감사의 조건이 찾아옴은 물론입니다.
또, 가을은 기도의 계절입니다. 물론, 기도에 꼭 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을을 맞아 쓸쓸해진 마음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기도의 자리로 나갑니다. 김현승 시인은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라는 말로 ‘가을의 기도’라는 제목의 시를 시작했습니다. 시인의 노래처럼 가을은 기도의 계절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지더니 기도의 계절인 가을이 불쑥 찾아왔습니다. 불쑥 찾아온 기도의 계절을 맞아 우리 교회에서는 ‘다니엘 기도회’를 시작합니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다니엘 기도회’가 11월 1일부터 시작되어 21일까지 21일간 매일 저녁 7시 30분에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교회에서 모이지 못하고 각 가정에서 온라인을 통해서 모여야 했지만, 가정이든 일터든 기도하는 자리는 하나님의 응답을 경험하는 놀라운 기도 응답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가정과 자녀를 위해서 기도하는 자리는 믿음의 유산을 남기는 은혜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올해도 온라인으로 모여 기도하는 그 자리에서 삶의 문제가 해결되고, 인생의 숙제가 풀리고, 삶을 가로막고 있던 것들이 떠나가고, 인생의 모진 시련의 길이 은혜의 길이 되는 기도 응답의 역사가 일어나게 될 줄로 믿습니다. 그 기도 응답을 통해 우리의 삶을 세밀하게 돌보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여전히 세상은 어지럽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욱 기도에 힘써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다니엘 기도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허락하실 큰 은혜를 사모하시며 기도회에 참여하시기를 바랍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할 때 기도 응답의 강력한 역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이번 ‘다니엘 기도회’를 통해 누리게 될 놀라운 은혜 체험의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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