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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의 꽃 이야기] 특별한 웨딩 - 엄마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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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2-06-23 | 조회조회수 : 67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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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도 훨씬 넘어 보이는 어느 허름한 옷차림의 할머니가 어느 날 까만 통 두 개를 들고 가게로 들어왔습니다. 내가 들어도 가볍지 않은, 무릎까지 올라오는 그 통들을 가게 바닥에 놓으면서 그 할머니는 자기 딸이 나이가 60인데 이번에 결혼식을 하게 되었으니 신부가 입장하는 입구 양쪽에 세워놓을 수 있도록 이 두 통에다 흰색 꽃을 가득 채워 넣어 장식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결혼식은 집 정원에서 가족들이 모여 치를 것인데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최상의 꽃으로 해달라고 했습니다. 딸이 이 꽃집에서 몇 번 꽃을 했는데 마음에 들어서 다 믿고 맡기는 것이니 우리가 알아서 만들고 값도 알아서 정하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얼굴은 감출 수 없는 기쁨과 행복감으로 빛이나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할머니의 허름한 행색으로 보거나, 60세 된 딸의 결혼식인데다가 집에서 가족들이 모여 치르는 결혼식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돈을 많이 쓸 처지나 상황은 아닌 것 같아서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다”는 할머니의 말은 새겨서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꽃을 해야 할지, 가격은 얼마로 해야 할지는 아내와 함께 만나 결정할 일이라 할머니는 일단 돌아갔다가 그날 오후 다시 가게를 찾아왔습니다.


아내를 만난 그 할머니는 가져온 두 개의 통에다 흰색 꽃을 가득 채워 디자인을 할 것과, 리셉션 테이블 위에 놓을 센터피스와 신부가 손에 들 부케, 그리고 할머니가 직접 꾸밀 웨딩 아치에 걸어놓을 기다란 리본 등을 주문하면서 다시금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최상의 꽃으로 만들어 달라”는 말을 하며 아예 크레딧카드 번호까지 다 주고 돌아갔습니다.

   

주문을 받을 때 아내는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다”는 말을 가장 좋아하는데 그럴 때는 정말 돈이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이 최상의 꽃을 마음껏 사용하여 최상의 작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고객은 1년에 한 명쯤 나타날까 말까 할 정도로 극히 드문지라 아내는 모처럼의 기회를 만나 최상의 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여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신랑 신부 들러리도 없을뿐더러 집 정원에서 가족들만 모여 하는 결혼식이라 리셉션 테이블도 단 하나뿐이므로 웨딩꽃 주문치고는 매우 조촐한 것이었지만 딸의 늦은 결혼식을 최상으로 치르고 싶어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아내와 나의 가슴에 뜨겁게 전달되었고, 우린 그런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꽃을 만들어 배달하였습니다.


결혼식이 있던 날 아침, 우리의 기대와 바람과는 달리 날은 몹시 흐리고 비가 내렸습니다. 한 주 내내 날씨가 궂고 수시로 비가 내려 그 특별한 결혼식이 있는 토요일만은 날이 개고 햇빛이 비치기를 바랐지만 무심하게도 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나는 아침 일찍 가게에 나와 아내가 특별한 정성으로 디자인한 그 네 개의 작품을 차에 싣고 결혼식 장소인 그 집을 향해 떠났습니다. 도착한 그 집은 가게를 찾아온 할머니의 허름한 옷차림과는 전혀 달리 개인 도로로 한참 들어가 길이 끝나는 곳 정면에 있는 큰 저택이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식이 열리는 그 집 정원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예약해야 하는 전문 결혼식장보다 훨씬 더 크고 멋진 곳이었습니다.

   

그 정원 안쪽으로 웨딩 아치가 세워져 있었고 할머니는 그곳에서 아치를 멋지게 꾸미고 있었는데 80이 넘은 연로한 할머니가 사다리에 올라가 그 아치를 장식하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고, 그것은 오직 자식을 위해 어머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져간 꽃들을 보며 너무나 기뻐하고 감격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나도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비가 와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내게 할머니는 “비가 하늘에서 양동이로 쏟아붓듯 부어내려도 상관없이 우리는 이 정원에서 결혼식을 할 것이니 염려 말고 꽃을 바깥에 셋업해 달라”고 해서 불안했던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비는 조금씩 흩뿌리는 상태로 계속되었고 결혼식을 못 할 만큼 더 심한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 집 정원에 멋지게 꾸민 예식장소 입구 양편에 꽃을 가득 채운 두 개의 컨테이너를 세워놓으니 그 장소와 너무나 조화롭게 잘 어울렸습니다. 

  

가족들만 집에서 모여 갖는 결혼식이라 피로연의 리셉션 테이블도 단 하나뿐이었습니다. 집 안 마당에 놓인 테이블 위에 센터피스를 올려놓으니 그 집 정원과 너무나 잘 어울려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습니다.

   

60이 된 딸을 시집보내는 행복한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감동적인 웨딩꽃이었습니다.


꽃들을 제자리에 놓은 후 나는 떠났기 때문에 결혼식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어머니가 정성 들여 준비한 결혼식은 분명히 아름답게 치러졌을 것입니다. 나는 지금도 그날 아침 가게를 찾아와 60세 난 딸의 결혼식 꽃을 주문하면서 기쁨으로 반짝이던 할머니의 눈빛과 그 행복한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딸을 낳아 품에 안고 키우면서 어려서부터 딸의 행복을 기원했을 엄마가 60년간을 고대하고 기다렸던 딸의 결혼식, 어쩌면 평생 그 결혼식을 보지 못하고 끝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거의 체념했을 엄마가 그 늦은 나이에 드디어 결혼하는 딸의 예식을 준비하며 그렇게 들떠서 기뻐하는 모습이 내게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근호(다니엘) 목사는 1977년에 도미, George Mason 대학에서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Central Bible College와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 전공했으며, 1987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30년간 이민 목회와 함께 지난 25년간 미국 전역에서 부흥집회를 인도했고, Billy Graham의 LA Rose Ball 전도집회에서 통역 설교를 담당했다. 2017년 목회직을 사임한 후 2018년 2월부터 버지니아에서 Lake Ridge Florist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물이 흐르는 곳에 식물은 자란다"(베드로서원), "모든 것을 가진 것보다 더 감동 있는 삶"(쿰란출판사), 다니엘 꽃이 야기(Daniel's Flower Story)"(도서출판 레드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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