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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과 첫눈, 그리고 새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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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0-11-16 | 조회조회수 : 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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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에 살 때만 해도 제일 힘든 것이 낙엽 치우는 것과 눈 치우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제공하는 사택에 살면서 마당 치우는 일이 저의 집안일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서부로 이사 오면서 늘 모노톤인 날씨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한편으론 낙엽과 눈을 치우지 않아서 그 점은 좋았습니다. 


세월이 지나니 사람의 간사함인지 낙엽 치우던 고생은 기억 속에서 사라져 아름다웠던 가을의 정취가 그리워지고, 함박눈에 너무 좋아 강아지처럼 뛰었던 시간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합니다. 외부 환경 중에 사람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날씨라고 합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새벽기도를 위해 집을 나서는 찬 공기에 따뜻한 커피가 생각나고, 땀나는 무더위에는 얼음 띄운 레몬주스가 생각이 납니다.


낙엽이 공중회전을 하며 대지 위에 살포시 떨어지는 장면에 마음이 겸허해지고, 첫눈이 오면 괜스레 가슴이 뛰면서 영화 "러브스토리"가 떠오릅니다. 낙엽 하면 생각나는 곳은 D. L. 무디가 세운 Mount Hermon 학교 캠퍼스입니다. 매사추세츠주 Northfield에 있는 이 학교의 가을은 셰익스피어라 해도 그 황홀함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본 사람만이 가슴에 사진 찍고 오는 것으로 충분한 그곳에서 발목까지 차오른 낙엽을 밟으며 걸었던 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힘에 지나도록 낙엽을 걷어차며 걸은 후 넓은 캠퍼스 언덕 위 무디의 무덤 앞에 서서 자신은 한 줌의 낙엽되어 누워 있지만, 세상의 빛 되어 나아갈 미래의 일꾼을 위한 학교를 설립한 그의 뜻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첫눈 하면 코네티컷 교회의 마당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 은행 소유였던 6 에이커가 넘는 교회 옆 부지를 놓고, 은행장에게 찾아가 지역사회의 기쁨이 되고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며 세상을 밝히는 교회가 되겠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비전을 선포했습니다. 땅을 기증해 주면 그 목적을 위해 잘 쓰겠다고 했는데 기대 밖으로 그 땅을 전격 선물로 받은 후 첫겨울 한없이 넓고 넓은 마당에 무릎까지 소복이 쌓인 눈 위에 영화처럼 벌러덩 누워 너무 좋아서 손발을 휘저으며 원을 그렸던 생각이 납니다.


뼛속까지 아린 캘리의 새벽 찬 공기를 뚫고, 새벽기도를 향해 달리는 길은 낙엽도 없고, 첫눈도 없습니다. 그러나 따뜻한 사랑의 우엉차가 있고, 산불을 막아준 불에 그으른 가로수가 십자가에서 우리 위해 대신 그으른 주님 모습 같아서 가슴 찡한 새벽기도가 있습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베델 목회자들이 밝히는 새벽기도가 있어 마음만은 따뜻한 새벽입니다.


김한요 목사(베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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