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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의 꽃 이야기] Customers, 그 양지와 그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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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1-10-13 | 조회조회수 : 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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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게의 특성도, 고객들의 특성도 전혀 모른 채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궁지에 몰려 얼떨결에 꽃 비즈니스를 시작한 탓에 우리는 사업 초창기 시절 본의 아닌 실수를 많이 저질렀습니다.

   

고객들, 특히 미국인 고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는 여러 가지 실수와 그 실수로 인한 뼈아픈 결과들을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고객 중에는 자기가 주문한 것과 실제 디자인 사이에 조금 차이가 나는 것을 별로 상관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편안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자기가 주문한 것과 조금만 차이가 나도 불같이 화를 내며 나쁜 review로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하는 매우 까다로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처음 가게를 인수하여 시작한 날이 마침 발렌타인스데이여서 시작부터 대박이라고 생각했다가 엄청난 대환란의 날을 보내고는 그 후로 쏟아지는 고객들의 불평과 항의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어느 고객은 평가점수 최하점인 1점을 주면서 ‘이 가게는 손님이 주문한 대로 보내는 곳이 아니니 절대로 이 꽃집에 주문하지 말라’는 친절한 안내문과 함께 최악의 review를 올렸는데 그 이유는 그에게 묻지 않고 빨간 풍선 대신 핑크색 풍선을 보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린 그때 마침 빨간색 풍선이 떨어졌었고, 비슷한 핑크색 풍선은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 여기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 그만 악재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 고객의 악평 끝에는 자기 걸프렌드가 가장 싫어하는 색이 핑크라는 설명을 덧붙여놓았습니다.


고객들이 원하는 디자인이 각양각색인데다가 사용하는 꽃의 종류도 수백 가지에 달하지만 꽃가게의 한정된 공간과 그리 크지 않은 쿨러 사이즈로 인해 꽃집이 보관하고 쓸 수 있는 꽃은 많아야 수십 가지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매번 손님들 각자가 원하는 꽃에다 색깔까지 정확히 맞추어 디자인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서 많은 경우 비슷한 꽃으로 대치해서 만들어 보내는데 그것을 트집 잡는 사람들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몇 차례 그런 일을 당한 후 아내는 그 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할 묘책을 찾았는데 그것은 고객이 주문한 꽃이 없을 때 바로 전화를 해서 설명하고는 다른 꽃으로 대치하면 어떻겠느냐고 허락을 구하면 거의 대부분의 고객은 그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그들이 주문한 것을 허락 없이 디자이너 마음대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것은 꽃이나 색깔의 문제라기보다는 고객과의 소통의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대처를 하는 것에 상관없이 손님들이 좋고 나쁜 두 종류로 나뉘는 것은 우리가 직면해야 할 불가피한 현실이었습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양지가 있으면 그늘도 있듯이 좋은 고객이 있으면 나쁜 고객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좋든 나쁘든 고객이 없으면 비즈니스도 없는 것이요, 장사의 사활은 고객에 달려있으므로 고객 우선주의는 선택사항이 아닌 우리가 마땅히 지켜야 할 필수적인 수칙이었습니다.


내가 고객의 입장이었을 때는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은 장사꾼들이 장삿속으로 하는 말이라 여겼지만 나는 지금 그 말을 철칙으로 삼고 살아가는 장사꾼이 된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우리 가게를 찾는 고객들 대부분이 대하기 쉽고 편안한 좋은 분들이며, 힘들고 용납하기 어려운 고객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은 날마다 가게 문을 열면서 가장 먼저 하나님의 은총과 축복을 구한 결과일 것입니다.


이미 소개한 존 오스왈드와 제프 릴리 같은 충성스러운 고객들, 매년 여러 차례 가게를 찾아와 아내에게 바치는 36송이 red와 pink 장미를 주문하며 우리 가게가 이 지역에 있어 주어 고맙다고 감사를 표하는 브라이언 발로우.


아내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놓은 antique을 싹쓸이해가며, ‘어디서 이런 것들을 찾았느냐, 또 갖다 놓으면 내가 다 사겠다’고 약속하는 놀런 비빈스, 하트 장미로 디자인한 ‘Devoted to You'에 매료되어 때만 되면 변함없이 같은 꽃을 주문하는 미남형 중년 신사 데이빗 랄맄.


그리고 펜타곤에 근무하면서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일 년에 몇 차례나 찾아와 빨간 장미 한 다즌을 주문하는 로버트 오웬, 갑자기 찾아와 속성으로 아내와 딸에게 주는 꽃을 주문하면서 자기는 군대에 있을 때 한국에서 근무했다며 한국말 몇 마디를 섞어가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말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스티븐 토마스.


경찰서에 근무하는 아내에게 매번 장미와 백합으로 큼지막하게 디자인한 꽃을 주문하면서 언제나 데리고 오는 아들에게 “너도 이다음에 아내에게 이렇게 하라”고 현장교육을 빼놓지 않는 소방수 존 서스키, 하반신마비로 하루 종일 집에서 지내면서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아내에게 줄 것은 꽃밖에 없다며 수시로 장미 한 다즌을 주문하는 로빈 히달고...

   

나는 이와 같이 좋은 고객들의 이름을 끝없이 써 내려갈 수 있습니다.


이근호(다니엘) 목사는 1977년에 도미, George Mason 대학에서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Central Bible College와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 전공했으며, 1987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30년간 이민 목회와 함께 지난 25년간 미국 전역에서 부흥집회를 인도했고, Billy Graham의 LA Rose Ball 전도집회에서 통역 설교를 담당했다. 2017년 목회직을 사임한 후 2018년 2월부터 버지니아에서 Lake Ridge Florist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물이 흐르는 곳에 식물은 자란다"(베드로서원), "모든 것을 가진 것보다 더 감동 있는 삶"(쿰란출판사), 다니엘 꽃이 야기(Daniel's Flower Story)"(도서출판 레드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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