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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이데올로기, 과학 그리고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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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3-05-19 | 조회조회수 : 3,5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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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주의적 신앙인이라면 아마도 무신론 공산주의적 전제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입니다. 자연주의에 입각한 진화론 또한 그대로 받기 힘들 것입니다. ‘에너지와 물질이 교환된다’는 상대성 원리의 시대에, 철학적 유물론을 신봉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산주의, 진화론과 유물론과 같은 유사 진리를 지지함을 넘어, 그것에 거의 신앙적 위상을 허락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이 나옵니다. 복음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각축하는 두 이념적 진영이 대립하고, 극심하게 갈등하고, 심지어는 전쟁을 불사하는 세상 속에 우리가 삽니다. 이념의 세상, 곧 이데올로기의 세계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고국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사회ㆍ정치적 갈등이 있는 곳은 어디에서나, 상대방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비판이 누룩처럼 퍼지고, 내가 속한 진영은 마치 과학이나 진리의 확신을 가진 것처럼 상대를 정죄하고 배척합니다. 좌파와 우파, 빨갱이와 반동분자, 종북 좌익 좀비와 수구 골통 보수 등의 진영을 가르는 비판적 이름들이 난무하며, 서로 간의 정죄가 도를 넘는 현상으로 등장합니다. 심지어는 신앙인들도 여기에 가세하여 종종 진영 논리의 전파자나 선구자가 되기도 합니다.

       

    이데올로기가 사람을 가르는 유일한 잣대라면 우리는 이데올로기적 좌우 양극단의 어디에 속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과학의 영역도 존재하고, 진리의 영역도 존재합니다. 자끄 엘륄(Jacques Ellul)은 이데올로기가 미국 독립선언이나 프랑스 혁명 혹은 러시아 혁명에서 보는 것처럼, 혁명의 창립적 행위를 지속시키고 그 최초의 에너지를 영속화시키려는 “정당성 부여”를 위한 지적 도구라고 주장했습니다. 엘륄은 아울러 이데올로기의 현상이 “사유체계가 신념 체계로 바뀌는 변화”라고 정확하게 지적한 바 있습니다. 

       

    엘륄의 이데올로기론에 지지를 보내는 폴 리쾨르(Paul Ricoeur)는 『해석학과 인문사회과학』이라는 저술에 실린 “과학과 이데올로기”라는 논문 속에서, 이데올로기를 “정당화와 기획”(justification and project)을 위한 기재로 보고, 제도화된 행동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확보하는 신념을 제공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데올로기가 이러한 차원에 이르는 동안 도식화, 코드화, 정형화, 의식화, 표준화와 합리화를 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리쾨르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이데올로기를 억지적 견해, 즉 “억견”(臆見), 헬라어로 “독사”(doxa)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리쾨르는 헬라어의 “진리” 즉 “에피스테메”(episteme)에 대조되는 말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데올로기는 이제 은폐와 왜곡의 기능을 가집니다. 심지어 이데올로기는 진리와 성찰을 물리치고, 자기비판이 없는 비반성적, 타성, 불관용의 길을 갑니다. 

       

    유사 진리인 이데올로기가 판치는 세상 가운데,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 14:6)이라 말씀하신 예수님을 믿고 이데올로기를 상대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엘륄은 젊은 시절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다가 전향한 사람이며, 리쾨르는 매혹적인 마르크스주의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그 이론의 전체주의적 성격을 유념한 개신교적 배경의 철학자요, 시대사조를 비판한 기독교 지성입니다. 이데올로기의 과소비와 진영 논리, 권력의 확보를 위한 갈라치기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 오직 예수의 진리와 복음을 가진 것은 이데올로기적 왜곡을 극복하기 위한 출발점에 선 것입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하리라”(요 8:32)는 예수의 말씀을 기쁨으로 받습니다. 과학의 도움과 진리의 성찰 속에서 지적 가능성을 모색함이 이데올로기적 좌ㆍ우파로의 환원을 극복하는 또 다른 풍성한 영역의 드러남일 것입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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