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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정치적 예전의 해독제, 참된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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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3-03-17 | 조회조회수 : 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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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월드컵 축구 열기가 폭발하던 때, 윤리학회에서 함께 활동하던 한 교수님이 네덜란드의 축구 열기에 대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 교수님은 네덜란드의 축구 열기가 “종교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암스테르담 아약스(Ajax) 구장의 위용은 정말 “신전” 같았다고 회상합니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신전으로 “예배하기 위하여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아약스 구장을 직접 본 저의 느낌은 거대한 UFO라고 생각되었습니다. 

       

    2015년경 미국 생활 중 아들과 함께 메모리얼 콜로시움에서 벌어진 모교 풋볼 게임에 몇 차례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도 일종의 예전이 펼쳐졌습니다. 풋볼 게임이 있는 토요일, 학교에서는 동문 가족들이 교정 가득히 테이블을 펼치고 파티를 벌입니다. 잔치가 마쳐지고 말을 탄 트로이 장군이 고적대 앞에 서면, 음악과 함께 경기장으로의 결연한 행진이 시작됩니다. 저도 아들과 함께 학교의 로고가 새겨진 붉은 잠바를 “예복”으로 입고 응원했습니다. 승리한 그날, 노회 목사님의 따님은 동문들에게 전화하여 “헌금”을 받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예전적 행사는 스포츠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국가도 예전을 가집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기관인 정부는 벌거벗은 폭력이나 무자비한 권력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가는 신화(myth)가 필요합니다. 국가의 신성한 의미와 존재 이유를 담은 서사(敍事), 내러티브, 즉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예전이 국경일, 애국자를 기념하는 현충일, 그리고 국가에 영혼을 불어넣은 위인들을 기리는 휴일과 건국 기념절입니다. 국가는 자신을 신비화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로는 조작된 신화를 통하여 국가는 자신의 위치를 궁극적인 것으로 위장합니다. 국가의 신비화는 종종 정치를 종교적 차원으로 격상시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을 알게 될 때, 성령님은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을 차차 구분하도록 인도하십니다. 하나님은 거룩한 분이십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거룩하십니다. 민족, 국가, 군대, 이웃, 공동체, 풍습, 전통, 가훈과 가풍, 그리고 신조 등 중요한 것이 많이 있지만, 이것을 영존하시는 하나님과 비교할 수 없으며, 완전한 창조자이자 섭리자이며, 구속자이자 심판자이신 하나님과 결코 혼돈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러므로 하나님만 예배합니다. 우리는 정치가를 존경하고 위하여 기도해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그들을 숭배하지 않습니다. 국가는 고귀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에게 바치는 충성을 생각할 때, 국가에 대한 우리의 충성은 준궁극적인 것이요, 잠정적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세 기독교 왕국, 정치와 종교가 맞물려 있던 때의 기독교 국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종종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정치가나 국가를 우상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국가의 신비화는 시민적 자유의 상실을 가져오는 함정입니다. 종종 국가의 신비화와 신화화를 통해 정치를 신성한 것으로 만들었던 고대와 현대를 막론하고, 역사는 백성의 억압, 정죄와 처벌의 비인간화로 점철되었습니다. 

       

    전체주의를 방조하지 않고, 예배와 핍박과 순교로 이어진 저항은 삼위 하나님을 믿는 단순한 믿음과 신뢰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의 예배는 하나님의 주되심(Lordship)의 확인이라는 수직적 부분과 성도들의 교제(fellowship)라는 수평적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전자는 예배의 정치적인 부분입니다. 올리버 오도노반이 “신학은 정치적”이라고 말했다면, 제임스 스미스는 “예전이 정치적”이라고 말합니다. 예배는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대한 반복적인 확인이기 때문입니다. 예배는 우리의 영원한 충성을 결단하는 언약입니다. 예배는 신성한, 영원한 왕권 확인이라는 면에서 정치적입니다. 국가의 예전에 취한 사람들에게 신앙의 예전은 해독제입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 KCMUSA 재단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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