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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 목사의 음악목회 이야기] 꼴찌에게 우등상을 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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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1-10-15 | 조회조회수 : 2,24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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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에게 우등상을 준 선생님

(A teacher who gave an unexpected prize to the last) 

                                                                                                                                

저의 집안에서 대한민국 국민(초등)학교 졸업장을 제대로 받은 사람은 6남매 중 제가 유일한 것 같습니다. 큰 누님과 둘째 누님은 북한에서 교실에 붙어있던 김일성 장군의 사진을 우산 끝으로 찔러 구멍을 냈다는 이유로 며칠을 하수도 감옥에서 지내다 퇴학을 당했고, 형님은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주일에 교회와 학교 중 어디를 갈지 하나를 선택하라는 보위부와 학교의 위협에, 자퇴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자아비판을 당하는 신세가 되어 초등학교 졸업장이 없습니다. 


6·25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남한으로 온 후에는 셋째 누님과 막내 누님도 모두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공부를 제일 못해 집안의 구박덩어리였던 제가 가문의 유일한 초등학교 졸업생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저의 졸업식 날, 닭을 키워 알을 팔아 육 남매를 키우시던 어머니가 남루한 옷에 조카를 업고, 저와 중학교를 함께 다닐 여유가 없는 집안 형편을 알고 미리 초등학교를 자퇴한 막내 누님과 함께 가문의 유일한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된 막내아들의 졸업식에 오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수십 마리의 닭을 키우느라고 조금도 시간을 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참석하신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학교를 가다가 근처의 산이나 숲속에 들어가 하루 종일 놀다가 오는 일을 반복하며 책가방은 아예 잃어버린 막내인 제가 제발 초등학교 졸업만은 할 수 있기를 기도해 오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제가 무사히 졸업한 게 신기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저를 비롯한 종암동의 종암초등학교 학생들은 모두 우리 학교는 세계 제일의 학교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새로 오신 이근홍 교장 선생님께서 우리 학교는 8,000여 명의 학생이 공부하는 세계에서 제일 큰 초등학교라는 점을 조회 때마다 강조하셨기 때문이었죠. 한 학년에 열두 반이 있고 각 반에는 120여 명의 학생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리고 졸업식 때 우등상장을 받을 학생은 한 반에 서너 명으로, 이름을 부르면 전교생과 학부모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떡 일어나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어찌 된 일인지, 난데없이 스피커에서 제 이름이 커다란 소리로 불리는 것이었습니다! 주위의 친구들이 분명히 너라고 하지 않았으면 저는 절대로 일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도 아쉽고 궁금한 것은 어머님께서 그때 어떻게 반응하셨는지 물어보지 못한 것입니다. 그 일에 대해서 어머님은 저에게나 누구에게도 말씀하신 적이 없고 미소만 지으신 걸로 기억됩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저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새로 부임해 오신 이근홍 교장 선생님께서 제가 졸업하는 해부터 우등상의 기준을 바꾼 것이었습니다. 전 과목의 평균 점수 대신에 각 과목별로 우등의 순서를 정하는 획기적이고 혁명적인 조치를 취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언제나 공부는 반에서 꼴찌였지만, 노래 하나만은 끝내 주는 숨은 재주가 있었거든요! 음악 선생님의 반주와 심사로 한 반에 두 명씩 뽑힌 경쟁자들을 하나씩 물리치는 오징어게임(?)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한영사전이라는 상품과 함께 저의 우등상장에 적혀 있었던 글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위의 학생은 성적이 우수하고(과목을 명시하지 않음), 품행이 방정하여 타의 모범이 됨으로 이 상장과 상품을 수여함.”


저는 집안에서 꼴찌인 막내였고 학교에서도 꼴찌였지만 한 선생님께서 꼴찌에게 우등상을 주신 그 사건이 저의 인생의 여정을 노래의 사역과 음악목회로 이끈 디딤돌 역할을 했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영어에 “booby prize”라는 말이 있습니다. 놀리거나 장난삼아 꼴찌에게 주는 상으로 멍청이란 의미도 있지요. 제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뜻밖의 우등상을 받고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담임 선생님과 작별의 시간을 보낼 때, 옆에 있던 한 친구가 저를 째려보며 한 말이 기억납니다. “원, 별 걸 다 해도 상을 받네!” 그 친구는 모든 과목의 성적이 우수해서 예년대로 우등상을 정했다면 저 대신 우등상장을 받게 되어 있던, 진짜 우등상장 후보였기에 더욱 제가 못마땅했을 겁니다. 그 친구에게는 제가 받은 상이 booby prize로 보였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혼자 미소를 짓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저의 웃기는 어릴 적 추억을 생각할 때마다 저는 제 음악사역의 멘토인 다윗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다윗을 골리앗을 때려잡은 용감한 용사요, 이스라엘 역사의 가장 위대한 인물이며, 신약성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시편의 저자로서 구약성경이 그를 중심으로 편집되었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의 시편에서 꼴찌의 열등의식을 드러내는 구절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나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나의 우매함을 아시오니…형제들에게는 외인이 되었나이다…”, “…오직 나는 가난하고 슬프오니…”, “…나는 무리에게 이상함이 되었사오니…”... 더구나 그는 형들이 모두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사무엘에게 나아갔을 때도 혼자 아버지의 양 떼와 남아 있던, 잊혀진 진정한 꼴찌가 아니었나요?


그러나 저는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통하여 꼴찌의 열등의식을 가진 다윗에게 기름을 부으셨을 때의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에게 그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뜻밖의 엄청난 사건이었고 약속이었습니다. 다윗이 기름 부음을 받고 오랜 동안 광야를 헤맬 때도, 그리고 아둘람 동굴의 절망 속에서도 그가 계속 위대한 찬양(시 57편)을 부를 수 있었던 것은 자기와 같은 “꼴찌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대한 감격과 약속의 말씀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약의 사도바울은 “죄인 중에 괴수”, “만삭되어 태어나지 못한 자” 같은 사도 중의 꼴찌인 자기에게도 주님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이방인의 구원을 위해 불러주셨다고 고백했지요.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이는 아무 육체라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 하게 하려 하심이라”(고전 1:27-29)


그의 스스로 꼴찌 된 자의 간증의 말씀은 저에게는 언제나 은혜가 됩니다!


필자 김영국 목사는 대광고와 한양대학을 졸업하고 1974년 미국으로 이주, Hope International University에서 신학과 음악목회를 공부하였고, 척 스윈돌 목사와 그의 음악목사이며 스승인 하워드 스티븐슨의 영향을 받았으며, 27년 동안 남가주 오렌지카운티의 큰빛한인교회에서 사역하였다. 지금은 저서와 번역, 그리고 웹사이트 매거진 “예배음악”(Worship Music)에서 음악목회에 관한 칼럼을 쓰면서 자신의 음악목회 경험과 사역을 나누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장로교출판사가 펴낸 “성공적인 예배를 위한 음악목회 프로그램”, “성공적인 예배를 위한 찬양과 경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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