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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환의 예술묵상] 브라운스컴의 “플리머스의 첫 추수감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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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머스의 첫 추수감사절, 1914, 제니 오거스타 브라운스컴

필그림 홀 박물관 (플리머스, 메사추세츠)



1. 400여년 전, 순례자들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앙의 자유를 향해 출항했습니다. 마침내 도착한 장소에 출항지와 같은 이름을 붙여 플리머스로 부르고, 정착했습니다. 플리머스는 하나님의 약속의 땅이자 축복의 땅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한 해를 넘겨 수확을 이루고, 감사의 기도를 올린 것이 오늘날 추수감사절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작품을 보면 목사로 보이는 한 남성이 축복에 감사하는 기도를 올립니다. 대서양 가운데서 태어난 아기도 잘 자라고 있고, 어린 아이들도 두 손을 모아 감사를 드리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여기에는 땅을 선뜻 거래하고 곡식과 해산물을 다루는 법을 전수해 준 왐파노아그족도 초대되었습니다.

 

2. 그러나 이 역사적인 순간, 잘 알려지지 않은, 혹은 알고 싶지 않은 추수감사절의 역사도 동시에 시작됐습니다. 낯선 유럽인들의 등장은 1만년 이상 그 땅에 살고 있었던 선주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3천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던 선주민들은, 감염과 전쟁으로 불과 400년만에 25만명으로 급감했습니다. 대지를 존중하고 누리던 자유 대신 “인디언 보호구역’에 살게 됐습니다. 지정된 곳에서, (때로)지정된 옷을 입고, 구경거리를 제공하며 살아가는 운명이 되었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은 오늘 우리가 묵상하는 브라운스컴의 작품에도 실감나게 묘사됩니다.  


3. 결국 이 땅을 차지하게 된 미국인들은 1621년 가을에 대한 신화를 갖고 있습니다. “순례자들이 어렵게 도착했고, 친절한 원주민들이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환영했으며, 추수감사 파티를 즐긴 인디언들은 금새 사라져버렸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와 같은 동화적 해피엔딩입니다.  이러한 신화에 기반하여 작가는 미국인들에게 낭만을 선사했고, 성공했습니다. 사실과 달리 “인디언” 하면 생각나는 수 족의 머리 장식을 머나먼 동부의 왐파노와그 족에 적용했습니다. 일부 선주민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마치 노예처럼 보이도록 구석 바닥에 배치했습니다. 실제로 전쟁에서 진 왐파노와그 족 생존자들은 대부분 노예로 팔려갔습니다. 승자의 영광과 감사를 극대화 시켰고, 오늘날 우리도 따라하는 종류의 감사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4. 침략과 지배를 당해 본 우리 민족은 이런 미화가 무엇인지 잘 압니다. 일한병합축가라는 노래의 3절 가사는 이렇습니다. “축하하라 노래하라, 일한병합/땅이 열리고, 조선의 팔도/황폐화된 나라, 오늘부터 번성하리/모든 이를 아끼고 은혜의 이슬에/인민이 안도하는 노랫소리 드높다”. 승리의 맛은 달콤합니다. 감사가 절로 나옵니다. 그러나 남의 아픔을 발판으로 감사한다면, 그 감사는 하나님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내 위력과 우월감을 향한 쪽에 가까울 것입니다. 손 모아 기도합시다. 승리하지 않아도 감사하게 하소서. 비천에 처할 줄도 풍부에 처할 줄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우게 하소서. 막힌 담을 헐고 감사하게 하소서. 서로 조화롭게 지낼 수 있음에, 환대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지금도 어딘가에서 슬피 우는 이들과 나란히 앉아 울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게 하신 은혜에 감사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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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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