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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 축하, 마크롱 대통령 재선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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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2-05-03 | 조회조회수 : 3,40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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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의 재선성공이라고 한다. 와! 대환영이다. 내가 무슨 마크롱 열렬 지지자라고 대환영씩이나? 가끔 유럽을 오갈 때 에펠탑 꼭대기에 올라가서 망원경으로 파리 시내를 구경하거나 골목길로 찾아다니며 달팽이 요리를 몇 번 먹어보고 시테섬에 있는 노틀담 성당 정문 앞에서는 왼쪽부터 성모 마리아의 문, 가운데는 최후 심판의 문, 오른쪽은 성모의 어머니 안나의 문... 그것도 무슨 지식이랍시고 중얼중얼 외우고 다니는 처지에 근사한 프랑스 정치평론가처럼 마크롱의 재선을 축하한다는 멘트가 좀 멋쩍고 우습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블라드미르 푸틴을 국제 전범으로 몰아가려는 국제사회에 찬물을 끼얹은 게 마크롱과 맞섰던 극우주의자 르펜이었다. 르펜은 ‘프랑스의 트럼프’라고 할수 있다. 그녀가 당선되면 EU에서 탈퇴하겠다느니, 러시아와의 협력관계를 더 강화하겠다는 등 선거 공약을 듣고 보니 아니! 시진핑이나 김정일, 그리고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 말고 또 푸틴을 지지하는 자가 세상에 등장한다고? 그래서 나는 마크롱의 재선이 은근히 기대되던 참이었다.


나폴레옹 때 모스크바까지 쳐들어갔던 프랑스 군이 겨울채비를 하지 않고 무조건 진격하고 들어갔다가 식량부족과 추위에 떨면서 힘없이 퇴각하게 되자 러시아는 이때다 하고 뒤통수를 쳐서 나폴레옹을 패망의 길로 몰고가지 않았는가? 그로 인해 유럽의 통일을 꿈꾸며 기고만장했던 나폴레옹은 결국 포승줄에 묶여 섬으로 유배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러시아를 벌벌 떨게 했던 나폴레옹의 자존심에 침을 뱉아도 유분수지 러시아의 푸틴과 협력하겠다는 게 프랑스 국민 정서에 먹혀들까 했는데 과연 그들도 내 마음과 코드가 맞아 떨어진 것일까? 르펜 패배, 마크롱 성공으로 선거는 끝났다.


프랑스하면 나는 우선 그 나라의 자유를 꼽는다. 이 지상의 모든 나라들에게 자유를 선물한 나라가 프랑스다. 유럽연합(EU)이란 정치공동체는 사실 자유와 민주를 지지하는 가치공동체다. 그 중심에 프랑스가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프랑스 국기의 파랑은 자유, 하양은 평등, 그리고 빨강은 박애를 상징한다. 프랑스 국기를 볼 때마다 ‘레미제라블’이나 프랑스 혁명을 떠올린다. 프랑스 혁명은 모든 인간은 자유하게 태어났으며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선언한 사건이었다.


왕족과 귀족들에게 평민들이 저항의 깃발을 들고 싸워 쟁취한 자유, 그때부터 프랑스 봉건제도는 막을 내리고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사회가 가능해졌다. 혁명의 구호였던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은 인류 근대역사 이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굳건하게 자리 잡았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도 이 가치의 산물이었다. 그래서 프랑스는 ‘자유종주국’이다.


미국의 독립을 기념하여 프랑스가 보낸 선물이 무엇이었는가? 지금 뉴욕 엘리스 섬에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었다. 상징적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프랑스는 인류 역사 중에 자유란 거대한 나무를 심어 여러 나라가 그 그늘에서 평안을 누리게 했다.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에게는 그 프랑스의 자유가 보인다. 마크롱은 39세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권좌에 올랐을 때 그의 나이 48세. 그때 최연소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세상이 탄복했다. 그 오바마에 비교도 안될 30대 프랑스 대통령이 태어났으니 세상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젊은 나이가 아니라 더 놀라운 숫자가 있다. 지금까지도 붙어 다니는 ‘24세 연상의 영부인’이란 숫자다.


마크롱의 부인 브리짓 트로뉴는 마크롱이 15세 때 학교 선생님으로 만난 사제지간이다. 첫 결혼에서 3명의 자녀가 있는 24세 연상의 선생님과 12년을 열애한 후 2007년 결혼에 성공했다. 24세 연상, 15세 때 만난 선생님, 3명의 자녀가 있는 유부녀, 그게 젊은 마크롱에게는 장애나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그 모든 것을 사랑 하나의 이름으로 훌훌 날려 보낸 그의 넉넉한 자유함! 그를 두고 세계 언론은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자유주의자’라고 칭송했다.


나이 많은 마누라 어쩌구 하면서 프랑스 국민들은 대통령을 혐오하지도 않았고 평가절하하지 않았다. 이번 재선성공은 그런 마크롱의 자유주의의 성공이기도 하다.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유의 원조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공동체와 서방세계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주의자 푸틴과 거침없이 맞장뜨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프랑스가 유럽연합이나 나토에 배신의 칼을 빼 들었다면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들은 또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핀란드나 스웨덴, 발트해 연안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켜보며 푸틴에게 무슨 날벼락을 맞을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마크롱의 당선이 천만다행인 셈이다. 그래서 자유, 평등, 박애를 지향하는 지구촌의 모든 국민들에게 그의 재선은 낭보가 아닐 수 없다.


1940년 독일의 진격으로 프랑스가 시시각각 무너질 때 도움을 요청하러 다급하게 영국에 간 드골 장군은 처칠의 배려로 BBC방송 마이크 앞에 섰다고 한다. 그때 드골은 “자유 속에서 살려는 모든 프랑스인들은 나를 따르라, 자유 프랑스여 영원하라!”고 외쳤다. 마크롱이 가장 존경한다는 드골의 이 유명한 BBC 항전연설은 비단 프랑스에게만 해당하는가?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인류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외침일 것이다. 자유 민주주의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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