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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밖에 더 많다/ 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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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도 많지만

바깥에도 많다


현금보다 카드가 더 많은 지갑도 나다

삼년 전 포스터가 들어 있는 가죽 가방도 나다

이사할 때 테이프로 봉해둔 책상 맨 아래 서랍

패스트푸드가 썩고 있는 냉장고 속도 다 나다

바깥에 내가 더 많다


내가 먹는 것은 벌써부터 나였다

내가 믿어온 것도 나였고

내가 결코 믿을 수 없다고 했던 것도 나였다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안데스 소금호수

바이칼 마른 풀로 된 섬

샹그리라를 에돌아 가는 차마고도도 나다

먼 곳에 내가 더 많다


그때 힘이 없어

용서를 빌지 못한 그 사람도 아직 나였다

그때 용기가 없어

고백하지 못한 그 사람도 여전히 나였다

돌에 새기지 못해 잊어버린

그 많은 은혜도 다 나였다


아직도

내가 낯설어 하는 내가 더 있다


- 이문재, <밖에 더 많다> 



하덕규의 <가시나무>가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고 노래한다면, 이문재 시인은 ‘내 밖에 내가 너무도 많다’고 노래합니다. 나를 스쳐가는 모든 물건들과 사람들 속에 내가 있습니다. 내가 미안해하는 그 사람도 나입니다. 아버지의 옛 사진 안에 내가 있고, 내 자녀 안에 내가 있습니다. 나는 내 가족 안에도 있고, 가끔씩 만나는 낯선 이들 속에도 있습니다. 


오늘 마주하는 그들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한다면, 그 사람이 내 밖에 있는 또 다른 ‘나’임을 안다면, 아니 내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이 그에게도 있다는 걸 안다면, 조금 더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건물 안이 아니라 밖에서 사랑하는 교우들과 예배드리며 ‘밖에 더 많은' 나를 만나기를, 밖에 더 많은 하나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기를 빕니다. 

 

손태환 목사(시카고 기쁨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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