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사피엔스' 시대, 교회는 정서적·정신적 약자를 대상으로 어떻게 사역해야 할까 > 신학과 설교 | KCM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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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노사피엔스' 시대, 교회는 정서적·정신적 약자를 대상으로 어떻게 사역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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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뉴스앤조이| 작성일2020-10-12 | 조회조회수 : 6,89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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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직한의 정품교회론] 잠재력 끌어낼 전략적 운동 필요…현실적 솔루션은?


    고직한 선교사가 <뉴스앤조이>에서 '고직한의 정품교회론'을 연재합니다. '정품교회'는 '정서적·정신적 약자를 품는 교회'라는 뜻입니다. 글은 격주 간격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정품교회로 나아가는 데 어려움을 주는 현실적 문제를 짚어 봤다. 이 문제들을 풀어내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러나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바른 신학, 제대로 된 지식과 정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형성할 수 있는 집단 지성을 활용한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등 잠재력을 끌어낼 전략적 운동이 일어난다면, 교회는 정서적·정신적 약자를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정품교회론'의 가능성과 현실적 솔루션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에 관한 글을 다섯 번에 걸쳐 전개할 것이다.

    1) 신인류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가 정품교회 교인이자 선교 대상이다. 2) 정서적 약자와 정신적 약자가 있는 집마다 '가정의 힘'을 키우도록 연결과 지지·지원을 해야 한다. 3) 교회에 지도부가 인정하는 역동적 정품 사역팀을 만들어 사역해야 한다. 4) 정품교회의 비전과 전략은 성경적 교회론에서 나와야 한다. 5) 정품교회 너머 정품 사회를 꿈꿔야 한다.

    다섯 가지 주제를 구체적으로 다루기 전에, 먼저 다섯 가지 전제를 이야기하려 한다.

    1) 정품교회가 된다고 해서 정서적·정신적 약자의 문제를 다 떠맡거나 다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사실 그것은 불가능하다.

    2) 정품교회는 반드시 일반 은총 측면에서 주어진 정부·공공 영역 및 비영리단체 등에서 진행하는 각종 시도·노력과 협력해야 한다. 그러면서 교회이기에 가능한 고유의 책임과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3) 정서적·정신적 약자와 관련해서 유익한 사회적 인프라와 자원이 상당히 축적되고 있다. 정품교회는 유용한 인프라 및 지원과의 연결을 통해 수월하게 그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

    4) 정품교회는 교회 내 정서적·정신적 약자와 가족, 그리고 의료 및 치료 종사자·관심자를 일으켜 정품사역팀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게 교회 내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 정품교회는 목회자와 교인 혹은 교인과 교인 간의 상호 목양적 책임 및 역할 속에서 형성된다. 보편적 교인에게서 고립된 특수 선교로 보기 이전에, 교회의 일반적 목양 활동 범주 내에서 전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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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 다섯 가지 전제를 바탕으로, 주제들을 다룰 때 정신 질환과 관련해서 패러다임 전환을 역설하고 싶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정신 질환에 대한 패러다임이 의료적 관점에서 회복적 관점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회복 패러다임으로의 사고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나는 전통적 의료 모델의 순기능을 인정한다. 고마워하고 있기도 하다. 그간 끊임없이 개발돼 온 정신과 약 및 의료 기술 덕분에, 나와 내 가족은 26년간 50회 정도 '지옥 체험'을 했으나 지옥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역기능도 만만찮다. 그래서 '정신병원 만능'이라는 흐름에서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자유가 치료다'라는 구호하에 탈정신병원 운동이 전문 의료진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정신 건강 선진국에서는 정신병원을 축소하고, 회복 패러다임을 지역사회 정신 보건에 적용 및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미국의 다니엘 피셔(Daniel Fisher)라는 인물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20대 초에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생화학 분야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으로서,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에서 정신과 약물을 연구했다.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연구하면서 정신 질환의 화학적 원인을 밝혀내고자 노력하는 중에, 아이러니하게도 25세에 조현병을 만나게 됐다.

    그는 '화학을 통해 더 나은 삶으로'라는 슬로건을 걸고 운동이 한창 일어나던 195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다. 과학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그런 그가 조현병 때문에 3번이나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해야 했다. 그러면서 아주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인간은 생화학물질로 구성된 고깃덩어리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 것. 그는 인간이 그 이상의 존재라고 확신하게 됐다.

    그는 정신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조지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해 정신의학을 공부했으며,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신과 수련 과정을 밟아 전문의가 됐다. 20년 넘게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전통적 의료 모델만으로는 정신 질환자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느꼈다. 그렇게 꾸준히 회복 패러다임을 확립해 나갔다.

    1992년 그는 전미역량강화센터(National Empowerment Center)를 조직해 정신 질환자의 회복을 위해 역량 강화를 돕는 활동을 해 나갔다. 그러다 2002년 백악관 소속 정신건강위원회(New Freedom Commission on Mental Illness) 위원으로 임명돼 더 적극적으로 정신 질환자의 회복 패러다임을 통해 실제적 방법론을 개발·보급했다.

    그가 정신 질환 당사자이자 정신과 전문의로서 회복을 통해 가장 강조하는 깨달음은, '나 자신과 주변 사람 모두 인격적 존재이며 서로 간의 인격적 만남을 통해 자기 자신을 더욱 잘 알아 갈 수 있고 존중받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다니엘 피셔는 정신 질환을 치료할 때 전문의와 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철저히 인정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회복을 위한 충분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포노사피엔스' 대상으로 하는

    조우네마음약국의 사역들

    용기와 희망 북돋우는 '유튜브 처치'

    1) 신인류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가 정품교회 교인이자 선교 대상이다.


    휴대폰을 뜻하는 'Phono'와 생각·지성을 뜻하는 'Sapiens' 합성어 포노사피엔스는 '스마트폰 없이 사는 것을 힘들어하는 신인류'를 의미한다. 2020년 현재 인구의 80%가 포노사피엔스일 것이라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추정하고 있다. 이 신인류의 스마트폰 의존도는 지극히 높다. '노모포비아'(Nomophobia)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노(No) 모바일(Mobile)과 공포를 뜻하는 '포비아'(Phobia)를 합친 것이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 금단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같은 신인류의 등장이 정품교회에 있어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숫자는 중국이나 인도의 인구수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다. 포노사피엔스가 정품교회 교인이자 선교 대상이라는 사실을 우리 가족은 근 2년간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다.

    우리 '사이코 패밀리'[Psykoh Family - 우리가 고(koh) 씨라서 psycho 대신 psykoh라고 썼다]는 2018년 7월에 유튜브에 진출했다. IT 분야에서 일하는 큰아들이, 유튜브에 진출하고자 할 때 자신에게 가장 경쟁력 있고 지속 가능하게 다룰 수 있는 주제가 '조울증'과 '우울증'이라서 '조우네마음약국'이 탄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나와 아내가 큰아들·큰며느리와 함께 조울증을 주제로 첫 방송을 한 시점(2018년 7월)으로부터 2년 넘게 지났다. 지금까지 117개의 콘텐츠가 올라갔고, 구독자는 4400명, 총 조회 수는 30만 조금 넘는다. 유튜버들 세계에서는 별 볼 일 없는 기록이다. 정신 질환 관련 유튜브 방송도 제법 있다. 일례로, 젊은 정신과 전문의 3인이 진행하는 유튜브 '뇌부자들'이 있는데, 171개의 동영상이 올라가 있고, 구독자는 6만 명이 넘으며, 총 조회 수는 500만 정도다. 나는 이런 콘텐츠가 많이 나오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애용해서 이 나라의 정신 건강이 좋아지기를 바란다.

    '조우네마음약국'만의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정보와 지식 위주의 방송이라기보다는, 정신 질환자와 가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방송이라는 점이다. 이는 조우네마음약국 구독자들의 평가다. 방송을 하는 우리가 당사자 가족이기에 공감대와 유대감을 주는 것이라고 본다.

    더욱이 드러나지 않는 중요한 파생 사역들이 있다. 회복을 위한 공동체를 꾸려 나가는 일을 통해 소중하고 유익한 관계 맺기가 일어나고 있다. 구독자가 늘면서 일어난 일인데, 온라인 일대일 면담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커뮤니티 빌딩이 실제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지난해 1월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오픈했더니, 순식간에 300명 정도에게 상담 요청을 받았다. 갑작스럽게 많은 요청을 받아 처음에는 놀랐다. 이들이 상담에서 꺼낸 사연들이 구구절절했는데, 우울증·조울증과 관련한 오만 가지 스토리를 들었다. 환자 상담은 주로 큰아들이 감당했고(어떤 때는 작은아들이 했다), 환자의 가족은 큰며느리가 주로 담당했다. 때때로 나와 아내, 작은며느리가 카카오톡상으로 상담하기도 했다. 이따금 절박한 요청을 받으면 나와 아내가 전화 상담을 진행했다.

    우리는 이 일을 하면서 무척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 같은 일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생각한 사람들을 실제적으로 살리고 있음을 알게 됐고, 무너진 사람과 가정을 세우기도 한다는 것을 목격하면서 정말로 감사하고 있다. 큰아들 부부가 생업을 하면서, 그리고 7살짜리 8살짜리 딸과 3살 아들을 키우면서도 300명을 대상으로 사례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참 대견스럽다.

    상담 요청이 늘어나서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나는 아이들에게 일대일 카톡이나 전화 상담을 중지하면 어떻겠느냐고 요청했다. 도저히 그렇게는 할 수 없어, 부득불 시간당 5000원이라는 자발적 유료 상담비를 받기도 했다. 상담비는 적은 액수이지만, 먼저 받고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은 아니다. 내도 되고, 안 내도 되는 것이다. 고육지책으로 약간 문턱을 높인 것이기도 하다. 예상대로 상담 요청은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더 퀄리티 있게 상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다가, 그 후로도 상담 요청이 꾸준히 늘면서 현재는 760명이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카톡과 전화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상담 사역을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쁨으로 이 일을 감당하는 것은, 자살 충동 속에서 상담을 요청해 와서 해결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임상병리사로 일하던 자매는 조울증이 수차례 발병해 직장 생활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유튜브 방송을 보고서 상담을 요청해 왔는데,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아들 부부는 신속하고 공감력 있게 긴 카톡 대화를 이어 갔고, 자매는 목숨을 끊고자 했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이후 자매는 시골에 집을 구해 예술가적 삶을 살면서, 자기보다 어린 정신 질환자들을 돕고 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이사장 전우택 교수(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는 이 이야기를 듣고, 적시에 자살 충동자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사실상 한 인생을 살리는 일이라며 격려해 줬다. 아들 부부의 일을 두고,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한다며 격려 메시지를 건넨 공무원도 있었다.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 100명 중 1명꼴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본다. 하나님께서 조우네마음약국 상담팀을 7명 정도를 살리셨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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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나무 청예단,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라는 비영리단체가 있다. 이 단체 설립자이자 명예이사장인 김종기 선생은 1995년 고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 김대현 군을 잃었다. 학교 폭력으로 인한 자살이었다. 이 일로 가정이 얼마나 황폐해졌을까. 그는 아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으로 대기업을 그만두고 거리로 나섰다. 학교 폭력의 실상을 고발하고,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손수 47만 명에게 서명을 받아 시민운동을 통해 학교폭력예방법을 청원했다. 이 움직임은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부 관계 부처에서 학교 폭력을 없애기 위한 조치를 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로 2011년 학교 폭력 발생률이 28%에서 3%대로 줄어든 것이라고 본다.

    우리 가족은 조우네마음약국을 운영하면서, 두 아들의 조울증 투병과 두 며느리의 헌신 그리고 26년간 겪은 우리 부부의 고통이 하나님께 오병이어처럼 드려지기를 원하고 있다. 김종기 선생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유튜브를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이 꽁꽁 숨겨 놓았던 문제들을 건드리고 있는 셈이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족에게 주신 용기와 희망은 전염성이 있어, 울며 공감하고 함께하자는 사람이 많이 나왔다. 큰며느리는 조울증·우울증 치료 및 회복을 위한 독서 밴드를 시작했다. 우리는 어떤 주제든 관련 서적 50권만 읽으면 전문가가 된다는 소신이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50명 정도가 모였다.

    서로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나누는 것을 느낀다. 아내도 며느리에게서 독서 밴드 운영을 부탁받아, 열심히 책을 읽고 요약 및 피드백을 올리며 재미와 유익을 경험하고 있다. 지금은 130명 정도 멤버가 모였다. 이들은 끈끈한 공동체로 엮이는 중이다.

    독서 밴드 회원이 50명 정도 모였을 때, 정기 모임 요청을 받은 며느리가 월 1회 정모를 진행하는 게 어떨지 물어 왔다. 그래서 지난해에 강남역 근처 교회 건물에서 모임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사자 가족 모임으로 시작했는데, 우리가 당사자를 직접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20~30대 당사자 자녀를 데리고 나왔고, 6회 모임을 통해 정모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우리 나름대로 노하우를 쌓아 가다가,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전격적으로 월 2회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파워패밀리'라는 줌(Zoom)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 미국과 싱가포르에서도 교민이 참여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30명 정도가 참여했고, 바로 직전 9월 말 모임에는 23명이 참여해 특별한 시간을 경험했다.

    우리는 VVIP를 모임 때마다 선포한다. 'Vision – Value – Identity – Pride'다.

    Vision: 정모에 참여하는 나와 내 가족이 회복되어 고통을 겪는 사람과 그 가족을 강력하게 도울 날을 꿈꾼다. Value: △조울러가 가장 심각한 '정신 질환'에서도 완전히 회복될 것을 믿는다 △조울러 회복을 위한 가정의 힘을 믿는다 △포노사피엔스 시대 비대면 소통의 회복력을 믿는다. Identity: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스타 메이커[지혜로운 자들은 하늘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며 많은 사람을 옳은 길로 인도한 자들은 별처럼 영원히 빛날 것이다(단 12:3)]가 된다. Pride: 조울러임과 조울러 가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특별히 우리는 "포노사피엔스 시대, 비대면 소통의 회복력을 믿는다"는 말에 많이 공감한다. 줌을 하면서 1시간 정도는 '회복'에 관한 여러 주제를 놓고 소그룹끼리 나눔의 시간을 갖는다. 눈물과 웃음이 나는, 재미와 유익의 시간이다. 그 후 다 같이 모여서 '집단 지성의 힐링 타임'을 보낸다.

    '집단 지성의 힐링 타임'은 어떤 환자나 가족이 현재 풀리지 않는 문제를 솔직하게 10분 정도 내어놓고 나누면 다른 사람들이 함께 격려와 도움의 말을 해 주는 시간이다. 대부분 조울증 이슈와 관련한 고수들이기 때문이다. 정신 질환 문제에서는 달인들이다. 동변상련의 마음도 있고, 10~20년 병치레를 하면서 축적된 경험과 지혜가 있다. 그래서 함께 나누다 보면 힐링이 일어난다.

    11월 말 정모에서는 ET(Empowerment Time)를 진행할 것이다. 우리는 이 모임을 '학예회'로 부르기도 한다. 5~6명의 청년 조울러가 힙합, 시 낭독, 태극권 시범, 노래와 드럼 연주 등 전문 MC와 함께 온라인 콘서트를 연다. 조울러의 부모 중에 즉석에서 '테스형'을 부르고 싶다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정모에서 만난 청년 조울러들을 중심으로 카톡방을 만들었고, 우리는 이 모임이 자조적 커뮤니티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나는 청년 조울러들의 놀이터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4명의 자매를 다른 카톡방으로 엮어 내, 여성 조울러의 이슈로 팟캐스트 녹음해 조우네마음약국에 올리기로 했다. 10회 정도 카카오 보이스톡 회복 스터디를 진행하고, 1회 오프라인 모임을 한 끝에 톡쇼를 유튜브에 올렸다. 4명의 자매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이름은 '원더우먼의 수다'(원수다)이다.

    원수다 톡쇼를 유튜브에 올리기 위해 하는 작업은 매우 간단하다. 내용 측면에서 서로 의논할 만한 토픽을 정하면 시인으로 활동하는 자매가 콘티를 만들어 카톡방에 올린다. 그 콘티로 진행하는데, 톡쇼를 녹음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모이지는 않는다. 각자의 집에서 함께 시간을 정해 놓고 1시간 정도 보내면 된다. 실제 녹음은 30분이면 충분하다. 녹음은 카카오톡 그룹콜을 이용하는데, 4명이서 콘티를 가지고 대화하는 것이다.

    각자 이어폰으로 서로의 대화를 듣고, 마이크로 녹음한다. 이때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자매가 콘티에 따라 MC를 본다. 다른 3명의 자매는 정말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수다를 떤다. 그렇게 녹음이 끝나면, 카톡방에 그 파일을 올린다. 여기까지 하면, 이제 다음은 큰아들 몫이다. 그 파일로 작업하면서 음악을 입히고 썸네일을 달아 유튜브에 올리면 끝이다.

    내 역할은 감독이다. 내가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은 이들의 컨디션과 좋은 팀워크를 만드는 일이다. 이들을 보면서 '회복'이라는 주제에 대해 아주 실제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들과 함께 배우고 나눈다. 그룹으로 1시간 정도 온라인 스터디를 진행하면, '아하'라는 감탄사와 더불어, 공감하는 소리와 박장대소가 들려온다. 이와 비슷하게 남성들로만 구성된 모임 'Bipolar Warriors'의 콘텐츠도 근래에 유튜브에 올렸다. 내 나이가 66세인데, 또다시 청년 사역을 하는 것 같아 신이 난다. 젊은이들이 나를 끼어 주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큰며느리는 독서 밴드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과 별도로 대화방을 만들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말씀 통독방도 열어서 '말씀 테라피'를 맛보며 함께 기도하고 힘을 얻는다.

    이 모습들이 꼭 교회 같지 않은가. 교회라는 이름만 달지 않았을 뿐, 사실상 교회에서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큰아들이 우리 부부에게 말했다. "교회를 개척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부부가 맞장구를 쳤다. "유튜브 처치 같구나." 우리 부부뿐만 아니라, 우리 두 아들 부부는 '조우네마음약국 –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 독서 밴드 – Zoom 정기 모임 – 다양한 카톡방'을 통해 사람들을 치유하며 '상처 입은 치유자'로 세워지고 있다.

    엄청난 황금 어장을 만난 느낌이기도 하다. 인격적으로 복음을 전하면 믿게 될 이들이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이들을 복음화하고, 양육 및 제자화한다면 하나님나라를 위해 엄청난 일이 일어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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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품교회' 세우려는 이들에게

    정품교회는 '포노사피엔스'를 교인이자 선교 대상으로 보는 눈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정품교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런 의미에서 몇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

    1) 관심이 있다면 '조우네마음약국' 콘텐츠를 많이 참고하라. 하이 테크놀로지가 들어간 고비용 콘텐츠가 전혀 아니다. 그러나 진실성과 재미, 유익과 감동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서적·정신적 약자들 및 그들의 가족들이 마음을 열고 용기와 희망을 느끼는 것을 나는 수많은 사람의 반응과 요청을 통해 확신하고 있다.

    2) 정품교회를 위해 공신력과 전문성을 갖춘, 예수님과 교회·성도를 사랑하는 실제적 그룹을 온라인상에서 만들려고 한다.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 리더들이 엮이고 있다. 이 그룹의 출범과 활동을 축복할 교계 지도자들과 의료계의 권위 있는 크리스천 시니어가 구성되고 있다. 곧 가시화할 예정인 '정품교회지원네트워크'(가칭)는 Zoom으로 정품교회아카데미와 컨설팅팀을 운영해, 관심 갖는 이들을 구비시키는 일을 할 것이다.

    3) 정서적·정신적 문제로 고통을 받아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나눔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온라인상에서 의미 있는 시도를 구상해 보거나 실행해 보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자조 모임이든, 자기 문제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누는 일이든 온라인상에서 시도해 보라.

    만약 크리스천으로서 그런 시도를 했거나 하고자 한다면, 서로의 노하우를 나누면서 상부상조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 조울러뿐만 아니라, 우울증·조현병·공황장애를 비롯해 각종 정신 질환자와 그 가족이 진행하는 유튜브는 충분히 가능하다. 정서적·정신적 약자들의 자조 모임 방송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점이 온라인에 생겨야 한다. 조우네마음약국도 그런 점 중 하나다. 그렇게 점이 모여 선을 이루고, 선이 모여 면을 이루는 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포노사피엔스들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리라.

    유튜브로 방송하고자 한다면, 조우네마음약국으로서도 얼마든지 돕고 싶다. 우리 또한 다른 팀들에게서 배우고 싶기도 하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아픔과 감사를 나누면서 치료와 회복이 일어나고, 다른 교인과 교회까지 섬길 수 있다면 아주 좋겠다.

    핀란드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포노사피엔스 시대를 예상해 국가 차원에서 '멘탈허브'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 결과,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다. 근 8년간의 정부 예산 지출 통계 그래프를 보면 이 사실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정신 건강에 사용하던 재정이 매년 괄목하게 줄어들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혜택을 받는 사람들 수는, 재정 지출과 달리 높이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핀란드의 경우, 방에서 못 나오거나 안 나오는 환자들이 도움을 받기 위해 온라인에 접속한다. 온라인이다 보니 아무래도 접근하는 데 있어서 문턱이 낮다. 굳이 병원을 가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저비용 고효율로 치료와 회복을 받을 수 있다. 핀란드가 이를 검증해 냈다.

    정부가 이런 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주 고마운 일이다. 정부는 정부에서 할 일을 성실하게 하면서, 민과 사에서 자발적·자생적으로 관련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고 거름을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알아서 잘 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한국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가 이종수 한국임팩트금융 대표(사단법인 청년의뜰 이사장)가 했던 말, '공무원이 정하고 민간이 따르는 공정公定 사회私會에서 벗어나자'를 외치고 싶다. 공무원과 정치인이 귀담아들어야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글에서 정부의 역할이 아니라 교회의 역할을 말하고 있다. 교회가 먼저 포노사피엔스를 정품교회 교인과 선교 대상으로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재밌고 유익하게 온라인 놀이판과 배움판을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만들어 보자. 여기저기 꿈틀대는 디지털 속 '상처 입은 치유자'들에게 물을 주고 거름을 주자. 반품교회가 정품교회로 가는 것은 요즘 시대에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품교회의 비전을 안고 정품교회를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일어나라. 함께 컬래버레이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단법인 좋은의자의 이메일(seahn@thegoodchairs.or.kr)로 관심을 표해 보라.

    고직한 /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호주 SMBC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선교사 훈련을 받았다. 1978년 고 옥한흠 목사의 사랑의교회 개척준비기도팀 멤버로 참석해 지금까지도 사랑의교회를 교인이자 교역자로 섬기고 있다. 사랑의교회 청년대학부 디렉터로 일했으며, 현재는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에서 순장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IVF에서 캠퍼스개척간사, 서울지역대표간사, 총무를 역임했고, 학원복음화협의회·청년목회자연합 등을 만드는 일에도 참여했다. (사)청년의뜰 상임이사, 청년목회자연합 상임대표, 진로와소명미니스트리 대표, 일품교회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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