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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이라는 창문을 열면 보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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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3-09-15 | 조회조회수 : 4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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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담벼락에 붙은 담쟁이덩굴 잎이 하나둘 떨어질 때마다 죽음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여기며,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는 절망으로 마지막 밤을 맞았던 여류 화가 존시는 이튿날 아침, 마지막 잎새 하나가 떨어지지 않고 벽에 붙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밤새도록 비가 내리고 사나운 바람이 몰아쳤는데도 줄기에 용감하게 매달려 있는 잎새를 보면서 삶의 희망을 얻고 건강을 회복한 존시는 얼마 후, 자신에게 용기를 준 마지막 잎새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그 마지막 잎새는 자신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아래층에 사는 무명 화가가 벽에 그려놓은 그림이었습니다. 


    40년 동안이나 그림을 그렸지만, 이렇다 할 작품 하나 내놓지 못한 무명 화가는 폐렴에 걸려 죽기 전에 그토록 소원했던 ‘최고의 걸작’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이야기는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라는 단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오 헨리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걸작’이라는 교훈을 창문 너머로 보이는 마지막 잎새를 통해 우리에게 전합니다.  


    창문은 세상으로 난 길입니다. 아침 햇살을 처음 만나는 곳도 창문이고, 한낮의 높고 푸른 하늘이 담긴 곳도 창문입니다. 노을이 황홀함으로 물드는 곳도 창문이고, 어둠 가득한 밤하늘을 수놓는 별빛을 촘촘히 담는 곳도 창문입니다. 철마다 옷을 갈아입는 꽃과 나무, 마실 나온 듯 지절대다 돌아가는 새들을 만나는 곳도 창문입니다. 


    사람들이 사는 곳마다 창문이 있습니다. 그 창문 밖에는 늘 똑같다고 여기는 지겨운 풍경이 펼쳐질 때도 있고,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세상이 기다릴 때도 있습니다. 창문 너머로 맹수가 우글거리는 정글과도 같은 치열한 세상이 보이는가 하면, 빨랫줄에 걸린 옷가지가 보여주는 소박한 삶과 마주하는 세상살이의 고귀한 풍경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제각기 다른 창밖 풍경을 보며 삽니다. 아니 우리의 인생이 세상으로 난 창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창문 너머에는 각자가 살면서 가꾸어 온 풍경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런 풍경을 만날 때마다 낯선 모습에 신기해하기도 하고, 살아온 삶의 발자취가 만든 신비한 풍경을 보면서 감격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김중정 장로님의 회고록을 통해 그의 인생이라는 창문을 열고, 창밖 풍경을 바라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91년이라는 짧지 않은 인생을 담은 회고록이라는 창문을 열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풍파를 숨죽이며 보내야 했던 한 소년이 창밖에 서 있었습니다. 목사의 남편으로, 두 아들의 아버지로, 유학생으로, 사업가로, 신앙인으로 살아온 모습도 인생이라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었습니다. 


    억울한 일로 옥살이하는 풍경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뚝심 있는 사업가의 모습도 보였지만,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그리워하는 정 많은 사내의 모습도 김중정이라는 한 인생의 창문 너머로 비치는 풍경이었습니다. 


    김 장로님이 회고록을 통해 자신의 인생이라는 창문을 활짝 열었을 때, 그 창문 너머로 세월의 흔적과 함께 지나온 과거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추억도 있었지만, 상처와 아픔의 기억도 있었습니다. 인생이라는 창문을 연다는 것은 스쳐 지나간 이들에 대한 원망이나 불평도 다 내려놓고, 과거와 화해하고 지난 잘못과도 화해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이제는 살아온 날보다 남은 날이 짧다는 것을 알기에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인생이라는 창문 너머로 비치는 풍경을 아름답게 정리하기 위해 회고록을 냈다는 김 장로님은 ‘이제 평안하다’는 말로 회고록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말에는 살면서 부족한 것도 있었고 넉넉한 것도 있었고, 좋을 때도 있었고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결국은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고백이 담겨 있었습니다. 


    김 장로님은 그 고백을 담은 회고록의 제목을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라고 정했습니다. 김 장로님의 인생이라는 창문은 겹창이었습니다. 첫 번째 창을 열었을 때는 그의 인생 여정이 낱낱이 드러났지만, 또 하나의 창을 열었을 때는 우리를 푸른 풀밭과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믿음의 사람들이 인생이라는 창문을 열었을 때 보이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하나님의 인도와 보호여야 합니다. 주님과 동행하므로 멋진 창밖 풍경을 만들어가는 하루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이창민 목사 (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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