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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묵 교수의 멍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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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0-11-18 | 조회조회수 : 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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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준킴이라는 가수의 ‘멍때리기’라는 노래가 있다. 현대인의 마음이 분주하고 쉬지 못하는 모습과 그 속에서 멍때리기를 통하여 안식을 취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있는 노래이다.


“눈감고 멍때리기 하나 둘 셋 / 내 숨소리에 집중하는 하나 둘 셋 / 알람 소리로 시작된 힘들지만 또 잠들지 못하는 지친 하루 끝에 이제야 눈을 감아볼까 / 쉬고 싶은데 머리는 눈을 감고 막 잠을 잘까 하지만 자면서조차 잠꼬대를 하는 나 / 불을 끄고 누워 봐도 뒤척거리는 내 모습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또 만져보네 / 쉬는 법을 모르는 걸까 쉬는 시간 내겐 없는 걸까 잠시 쉬는 것조차 힘이 드는 나의 하루”


한국의 한 지인이 무리해 병원에 입원하였는데 의사님의 처방이 ‘멍때리기’라고 한다. 그동안 너무 무리하였으니 멍때리는 시간을 좀 가지라고 한다. 공부하지 말고 책도 읽지 말고, 일에 더 이상 신경쓰지 말고, 몸도 쉬지만 마음도 쉬는 것이 필요하다고 처방했다. 한 단체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인데 아마도 그 단체를 이끌어가는 일이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지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적에는 우리가 멍때리고 있었던 적이 많이 있었다. 머리가 크고 성장하고 많은 일을 하면서 그 멍때리는 시간이 적어지고 그 멍때리는 시간이 낭비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삶과 일들을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가 생기고 그것을 활용해 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멍때리는 것은 한심한 사람들의 활동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데 현대인들에게 멍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스트레스와 지쳐가는 상황에서 회복하는데 멍때리기처럼 좋은 것이 없다. 뇌를 쉬게 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멍때리기 대회도 한다고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나도 그 대회 한번 참여해 보고싶다.


혼자 멍때리기를 자주 실행한다. 시간을 내어서 아무것도 안하고 특별히 머리로 아무런 생각을 안 하고 멍하게 있는 것이다. 자꾸 머리에 무엇이 떠오르면 의식적으로 그 생각을 흩어버린다. 20분 혹은 30분 시간을 정해 놓으면 멍때리기를 하는데 생각들을 물리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면 주의에 평소에 듣지 못하던 주위의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들리고 평소에 늘 틀어 놓았지만 듣지 못하던 음악소리가 들리고 주위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곤 한다. 주위에 걷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의 웃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에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 무엇인가에 사로잡혀서 보지 못한 풍경들이다.


멍때리기를 실행할 때 가장 힘든 것이 자꾸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그냥 육체적으로 안식하는 것을 넘어서 정신적인 안식을 갖기 위해서 생각들을 물리치고 멍하게 있는 것이다. 생각들을 의도적으로 흩어 버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멍때리기를 방해하는 것들이 많다. 걱정, 근심, 후회 등등이다. 하지만 방해가 되는 근본적인 요인은 내가 나의 삶을 책임질 수 있고 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스스로가 모든 것을 조절해야 안정감을 느낀다는 이유 때문이다. 멍때리기는 그 본질이 나의 삶에 대한 조절을 잠시나마 포기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나에게 멍때리기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믿음의 표현으로 정리됐다. 내가 나의 삶에 대하여 책임지고 조절하기를 놓을 수 있는 이유, 그냥 포기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의 인생을 책임져 주신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하다. 하나님의 은혜가 나를 지키시기에 내가 잠시나며 정신줄을 놓고 멍때릴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멍때리기는 굉장히 무책임한 행동인 것 같기도 하지만 아주 귀한 영성 훈련이기도 하다. 시편 46:10말씀이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은혜를 주시고 우리로 하여금 그 은혜를 누리도록 하신다. 우리의 힘과 지혜로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나님께서는 안식을 주시기를 원하신다. 바로 멍때리기는 그 하나님이 주시는 안식을 누리는 것이다. 멍때리기를 통하여 우리는 우리의 삶이 우리의 지혜와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으로 이끌어져 왔음을 인정하고 깨닫게 된다. 그래서 멍때리기는 은혜를 누리는 삶의 출발점이다.



신선묵 교수(월드미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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