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겨울을 사랑하는 마음-디모데후서 4장 21절 > 성경공부 | KCM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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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연구] 겨울을 사랑하는 마음-디모데후서 4장 2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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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자락을 돌 때마다 제각기 물들어 찬란하게 빛나는 나뭇잎에 기쁨을 느꼈습니다. 바람에 멋들어지게 떨어지는 은행잎에도 매료되었습니다. 떨어지는 것까지 아름답다니, 인생은 저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은행잎이 밤새 떨어져 비단 양탄자처럼 깔린 모습은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일부러 한밤중에 나와 그 위에 혼자 가만히 서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정호승님의 시의 한 구절인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낙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는 대목을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나도 멋지게 살다가 멋지게 떨어지리라고 다짐하면서.


    그런데 그 아름다움이 짧게 지난 후에 찾아오는 것은 아픔입니다. 제 단순한 생각으로는 일생을 마친 나뭇잎들을 그냥 두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노란 조끼를 입은 이들이 노란 은행잎들을 가차 없이 쓸어버리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같은 노란색인데 관용은 없었습니다. 쓸려가는 나뭇잎들이 우리인 듯 아팠습니다. 찬란한 가을의 자리를 빼앗는 겨울이 미웠습니다. 겨울은 사랑하기 어려운 계절입니다. 우선 춥습니다. 앙상합니다. 음산합니다. 거리에 사람도 적어집니다.


    그런데 최근에 불현듯 겨울을 사랑하는 마음이 성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울을 견디는 마음, 겨울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따스한 봄이 온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겨울을 잘 견디셨습니다. 예수님께 다가온 겨울은 십자가였습니다. 나뭇잎들이 떨어지듯, 사람들은 예수님으로부터 떨어져 나갔습니다, 삭풍이 살을 에듯, 채찍과 조롱이 예수님의 몸과 마음을 할퀴었습니다. 겨울이 가을에게 붙어있는 한 모금의 숨마저 죽이듯,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십자가는 예수님의 겨울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겨울을 사랑하셨습니다. 전능하신 예수님께서는 얼마든지 십자가에서 내려와 원수들을 무릎 꿇릴 수 있었지만, 가장 무능한 자처럼 십자가에 높이 매달려 계셨습니다. 그건 우리를 위한 예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가장 강한 분이 가장 약한 자처럼, 가장 귀한 분이 가장 천한 자처럼, 가장 거룩한 분이 가장 추한 죄인처럼 매달려 계셨습니다. 


    겨울을 사랑하는 예수님의 사랑은 우리의 겨울을 봄으로 바뀌게 만들었습니다. 예수님은 이를 위해 세상에 탄생하셨습니다. 우리에게도 겨울이 있었음을 아십니까? 죄와 고통, 사망이 우리의 겨울입니다. 그 겨울에 우리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십자가라는 겨울을 사랑하여 감당하심으로 우리의 겨울은 따스한 생명의 봄으로 바뀌었습니다.


    디모데후서 4장 21절에서 바울은 디모데에게 "너는 겨울 전에 어서 오라"고 합니다. 바울은 겨울을 앞두고 있었는데, 계절상의 겨울만 앞둔 게 아니었습니다. 그에게는 순교라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디모데후서 4장 6-7절에서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라고 했는데, 봄부터 늦가을까지 농부가 모든 것을 다 마친 것과 흡사합니다. 남은 것은 겨울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바울은 그 겨울을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바울은 복음을 들고 겨울 한복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구원의 꽃이 피는 봄이 오게 했습니다. 바울만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동역자들도 온 힘을 다해 겨울을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디모데후서 4장 20절을 보면 <에라스도는 고린도에 머물러 있고 드로비모는 병들어서 밀레도에 두었노니>라고 했는데, 어려운 처지에서도 믿음을 지키며 최선을 다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분들은 자신들의 겨울을 회피하지 않았고, 사랑했습니다.


    겨울을 사랑하는 마음이 봄을 가져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그 마음을 가지라고 하십니다. 코로나 19 사태, 우리 사회의 혼란, 한국교회의 어려움은 우리가 사랑해야 할 겨울입니다. 좋았던 한때인 가을을 빼앗은 겨울을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교회와 성도는 단 한 번도 다수였던 적이 없습니다. 늘 소수였습니다. 믿음을 지키며 사는 것은 늘 추웠고,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선배들은 겨울을 피해 도망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주님을 방한복처럼 입고 겨울을 향해 달려가야 하겠습니다. 겨울을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김운성 목사(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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