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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르무엘 왕 어머니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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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3-01-27 | 조회조회수 : 9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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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시와 지혜는 하나님이 주시는 대조적인 은혜입니다. 그런데 계시는 하나님이 위로부터 내려주시는 직관적인 지식이라면, 지혜는 인간의 삶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응용된 앎이며, 아래로부터 오는 지식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다른 매개 없이 직접 계시하시지만, 다른 한편으로 스승, 부모와 지혜자를 통하여 지혜를 허락하십니다. 

       

    성경 안에는 지혜문학이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잠언, 욥기와 전도서 등이 그것입니다. 더구나 지혜가 전달된 문헌으로는 하나님의 백성이 받은 지혜만 아니라, 이방인의 지혜로운 이야기가 포함된 것도 신기합니다. 지혜서는 이집트와 중근동에 광범위하게 퍼진 가르침의 배경 속에서 주어진 것이 적지 않습니다. 욥기라는 지혜서를 지은 우스 사람 욥은 아브라함과 동시대의 사람으로 추측되지만, 선민은 아닙니다. 욥의 세 친구 데만 사람 엘리바스, 수아 사람 빌닷 그리고 나아마 사람 소발도 아브라함의 족속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이방인의 지혜임에도 불구하고 욥기는 당당히 정경(正經, canon)에 포함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원한 진리에 대한 논쟁과 깨달음의 빛을 우리에게 풍성하게 던져줍니다. 

       

    솔로몬의 저술과 편집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잠언에는 아굴의 것과 르무엘 왕의 어머니가 쓴 잠언도 들어있습니다. 놀라운 일은 남성 위주의 시대이며 유대인 위주의 시대에, 이방인이자 여인의 교훈이 정경에 포함된 것입니다. 잠언 31장은 잠언의 결론과도 같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결정적인 주요 위치에 현숙한 어머니의 교훈(잠 31:1-9)과 현숙한 아내에 대한 가르침(잠 31:10-31)으로 잠언을 마무리하는 것이 특별합니다. 아라비아 북동부의 마사(Massa, 창 25:14)라는 왕국의 왕비가 왕이 될 아들 르무엘을 위하여 가르치는 말씀은 왕의 바른 처신에 관련된 가르침입니다. 

       

    율법이나 선지서가 유대적, 신학적 토양을 가지고 있다면, 사실상 지혜문학은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솔로몬이 당시 최고의 지혜자였기 때문에, 그 자신이 많은 지혜를 쏟아내기도 했지만, 주변의 많은 지혜로운 전통을 소화하고 수집과 저술을 통하여 하나님 백성을 위한 것으로 제공하였습니다. 르무엘의 어머니가 가르친 지혜도 그중에 하나였을 것입니다.

       

    르무엘 왕에게 전달된 지혜와 훈계의 내용은 여자와 술로 대표되는 세상의 향락에 빠져서는 아니 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왕의 임무인 가난한 사람과 곤고한 사람을 향한 자비와 긍휼을 잊어버리지 않으며, 재판정에서의 정의와 공평을 굽게 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르무엘 왕에게 전달된 이 아름다운 명령은 유대 왕국의 왕과 집권자들에게 요구된 율법의 명령과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없는 소외된 사람과의 과감한 동일시는 집권자들의 변함없는 미덕입니다. 르무엘의 정책은 그러므로 “왕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가 아니라 “왕은 스스로 도울 수 없는 자를 돕는다”라는 명제로 집약할 수 있습니다.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정치 지도자의 시대에 이르러 우리는 성경이 정치 비평의 일단을 제공함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는 지도자에게 주어진 임무가 바로 하나님의 성품인 사랑과 공의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구체적인 정치적 현장에서 사랑과 공의를 실천하는 유무가 정치 지도자를 판단하는 시금석인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예수님이 유대인의 왕으로 오셔서 백성을 죽기까지 사랑하시고, 십자가에 달리심으로 영원한 구원의 복음을 주시고, 부활의 첫 열매가 되신 것을 생각하면, 예수는 계시의 특수성뿐 아니라 지혜의 보편성을 초월하여 충분히 성취하신 르무엘, 곧 “하나님에게 속한 분”이심을 알게 됩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목사, KCMUSA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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