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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와의 만남-천종호 부장판사] “선·정의·법을 관통하는 물줄기 원천은 ‘최고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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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국민일보| 작성일2020-06-12 | 조회조회수 : 4,77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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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종호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5일 부산 연제구 법원 판사실에서 신간 ‘천종호 판사의 선, 정의, 법’을 집필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부산=강민석 선임기자
    ‘천종호 판사의 선, 정의, 법’ 펴낸 천종호 부장판사


    디지털 성착취 범죄 ‘n번방 사건’과 여행가방에서 숨진 9세 소년 사건 등 천인공노할 소식을 마주하면 인간의 본성을 고민하게 된다. 인간은 선한가, 악한가. 법의 목적은 ‘정의 실현’이다. 무엇이 정의인가. 법대로 하면 정의 사회가 구현되는가.

    꼬리를 무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정치학과 철학, 윤리학, 신학 서적을 독파한 법조인이 있다. ‘소년범의 대부’ ‘호통 판사’ 천종호(55) 부산지법 부장판사다. 최근 천 판사는 이 3가지 상관관계를 풀어낸 ‘천종호 판사의 선, 정의, 법’(두란노)을 펴냈다. 지난 1년간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이 바탕이 됐다. 지난달 5일엔 소년범 인식 전환에 힘쓴 공로로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그를 지난 5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법 판사실에서 만났다.

    -수훈을 축하한다.

    “얼떨떨한 기분이다. 내가 받을 게 아니라, 위기 청소년 처우 개선을 위해 저와 함께 수고한 분들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간 소년법정에 선 청소년들을 향한 이야기를 주로 써왔다. 이번에 ‘선, 정의, 법’이란 큰 주제를 다룬 이유는.

    “판사로 경력을 쌓으면서 정의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다. 성경을 읽을 때도 선과 정의, 공의와 법에 가장 관심이 갔다. 법학에선 선과 정의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틈나는 대로 관련 책을 읽으며 공부했다. 아내 말로는 ‘사법시험 공부할 때보다 더 열심히 했다’더라. 그러다 선, 정의, 법을 관통해 흐르는 물줄기의 원천을 발견했다. 1985년 부산대 법학과에 입학하고 23년간 판사직을 수행하면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문제의 해답을 얻었다.”

    -어떤 해답인지 궁금하다.

    “현대 인문학에서 사라진 ‘최고선’이다. 우리 법체계에 큰 영향을 준 독일과 프랑스 법학계엔 근대부터 신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는다. 최고선이 사라지면서 선과 정의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최고선은 기독교에서 하나님이다. 책에도 기독교 근본 사상이 들어간다. 하지만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이 책으로 정의와 법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학문적 개념이 적잖지만, 기독교 가치관이 반영돼 ‘법관의 신앙고백서’ 같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 따라 교회 가면서 갖게 된 신앙은 내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신앙생활 이후 법과 정의를 의식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다. 이는 때로 정도에서 벗어난 나를 돌이키게 했다. 직선 아닌 에스(S)자로 가는 좌충우돌 인생길이지만, 신앙이 삶의 목적점, ‘절대자의 구원’을 바라보게 해 준다. 이런 과정을 기록한 게 이 책이다.”

    -8년간 몸담은 소년법정을 2018년 떠났다.

    “인사 발령 이후 한 달간 잠을 못 잤다. 교만하게 들릴지 모르나 저만큼 시간 들일 분이 없을까 걱정했다. 관련 제도와 예산 마련을 위해 빨리 복귀하고 싶었는데, 염려하던 일이 기적같이 해결됐다. 2010년 위기 청소년 전용 대안가정인 ‘청소년회복센터’를 창안해 전국 20곳에 세웠는데, 이곳 예산을 국민참여예산제도로 획득했다. 청소년복지지원법도 통과됐다. 이젠 홀가분한 마음이다. 앞으로는 하나님 이끄시는 대로 가 볼 작정이다.”

    -최근 잔혹해지는 소년범죄로 국민적 공분이 컸다.

    “내 별명이 ‘천10호’다. 소년보호처분 중 가장 엄격한 2년짜리 10호 처분을 많이 해서다. 처벌할 땐 엄하게 하더라도 이후에는 이들의 재활을 위해 힘써야 한다. 해체 가정을 대신하는 청소년회복센터의 확대, 학업중단 청소년에 대한 학력 취득 및 직업 교육 등이 절실하다.

    아울러 소년범죄 피해자를 위한 보호·지원 조치도 보완돼야 한다. 2018년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피해자는 학교에서 이른바 ‘비주류’에 속했다. 가해자들 역시 비주류였는데, 피해자는 중학교로 돌아가면서 ‘주류’ 아이들과 관계를 시작해야 했다. 그게 쉽겠나. 피해자에게 장학금도 주고 누가 괴롭히면 나와 친하다는 거 주변에 보여주라면서 격려했는데 고등학교 간 뒤 자퇴하더라. 비행 청소년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면 가정, 사회공동체의 문제가 깊이 맞물려 있다. 자기 목소리도 제대로 못 내는 비주류 다음세대에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교회가 도울 길 있을까.

    “아내가 고교 교사인데 현재 휴직하고 청소년회복센터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아이들 삶이 참혹해 가슴 아프다더라. 특히 성폭력 당한 여자아이들의 회복이 더디다. 청소년회복센터 설립에 한국교회가 나선다면 이들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일보 부산=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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