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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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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0-10-16 | 조회조회수 : 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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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우 목사(좋은비전교회 담임)



제가 사랑하는 산책길, 아주사 공원(Schabarum Regional Park)을 거닐면서 2020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가을을 흠뻑 느꼈습니다. 눈부신 아침 햇살과 청량한 대기의 미세한 기운이 온몸으로 흡수되는 그 상쾌한 기분! (알 사람만 알도다) 아주사 산책길은 언제나 저에게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가을에 물들고 있는 공원길을 걷노라니 절로 감상에 젖어 예전 학창시절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를 떠올렸습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떨어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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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감수성은 가을을 기도하는 계절, 사랑하는 계절, 그리고 호올로 있는 계절로 만들었습니다.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날개를 접고 홀로 나뭇가지에 앉은 까마귀처럼, 우리도 잠시 숨가쁜 날개짓을 멈추고 홀로 있는 고요한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홀로 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낸 사람만이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고, 홀로 남는 법을 배운 사람만이 둘이 함께 하는 법을 알게 됩니다. 무엇보다 ‘호올로’ 있는 시간을 하찮게 여기지 말아야 할 이유는 마른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시간, 나와 함께 하시는 ‘그 분’을 만날 수 있기에…… 


너무나 특별했던 2020년의 가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황량한 겨울이 성큼 오기 전에 ‘호올로의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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