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얘기만 해요"…경쟁 사회 속 사라지는 신앙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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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29조 시대
'진로'보다 '성적' 대화 많아
"존재 자체 인정·경청 자세 필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사진출처=연합뉴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 40대 학부모 A씨는 최근 초등학교 고학년 아들과의 대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느낀다. 이야기를 나눠도 학원 숙제와 학교 수업이 대부분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막막하다.
학업 경쟁이 일상화되면서 가정 안의 대화 주제도 성적과 성취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자녀의 미래를 향한 부모의 불안은 사교육 시장을 키우는 동력이 되고, 그 압박은 가정의 공기까지 바꾸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7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의 '경쟁 압력'은 사교육비 증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경쟁 압력이 1점 높아질 때 자녀의 사교육비는 2.9% 증가했다. 부모의 경쟁압력은 자녀의 학업 성취와 성공에 대한 기대와 열망,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형성된 불안감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연구진은 "안정적 일자리로 이어지는 성공 통로가 좁아지면서 부모 세대의 불안과 경쟁 심리가 증폭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교육 지출 규모는 이미 역대 최고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는 29조원을 넘어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대비 7.7% 증가한 수치로, 학령인구 감소에도 지출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재수생과 N수생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경쟁의 압박은 부모와 자녀의 대화에도 반영된다. 교육부의 '2025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30.5%는 부모와 거의 매일 공부와 성적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답했다. 2020년 대비 4.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흥미와 적성, 희망 직업 등 진로와 관련한 대화는 줄어드는 추세다. 중학생은 '거의 매일' 25.0%, 고등학생은 20.3%로 조사됐다.

▲'2025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 조사' 보고서 내용 일부.(사진=교육부)
전문가들은 성취 중심 대화가 자녀의 자아 정체성과 관계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초등 시기부터 성적 위주의 대화가 반복될 경우, 아이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결과와 동일시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지윤 큰사랑심리상담센터 대표원장은 "아이들이 주변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다 보니 우울과 불안, 분노 조절 문제를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부모와의 대화가 비교와 성적 중심으로 흐르면 아이는 존재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고 느끼게 되고, 이는 자존감과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크리스천 가정도 예외는 아니다. 성취 중심의 대화가 일상이 되면서 삶과 믿음을 나누는 신앙적 대화는 점차 자리를 잃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음세대 신앙 전승이 가정에서부터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원장은 "의도적으로 대화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학업뿐 아니라 또래 관계, 감정, 고민 등 아이의 삶을 충분히 경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부모와의 신앙적 유대 안에서 아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경험을 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애정 어린 경청과 믿음 안에서의 대화가 이어질 때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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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굿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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