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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환의 예술묵상] 십자가의 성 요한의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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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위의 그리스도, 1572-1577, 십자가의 성 요한

엔카르나시온 여자 봉쇄 수도원 (아빌라, 스페인)


마가 8:34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1.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는 중세 그리스도교 미술사를 관통하며 다양한 표현으로 창조되었습니다. 보편적인 이미지는 정면에서 보거나, 아래에서 위를 우러러보는 상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영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십자가의 성 요한은 조금 특별한 구도를 보여줬습니다. 세상에 속하지 않는 어떤 지점에서 그리스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바라보시는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나뿐인 아들을 보내신 아버지의 시선에서 보이는 구도입니다. 예수께서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고 말씀하셨을 때, 영광의 십자가보다는 어쩌면 아버지의 자녀로서 지고, 따르고, 매달릴 십자가를 의미하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 중세 신비주의 영성가 십자가의 성 요한은 아름다우신 하느님을 얻기 위해 자기를 철저히 비우고 온갖 피조물에서 이탈하는 것을 신앙으로 전했습니다. 빛에 이르기 위해 영혼은 어둔 밤을 거쳐야 하는데, 이 어둔 밤은 가장 활동적인 밤입니다. 온갖 욕망에서 우리 영혼을 정화해주고 우리의 영적 생명을 원천으로 돌아가게 해 주는 시공간입니다. 


3. 이 시간, 자기를 비우고, 버리는 훈련으로써, 십자가의 성 요한의 시와 그림을 찬찬히 묵상합시다.


모든 것을 맛보기에 다다르려면,

아무 것도 맛보려 하지 말라.


모든 것을 얻기에 다다르려면,

아무 것도 얻으려 하지 말라.


모든 것이 되기에 다다르려면,

아무 것도 되려고 하지 말라.


모든 것을 알기에 다다르려면,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말라.


맛보지 못한 것에 다다르려면,

맛없는 거기를 거쳐서 가라.


모르는 것에 다다르려면,

모르는 거기를 거쳐서 가라.

너 있지 않은 것에 다다르려면,

너 있지 않는 데를 거쳐서 가라.


아직 다다르지 않은 것에 다다르려면,

도중 아무 것에도 발을 멈추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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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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