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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전광훈 목사를 키운 한국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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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0-08-27 | 조회조회수 : 1,74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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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는 시 ‘자화상’에서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의 진원지인 광화문 집회를 이끈 전광훈 목사를 키운 건 누구일까. 시어에 빗대자면 팔할은 한국교회다. ‘빤스목사’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그가 오늘날 ‘정치목사’로 논란의 한가운데 서기까지 한국교회의 기라성 같은 목회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다. 그와 가깝게 지냈거나 그의 영향력을 의식한 교역자들이 적지 않다.

전 목사는 종교인이라기보다 사실 정치인이다. 직함은 목사지만 극우이념에 바탕을 둔 정치선동가에 가깝다. 2008년 사랑실천당, 2012년 기독자유민주당, 2016년 기독자유당, 2020년 기독자유통일당(자유통일당) 등 총선을 앞두고 네 번이나 창당하는 등 끊임없이 정치권 진입을 시도했다. 2018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된 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간첩’ ‘빨갱이’ ‘주사파’라고 저격하는 등 이념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현 정부와 각을 세운 정치 성향은 자연스레 야당과의 끈끈한 관계로 이어졌다. 황교안, 홍준표, 나경원, 심재철, 김진태, 홍문표, 민경욱 등 미래통합당 인사들과 가까웠다. 전 목사는 통합당을 업었고, 통합당은 그 세를 안았다. 최근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통합당은 ‘극우와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달라질 것인지 여부는 말뿐이 아닌 행동이 수반될 때 확인된다.

최근 페이스북에 한 인사가 대형교회 유명 목회자들을 거명하며 “목사님, 전광훈을 비판해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전 목사가 숱하게 반성경적, 비신학적 언행을 일삼았음에도 제대로 꾸짖는 교계 어른이 없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를 정도로 제어하지 못한 것은 지도급 목사들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을 에둘러 힐난했다. 교계연합단체 등 조직 이름의 비판은 더러 나왔으나 명망 있는 목회자가 대놓고 쓴소리를 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

한국교회 목사들, 특히 큰 교회 담임목사들에게 전 목사는 일개 목회자가 아니다. 가까이하기는 불편하지만 멀리하자니 켕기는 존재다. 저돌적이고 직선적인 성격의 전 목사 눈 밖에 나면 곤혹스러운 일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는 전 목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가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 필요성을 느낀 유력 목회자들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목사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 시비에 휘말릴 때 전 목사를 보수 감별사로 동원하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러려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현실적인 그의 위세다. 전 목사가 광화문 등지에서 주도한 여러 집회에는 이른바 ‘건강한 교회’의 장로, 집사 등이 제법 참석한다. 이들 중에는 태극기부대의 ‘무데뽀’ 늙은 꼰대들이 아니라 교수, 의사, 기업인 등 사회 지도층도 있다. 전 목사의 성경적 신앙고백에 은혜를 받아서라기보다는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재인 정권에 대거리를 하는 데 동참한 것이라고 나는 본다.

이유가 어떻든 시무하는 교회의 일부 성도가 그 행사에 가는 상황에서 담임목사가 전 목사를 성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속으로 끙끙 앓는 목사들도 있다고 한다.

주요 교단들은 이번 가을 총회에서 전 목사의 이단성을 가린다는 계획이다. 그를 둘러싼 잡음이 예사롭지 않다는 방증이다. 식당 입구에 ‘교회 다니는 사람은 당분간 안 받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글이 나도는 형국이다. 교단과 목회자들은 전 목사와의 관계를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어중간하게 간을 보면서 이도 저도 아닌 줄타기를 지속한다면 한국교회는 팔할이 아니리 십할의 짐을 져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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