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훈의 書架멍] 내 書架 터줏대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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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가에 가장 먼저 자리잡은 책은 당연히 나와 매우 가까운 책이다:
- The Story of Philosophy: Lives & Opinions of the World’s Greatest Philosophers
(철학 이야기: 세계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들의 삶과 견해)
Will Duran 저, Simon & Schuster 출판, 1926, 412 쪽
대학 일학년, 1956년, 서울고등학교 생활을 매우 싫어했던 나는 서울 졸업생이 전혀 가지않는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으로 진학했고, 흔히 법대생들이 향하는 고등고시쪽이 아니라 다른 길을 겨냥하면서 법학인 전공 말고 철학 공부도 곁들였는데, 내가 선택한 원서가 바로 이 책, The Story of Philosophy(철학 이야기)였다. 그저 어디에서인가 이 책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싸구려 보급판(paperback)으로 읽게 되었는데, 처음부터 내 마음에 썩 들었다. 후에 알게 된 거지만 이 책 출판주변에는 풍성한 이야기들이 넘쳐흐른다:
1) 출판사 Simon & Schuster 이야기
“철학 이야기”의 출판은 1926년이고, 이 책은 1924년에 생긴 Simon & Schuster 출판사의 첫번째 야심작 이다. 이 책이 출판된 미국은 대경제공황을 앞두고 흥청망청하던 시절, 그때 사회, 문화 분위기를 살펴보면,
- 유명한 무용수 Martha Graham의 첫 무용발표회가 열리던 해,
- 할리우드에서는 Valentino 주연의 Son of the Sheik이 개봉되던 해,
- 영국 조각가 Henry Moore가 Draped Figure라는 유명한 작품을 선보이던 해,
- 소설계에서는 Fitzgerald의 Great Gatsby, Theodore Dreiser의 An American Tragedy, Virginia Woolf의 Mrs. Dalloway, 그리고 Thomas Mann의 Death of Venice 영문 번역본이 출판되던 해,
- Broadway에서는 Anita Loos의 Gentlemen Prefer Blonds(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Edna Ferber의 Show Boat라는 뮤지컬이 개봉되던 해,
- 그리고 출판업계에서는 그 유명한 Book of the Month Club이 시작되던 해였다.
피아노 판매원 Simon과 자동차관련 잡지 편집인 Schuster, 두 친구가 자본금 $8,000(현재 $126,000 상당)을 투자해서 이 출판사를 시작했는데, Simon & Schuster는 독특한 두가지 목표를 겨냥하고있었다.
- 순전히 돈을 벌려고 출판사를 열었다는 점인데, 미국 출판업계에서는 처음 시도된 사례였다.
- 전적으로 추세, 유행(trend, fad)만을 쫓는 유행 출판(fad publishing) 역시 첫 사례였다는 점…
처음 시작은 당시 유행하던 십자 말풀이(crossword puzzle)만을 출판했는데, 놀랍게도 시작 하자마자 큰 돈을 벌었다. 십자 말 풀이 책으로 돈은 좀 벌었지만 출판사로서의 존경은 고사하고 인정조차 받지못했던 무명 출판사 Simon & Schuster는 위상을 높일 셈으로Jean Francois Millet의 “씨 뿌리는 사람”과 비슷한 그림을 상표(logo)로 삼고, 또 획기적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기획 출판(planned publishing)을 시도했다.
당시 출판 관례는 유명 작가의 원고를 경쟁적으로 쟁취하면서 책을 만들었는데, Simon & Schuster는 그런 관행과는 다르게 주제를 선택, 기획하고, 책을 완성시킬 작가를 발굴, 성장시키는, 매우 획기적이고 모험적 기획 출판을 시도했다. 그것도 보통 독자들이 읽기에 부담을 느껴서 과거에는 출판된 적이 없던 철학이란 주제를 선택, 기획했고, 출판 경험이 없던, 직장인을 위한 야간대학 무명 철학 선생, Will Durant 를 발굴해 ”The Story of Philosophy(철학 이야기)”를 만들었다.
놀랍게도 이 책의 성공은 출판사 Simon & Schuster의 존재를 출판업계에 알렸고, 더해서 가난한 무명의 저자, Durant로 하여금 평생 소원인 “문명 세계사(The Story of Civilization)” 집필에 전념하게 만들었다. <계속>
조승훈
서울 고등학교, 고려대학 법과대학, University of San Francisco MBA.
San Francisco 번화가 California & Pork Street 교차점 케이블카 종점 책방 경영
1986~2018년까지, 한국으로 가장 다양하고 많은 책을 직접 선정해서 보냄
매주 주간매경 서평 8년, MBC 일요일 아침 “독서와 인생” 라디오 프로그램 3년 진행
코매디안 조모란(Margaret Cho) 씨 부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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