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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칼럼] 아름다운 뒷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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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0-07-08 | 조회조회수 : 1,2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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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몇년전 존경하고 흠모했던 선배 목사님께서 주님과 교회를 위해 일생 헌신, 수고하다가 정년 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원로목사 추대예배를 드리면서 감회에 젖은듯 시종 눈을 감고 있다가 예배말미에 이렇게 은퇴 소감을 말했다. “감사합니다. 주 님의 함께 하심과 성도들의 기도, 성원에 힘입어 대과없이 사역하 면서 오늘까지 왔습니다. 못다 이 룬 주의 일들을 후배들에게 남기 고 이후로는 손자, 손녀들과 즐겁 고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겠습니 다. 조용히 잊혀져 가면서 뒤에서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현직에 서 물러난 후에도 기회되는대로 선교, 저술, 강의, 상담, 문화사역 등에 나름 이바지하겠노라는 목 사님들의 은퇴의 변을 자주 들어 온지라 그 목사님의 고별소감이 솔직하고도 먹먹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담담하게 떠나는 그분 뒷 모습이 석 양의 노을처럼 우아하고 깔끔해 보였다. 그리고 당당해 보였다.

2.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우 리 아버지께서는 정확히 65세때 은퇴했다. 평생 몸담았던 성결교 단에서 정한 사역정년보다 5년 일찍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현 직에서 내려온 후에는 조용히 여 유롭게 지냈다. 꼭 해야할 경우 를 제외하곤 설교, 축도및 이웃교 회 행사시의 순서담당을 거의 사 양했다. 아들 목사의 설교요청도 거의 응하지 않았다. 외부 출입도 삼가했다. 후에는 오랜세월 사역 했던 교회를 떠나서 조금 먼 지 역의 교회에 출석했다. 아버지께 서는 공적으로는 그렇게 스스로 잊혀져 갔다. 헌데 개인적 영성생 활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주님 앞에 가기까지 현직에 있을 때보 다 기도와 말씀묵상에 더욱 몰두 했다. 아버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자식의 눈에 아버지는 담백하면 서도 멋지게 퇴장했다.

3. 나는 미국에 처음 와서 오레 곤 주 포틀랜드에 정착하여 그곳 서 가정을 갖고 첫 목회를 시작 하고 얼마간 세월을 보냈다. 그곳 은 나에게 제2의 고향같은 곳이 다. 3년전 친구 딸의 결혼식에 참 여차 포틀랜드를 방문했고 저녁 늦은 시간에 도심을 관통하는 콜 럼비아 강을 찾았다. 형형색색의 불빛을 쏘아올리는 다리야경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그 강을 가 로지르는 많은 다리들의 불빛들 은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헌데 다 리의 불빛 야경보다 더욱 마음과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주변 경 관에 상관없이 도도히 흘러가는 강물이었다. 빛 속에 비쳐진채 앞 서가는 강물은 뒤에 오는 강물 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 주면서 유유히 흘러갔다. 그 떠나가는 강 물의 뒷모습이 비장해 보이기까 지 했다.

4. 코로나 재난의 시기에도 시 간은 거침없이 흐르며 제 길을 간다. 우리 모두는 시간과 함께 하던 일들로부터 떠나게 된다. 세 월과 자리는 그 누구도 끝까지 참아주거나 기다려주지 않는다. 내려놓고 떠날 때가 반드시 온다. 떠날때 당연히 가야할 길 가듯 이 흔쾌히 떠날 수가 있고 마지 못해 발을 질질 끌면서 떠날 수 도 있다. 지금까지의 세월속도를 고려할때 현재자리에 머물 기간 이 나에게 그다지 길지 않다. 하 면 정해진 기간이 마감되어 떠날 때 나의 뒷모습은 어떠할까? 남 아있는 사람들이 내 뒷모습을 어 떻게 바라보며 어떻게 판단해 줄 까? 사뭇 궁금해 진다. 지금까지 는 보이는 앞 모습에 많이 신경 썼는데 이제부터는 뒷모습도 신 경써서 제대로 가꾸어 가야겠다.

5. 앞만 보일 때는 앞 모습을 관리하면 멋있고 아름답다고 평 가받을 수 있다. 헌데 뒷 모습을 보이고 떠나야 할 때가 있기에 뒷 모습도 아름다와야 정말 아름 다운 인생이다. 떠날때 자신을 아 는 이들에게 울림주고 박수받는 다면 업적과 공적, 이름여부에 상 관없이 잘 살아온 인생일게다. 아 름다운 뒷모습은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장을 잘 다 듬고 준비하여 은퇴소감을 멋있 게 말한다고 뒷모습이 멋있는 것 은 아니다. 그것은 평생 쌓여온 믿음과 인격의 열매이다. 믿음으 로 주의 뜻을 따라가며 사랑으로 이웃들을 섬기노라면 앞모습도 뒷모습도 아름답게 형성된다. 정 도이상의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살아간 사람은 떠 날 때 오랜기간 여운이 남을 정 도로 멋있을 수 밖에 없다. 머잖 아 보이게 될 뒷모습을 아름답게 남기려고 나는 오늘도 믿음과 품 성의 고삐를 당긴다.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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