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는 생방송, 인생도 생방송
페이지 정보
본문

매주 금요일이면 교회 예배당은 주일 예배 녹화를 위한 작은 방송국으로 바뀝니다. 예배의 부름과 성경 봉독은 이성일 목사님이, 주일 예배 기도 순서를 맡은 분들이 나오셔서 기도 영상을 녹화합니다. 저는 주일 설교를 녹화합니다. 이렇게 모인 영상에 전 주일에 녹화된 성가대의 찬양과 회중 찬양이 더해져서 편집된 주일 예배 영상이 토요일 오후에 유튜브에 올라갑니다.
주일 예배를 녹화하지 않을 때는 토요일 늦은 밤까지 설교 원고를 붙잡고 씨름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럴 여유조차 없이 어떻게든 금요일이면 설교 원고 작성은 물론 녹화와 편집까지 마쳐야 하는 일정을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었던 지난 2년여간 소화해야 했습니다. 금요일까지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저를 곤혹스럽게 한 것은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서 카메라만 바라보며 설교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오늘부터 주일 예배가 녹화 방송이 아니라 생방송으로 중계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화기 한 대만으로도 얼마든지 생방송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커다란 방송용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자그마한 카메라만 있으면 좋은 화질의 영상을 송출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엄청난 방송용 장비가 아니더라도 책상 위에 올려놓는 작은 기계만 있으면 카메라 여러 대를 조절하면서 여러 명이 달라붙어서 해야 하는 일을 혼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세상인데도 오랫동안 생방송 대신에 녹화방송을 해야 했던 이유는 우선 온라인을 통해서 생방송 예배를 드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카톡을 통해 보내드리는 녹화된 주일 예배 영상은 링크를 누르기만 하면 쉽게 연결됩니다. 중간에 끊기는 일도 없이 예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방송으로 예배를 드리면 인터넷 사정으로 영상이 중간에 멈추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유튜브에서 주일 예배 영상 링크를 찾아 다시 연결해야 합니다.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주일 예배를 녹화 방송으로 보내드렸습니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주일 예배를 생방송으로 중계하기 위해서는 본당에 인터넷 설비가 있어야 하고, 카메라와 컴퓨터 등 주변기기가 다 설치되어야 했습니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예산도 들어가야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교우 한 분이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영상 예배를 위한 지정 헌금을 꾸준히 해 주셨습니다. 그 헌금을 모아 본당에 인터넷을 끌어오고, 방송용 카메라 2대와 컴퓨터를 비롯한 영상 장비를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주일예배를 생방송으로 내보낼 준비를 마치고 지난 몇 주간 시험 방송을 했습니다. 인터넷 사정으로 중간에 예배 실황이 끊기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유튜브에서 다시 연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문제들이 있었고,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녹화 방송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생생한 예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같은 시간에 교우들이 함께 예배드리는 예배 공동체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예배를 생방송으로 드리기 시작하면서 예배만이 아니라 인생도 생방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은 생방송입니다. 녹화 방송이라면 실수하고, 후회스러운 일은 지워버리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생방송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송대관이라는 가수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인생은 생방송 홀로 드라마 되돌릴 수 없는 이야기/태어난 그날부터 즉석 연기로 세상을 줄타기하네/미움이 넘칠 땐 사랑을 붙잡고/눈물이 넘칠 땐 기쁨을 붙잡고/비바람 부딪치며 살아온 세월 하루가 백 년이네/인생은 재방송 안 돼 녹화도 안 돼/오늘도 나 홀로 주인공’
‘인생은 생방송’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 가사처럼, 인생은 한 번 지나간 세월은 돌이킬 수 없기에 생방송입니다. 인생은 재방송도 녹화도 안 됩니다. 인생만 생방송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도, 믿음 생활도 생방송입니다. 조금 거칠어도, 연결이 매끄럽지 못해도 그 가운데 생생한 은혜를 누리는 생방송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서서히 수그러들고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고 합니다. 여행 제한도 많이 풀리고 있습니다. 주일에 교회에 오셔서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고 말씀 듣고 성도의 교제를 나누는 일도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여러 이유로 주일에 교회에 오시지 못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제부터 생방송으로 드리는 예배의 자리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라며 생방송으로 살아가는 여러분의 인생을 응원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 이전글유전자가위 기술과 치유 22.05.18
- 다음글[김영국 목사의 음악목회 이야기] 사랑의 테마 - 아가(Song of Songs) 22.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