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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말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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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크리스천 위클리| 작성일2020-12-24 | 조회조회수 : 15,86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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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나 지음 ‘말그릇’ 표지


    제6회 세기언 주최 신앙도서 독후감 공모 최우수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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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임(버지니아 성 요한 연합감리교회 사모)


    우리가 잘 아는 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처럼 그릇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주는 이야기가 있을까?


    손님을 초대하고, 정성을 다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도 맞지 않은 그릇에 대접하면, 모임을 망치고, 초대한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며, 서로 오해와 상처를 만들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아는 그릇의 사전적 의미는 음식이나 물건을 담는 기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그릇, 특히 작가가 얘기하는 말 그릇은 사람 나 자신이며, 나의 말 그릇은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 그릇들처럼 담아내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울수록 더 커지는 그릇이 된다고 한다.


    작가는 책에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저마다 말을 담는 그릇을 하나씩 지니고 살아가며, 그 말 그릇의 상태에 따라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고 한다.


    말을 담아내는 그릇이 넉넉한 사람은 많은 말을 담을 수 있다. 그릇이 깊으면 담은 말들이 쉽게 새어 나가지 않고, 넓은 그릇에서 필요한 말을 잘 골라낼 수 있다. 그릇이 좁고 얕은 사람은 말이 쉽게 흘러넘치고,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며, 말실수도 많아진다. 이것은 단순한 말기술의 차이가 아니다. 살면서 만들어진 ‘말 그릇’의 차이 때문이다.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의 잘못된 그릇 사용의 경우처럼 우리의 말 그릇을 맞게 사용하지 못하면 상대방에게 상처와 불쾌감을 주고, 더 나아가 사람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통해 나를 확인하고, 존재하며 살아가고 있다. 유대인의 탈무드에 ‘귀는 친구를 만들고, 입은 적을 만든다’ 고 한다. 말을 통한 인간관계에 대해 잘 표현한 재치 있는 격언이다.


    외향적이고, 유쾌한 성격의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교사인 직업으로도 사모인 교회사역을 통해서도 다양한 나이와 직업의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은 나에게 말을 너무 재미있게 하시고, 만나면 항상 즐겁다고 얘기해 준다. 하지만, 이렇게 즐겁고, 좋은 만남을 마치고 돌아와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를 마무리 하며, 항상 후회하는 것이 오늘도 또 불필요한 말을 너무 많이 했다는 것과 정작 만남을 통해 내가 상대방에게 해야 할 말들을 다 못하고 왔다는 것이다.


    하하 호호 만남의 순간은 즐거웠지만, 서로의 비어있는 말 그릇이 부딪히며 소리만 요란할 뿐 담아지는 것은 없는 만남과 대화의 반복이었던 것이다. 빈 수레로 요란한 나의 말 그릇을 다시 만질 수 있는 귀한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통해 말은 당신을 드러내며, 필요한 말을 제 때 하고, 후회할 말을 덜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말 때문에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한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이야기로 작가는 대화에서 느끼는 후회와 부끄러운 나의 마음을 만져주었고, 책을 통한 작가의 어루만짐을 통해 나의 말 그릇이 깊어지고, 다듬어 이 책은 우리에게 말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고, 평상시 사용하던 나의 말의 잘못된 점과 대화를 바꾸고, 상대방을 기쁘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대화방법을 통해 내가 성장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크게 5가지 부분으로 되어있다. 1부에서는 말 때문에 외로워지는 사람들, 말 그릇의 의미를 알려주고 나의 말에 나의 모습이 담겨있음을 얘기한다. 2부에서는 내면의 말 그릇 다듬기로 말 그릇을 키우기 위해 살펴봐야 할 개인의 감정과 공식, 습관을 알려준다.


    특별히 말할 때 진짜 감정을 담아 말해야 하는 중요성과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나의 잘못된 말 습관을 찾고, 고치는 중요성을 얘기한다. 차례대로 책을 읽다보면, 평소 나의 말이 무엇이 문제였고, 나의 말 그릇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3부와 4부에서는 듣기와 말하기의 기술에 대해 알려준다, 3부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말을 잘하기 전에 먼저 잘 듣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경청이란 다른 사람의 말을 고개를 끄떡이며 참고만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하고픈 사실, 감정, 핵심을 모두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4부에서는 말 그릇이 다듬어져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대화 기술’을 소개한다.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말하기, 그 말하는 기술이 매끄럽지 않으면 마음의 길도 막히고, 서로 오해를 만들게 된다.


    마지막 5부에서는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알려주며, 나와 연결된 관계 속에서 나의 말에 책임을 지는 관계의 3가지 법칙들을 알려준다. 첫째, 나를 사랑하고, 둘째 각자의 진실이 다름을 인정하고, 셋째 건강한 관계를 위한 적당한 경계의 필요성울 알려준다, 그리고 이 3가지 관계의 법칙을 통해 나의 말을 더 비워내어 말 그릇을 크게 만들 수 있음을 얘기한다.


    2020년 봄부터 전 세계가 뜻하지 않은 코비드19 바이러스 출현으로 우리 모두 태어나서 처음 살아보는 세상을 살고 있다. 지금까지 백신도, 완벽한 치료제와 방법도 못 찾은 현실 속에 정부와 사회는 ‘자가 격리’ 라는 최소대면의 방법을 택함으로,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고 있다.


    인간의 기본적 본능인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사회적 본능을 억제하며, 재택근무, 온라인 스쿨이 안전하게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모두 각자 바쁘게 살던 가족들도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우리가족도 코비드19 전에는 남편과 나는 각각 교회사역과 직장, 아이들은 학교와 방과 후 활동으로 온 가족이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그 대화 또한 하루의 안부와 정리를 하는 단순하고, 단조로운 대화였다.


    처음에는 집에서 함께하는 시간에 우리는 그 사이 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과 대화들로 모두 즐거워했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우리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서로의 잘못된 습관과 단점들을 보게 되었다. 어느새 그런 모습들을 대화 중에 서로 자연스럽게 얘기하게 되었고, 가족들 사이에 성숙하지 못한 대화법으로 왜 그렇게 말해? 꼭 그렇게 말하더라! 라고 언성이 높아지고, 대화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각자의 방으로 문을 닫고 들어가며, 대화와 함께 마음의 문도 닫아버리게 되었다.


    나도 나의 잘못된 모습보다는 남편과 아이들의 모습을 지적하고, 충고하고, 나의 다듬어지지 못한 말은 가족들에게 잔소리가 되어 모두에게 결국엔 상처가 되었다. 분명히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나의 마음은 그게 아닌데, 왜 말로 서로를 원망하고, 오해하고, 상처를 주는 것일까?


    너무 답답했던 나는 책을 읽고, 나의 말의 방법과 습관이 잘못됨을 알았고, 저자가 말한 모든 대화법을 담을 수는 없지만, 지침서가 되어 나를 붙잡아 주고, 말을 통해 나타나는 내 마음의 그릇을 다시 빚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내가 노력한 부분은 내가 더 많이 말하기 보다 더 많이 듣기에 집중했고, 노력했다. 아이들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항상 아이의 행동이나, 실수를 지적했던 나의 말 습관을 반성하고, 끝까지 얘기를 듣고, 저자가 책에서 알려준 대화의 방법을 적용하며, 그래서 너의 생각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이일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아이와 함께 상의하였다.


    나의 말 그릇인 나의 마음의 그릇이 먼저 다듬어지고, 변하기 시작하자, 아이들도 대화를 마무리 지었고, 잘 마무리 된 대화들을 통해 만족하고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당연히 가족들의 분위기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이제는 무엇인가 고민이나 결정해야 할 일들이 생기면 막내아들이 먼저 “모두들 모이세요, 다함께 이야기 해 봅시다!” 하고 온 가족을 거실로 모이게 한다. 결국 대화의 변화는 각 방의 문을 열게 하는 열쇠가 되었고, 팬데믹 기간 중 가족들의 깊고, 기쁜 대화는 어려운 시기에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성경말씀 마태복음 15장에서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을 전하시자, 제자인 베드로가 알기 쉽게 비유의 말씀을 풀어달라고 청한다. 예수님께서는 18절 말씀을 통해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고 얘기하시며, 말을 통해 되어지는 악행들과 죄를 얘기해주신다.


    작가가 책을 통해 우리에게 계속 얘기했던 나의 말은 나의 마음이라는 이야기를 주님은 이미 우리에게 비유로 말씀해주시고 계셨는데, 어리석은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코비드19 바이러스가 안정되고, 팬데믹이 끝나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마스크를 벗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다시 사람들을 만나는 날, 만남과 대화를 그리워하고, 기다린 만큼 나는 분명히 다듬어진 ‘말 그릇’으로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아닌 말에서 마음이 느껴지는 ‘깊은 말 그릇‘을 가진 사람으로 그들과 대화하고 사랑하며 살아 갈 것이다. 나의 말 그릇을 통해 사람을 담아내고 위로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기도하고, 기대한다.


    ‘당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과 헤어질 때에는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라’ - 마더 테레사


    출석교회: St. John’s UMC(saintjohnsum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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